책과 인생/예술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박찬운 교수 2015. 9. 27. 18:41

 

박찬운 교수의 신간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혼신의 힘으로 쓴 특별한 <빈센트 반 고흐 그림 이야기>

 

저자 박찬운(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인권법 분야의 산 증인이자 개척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했고,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서를 낸 학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번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이야기를 책으로 냈습니다.

 

저자는 평소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법학에 인문학적 정서를 연결시키는 데 깊은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그 관심은 법학분야를 넘어 지난 몇 년간 몇 권의 인문학 책으로 대중과 만났습니다. 2011<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2013<문명과의 대화>(문광부 우수문학도서), 2014<로마문명 한국에 오다>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이번의 <고흐 그림 이야기>는 저자의 4번째 인문 교양서로 그의 관심사가 이제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알리는 반가운 저서입니다.

 

반 고흐 그림에 관해 적잖은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이 책은 그 서술방법이나 내용에 있어 기존의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책입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고흐 그림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기존의 반 고흐 관련 책이 주로 미학적 관점에서 써진 것이라면 이 책은 그것을 넘어 사회 경제사적인 관점과 반 고흐의 심리적 관점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다수의 기존자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런 자료에 매몰되지 않고 저자의 독창적인 반 고흐 그림 독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자가 고흐 그림을 보는 데 가장 중시한 자료는 고흐와 동생 테오 간에 주고받은 편지였습니다. 저자는 이 편지를 샅샅이 뒤져 그림 속에 숨겨진 고흐의 마음을 읽는 데 주력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고흐 그림에서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고흐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37년의 삶이 어땠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그의 삶은 번민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가족과 불화했고, 주변과 다투었으며, 몸과 마음은 병들었고, 가난에 시달렸다. 이런 삶은 고스란히 그의 그림에 나타났다. 고흐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자료는 그의 편지다. 동생 테오와의 사이에서, 때로는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오고 간 900여 통의 편지에는 그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들 편지를 읽다 보면 우리는 그의 삶을 영화처럼 볼 수 있다.“(서문 중에서)


저자는 이 글을 말 그대로 혼신의 힘으로 썼습니다. 반 고흐가 그의 마지막 생을 보낸 오베르에서 신들리듯 그림을 그린 것처럼 말입니다. 이글을 쓰는 3개월 동안 저자는 구도자 같은 자세로, 마치 반 고흐가 된 기분으로, 그의 그림에 다가갔습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저자는 어느 날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나는 3개월 동안 원고지 800매에 가까운 <고흐 그림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떤 주는 30매에 달하는 글을 주 5일 연재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하는 자세로 마음을 정돈하고 자판을 두드렸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들린 듯 글을 썼다. 마치 고흐가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여정을 내가 반복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고흐는 오베르에서 그 짧은 기간을 살면서 매일 한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작품 활동 중 가장 큰 그림을 거기에서 그렸다. 절정의 붓질이었다. 그 기가 나에게도 전달된 것은 아니었을까?”(서문 중에서)

 

그렇습니다. 저자는 이런 마음으로 2014년 여름과 가을 3개월을 온전히 빈센트 반 고흐를 위해 바쳤습니다. 그의 그림 900여 점을 샅샅이 감상했고, 그의 편지 수백 통을 읽었고, 그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를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그의 그림과 관련된 한 주제가 정리되면 이른 새벽을 이용하여 글을 써나갔습니다.

 

왜 우리는 반 고흐의 그림에서 감동을 느끼는가


반 고흐만큼 우리에게 알려진 서양화가는 없습니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단연코 수퍼 스타입니다. 반 고흐 미술관이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면 그의 미술관 앞에는 세계 정상급 미술관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이 있습니다. 규모도 크고 소장품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 그 앞의 조그만 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입니다. 세계 각처에서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왜 그럴까요. 왜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낄까요.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이유를 그가 남긴 900여 점의 유화 작품 중 2백여 점을 통해 그 이유를 전합니다.

 

고흐의 그림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그의 그림들은 단지 우리의 심미안만 자극하는 게 아니다. 그의 초상화를 보면 진실한 인간의 고뇌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있다. 그의 풍경화를 보면 아름다운 자연을 찬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그에게나, 우리에게나, 숭배해야 하는 신이다. 그는 신을, 하느님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의 임파스토 기법의 붓질은 우리의 가슴을 후벼낸다. 소용돌이치는 붓질에서 우리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과도 같은 신비감을,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본문 중에서)


저자의 삶이 녹아있는 그림 이야기


이 책은 명화 이야기지만 곳곳에서 저자의 삶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가 법률가로 살아오면서 느낀 세상이야기,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수채화처럼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저자는 인생을 결코 만만하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태평한 마음에서 고흐 그림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순간순간 그는 애절한 말로 고흐 그림을 바라다봅니다.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고흐의 자화상을 몇 시간이나 바라보면서 이 글을 썼다. 누구는 이런 글을 쓰니 나를 천하에 태평한 사람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이 글은 마음 편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나도 요즘 마음 아픈 일이 많다. 50년 이상을 내 나름대로의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불면의 밤을 보낼 일은 많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에 고생하고 병들어 신음하는 형제들이 있다. 고흐의 자화상을 자주 보는 것은 어쩌면 거기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독자와 대화하면서 쓴 최초의 그림 이야기


이 책은 저자가 2014년 가을 페이스 북에 연재한 글을 기초로 만들어졌습니다. 저자는 3개월 동안 동트기 전 새벽을 이용하여 글을 쓰고 그것을 페이스북에 연재했던 것이지요. 저자는 페이스 북 공간을 이용하여 독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저자의 글을 읽고 댓글로 감동을 전했고, 저자는 그 댓글에 또 화답했습니다. 그 댓글이 무려 1,200개에 달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내면서 그 댓글 중 일부를 책 속에 넣었습니다. 아마도 페이스 북을 통해 고흐 그림 이야기를 쓰고, 독자와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담은 책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저자의 페이스북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저자의 페이스북 연재는 끝났지만 그가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그리고 그들과 어떤 감동을 이어갔는지 그 감격적인 순간들을 체험할 수 있을 겁니다.

 

Jeongji Lee

박찬운 교수님께. 새벽 공기를 마시고 나를 발견하고 싶어서, 그리고 그것을 페친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쓰셨다고 하셨죠?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전 교수님을 통해서, 절대고독이란 무엇일까? 전기가 끊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SNS의 나쁜 점만 알고 있다가, 교수님과 000 교수님의 글을 만나고, SNS가 사람을 살리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고흐 읽기를 통해서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테오와 같은 한 사람의 중요성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한 사람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배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교수님과의 고흐읽기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테오가 되어 들어주어야 함을, 우리는 누군가의 고흐가 되어 자신을 다 이야기 해 줄 사람이 필요함을요. 교수님의 이야기는 정말 스토리텔러 그 자체입니다. 계속 조르고 졸라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요. 이제는 푹 쉬시고, 5시에 일어나셔도 쉽게 써지는 그런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세요.(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