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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하늘에 울려 퍼진 <이매진>

박찬운 교수 2018. 2. 14. 20:11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존 레논의 이매진이 울려 퍼졌다. 나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개막식 기획자가 이 노래를 선곡한 것은 이 곡이 평화의 제전에 맞는 평화의 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맞다, 만큼 평화를 염원하는 노래를 찾기도 힘들었을 테니 올림픽 이념에 딱 맞는 곡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분단국가 한반도에서 울려 퍼진 이매진은 분명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만일 박정희 정권의 아류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계속되었다면 우리가 이 노래를 평창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이 노래의 의미를 아는 한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매 학기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노래를 감상한다. 존 레논이 죽은 지 40년이 되어 가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매진을 직접 부르는 그의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우리는 그 영상을 보면서 대화를 나눈. 존 레논이 저 노래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

 

레논이 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 게 1971, 베트남전이 한참일 때였다. 레논은 알려진 바와 같이 베트남전을 반대했다. 또 당시 세계는 바야흐로 68 혁명의 시대다.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학생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기성질서에 저항했다. 레논은 이런 세계사적 조류의 한 가운데에서 평화를 염원했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그가 꿈꾼 세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노래 가사를 찬찬히 음미해 보자.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상상해 보세요 천국이 없다고요

그게 뭐 어려운 게 아니에요

우리 아래에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엔 오직 푸른 창공

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는 것을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

상상해 보세요 국가가 없다고요

그게 뭐 어려운 게 아니에요

죽일 일도 없고 죽을 일도 없을 걸요

종교가 없다는 것도 상상해 봐요

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을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이렇게 말하는 내가 몽상가인가요

그러나 나만이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세상은 모두 하나가 될 거에요

 

Imagine no posses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ou)

상상해 보세요 소유가 없다는 것을

당신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탐욕도 배고픔도 없을 거예요

, 서로 서로 사랑하는 세상

상상해 보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것을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이렇게 말하는 내가 몽상가인가요

그러나 나만이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세상은 모두 하나가 될 거에요

(필자 번역)

 

노래 가사를 간단하게 말하면, (레논이 꿈 꾼 것은) 국가도 종교도 소유도(여기서 소유는 자본주의의 핵심인 소유제도를 뜻함, 따라서 이것은 자본주의의 사상과 이념이라고도 할 수 있음) 없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 과연 존재할? 만일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을 힘으로 지배하는 권력 없는 세상', 곧 무정부의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는 이매진이 무정부주의 곧 아나키즘을 노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꿈, 유토피아일 뿐이다. 이 땅에 살면서 국가, 종교 그리고 사상과 이념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레논의 꿈은 국경과 종교 그리고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정도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국경을 초월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종교를 초월하고, 우리가 할 수 있다면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평화를 이루자는 말이다.

 

평창의 하늘에 울려 퍼진 '이매진'은 그런 뜻이다. 일촉즉발의 전쟁기운이 물씬 풍기는 분단된 땅에서, 사랑의 하느님을 부르짖으며 다른 한편으론 혐오와 적개심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애국이란 이름으로 온갖 증오를 뱉아내며 태극기를 펄럭이는 사람들에게, 오직 평화 그것을 외치는 노래가 바로 저 '이매진'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