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 8

미국 건국의 진정한 일등공신, 알렉산더 해밀턴 -베개 같은 책 <알렉산더 해밀턴>을 읽고-

미국 건국의 진정한 일등공신, 알렉산더 해밀턴-베개 같은 책 을 읽고- 알렉산더 해밀턴(1755-1804) 오늘(2018. 9. 29) 오전 드디어 대작을 완독했다. 이 시대 미국의 최고 전기 작가라고 불리는 론 처노(Ron Chernow)가 쓴 (서종민·김지연 옮김). 1426쪽의 책이다. 이 책을 읽느라고 지난 2주 동안 극도로 절제된 생활을 했다. 집에 들어오면 바로 독서 모드로 전환, 취침 전까지 한 두 시간, 새벽 4시부터 아침 식사 전까지 또 한 두 시간을 할애해 읽었다. 특히 지난 추석 명절 때엔 두문불출 논문을 쓰다가도 하루 몇 시간은 이 책 읽는 데에 정성을 쏟았다. 빠른 속도로 읽었지만 족히 30시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이 리뷰를 썼으니 40여 시간을 이 책과 보낸 셈이다. ..

독서와 나이

독서와 나이 추석 연휴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중하던 논문 쓰기를 잠시 중지하고 책상 앞에 쌓아 놓은 책 중 한 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나온 알렉산더 해밀턴 전기입니다. 책 두께가 제 베개 보다 두껍습니다. 무려 1400쪽.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읽고 있는데 끝까지 읽으려면 며칠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저 책을 다 읽으면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뿐만 아니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대부분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건국 초기 역사를 한 손에 쥐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합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실감하는 게 있다면 기억력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 감퇴를 느낍니다. 저 같은 사람은 사실 기억력이 가장 중요한 재산인데 요즘 영 자신이 없습니다. 책..

연판장의 역사 -30년 경험에서 얻은 교훈-

연판장의 역사-30년 경험에서 얻은 교훈- .1.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28년 전 이맘때이다. 그 때 나는 몇 몇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소위 연판장이라는 것을 돌렸다. 그 일은 우연한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고용 변호사의 길에 들어서 하루하루 허겁지겁 살고 있는 어느 날, 연수원 동기생인 윤모 변호사의 소개로 한참 선배인 조영황 변호사(국민권익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장 역임)와 저녁 자리를 같이 했다. 거기서 나온 말. “박 변호사, 변협회장 박승서 변호사가 강민창을 변호한 것 알아?” 금새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변협회장이 박종철군 사건 은폐주모자인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변호했다고요?” 이 대화가 다음 날부터 재야 법조를 뒤 흔드는 사건으로 발전했다. .조변호사님을 필두로 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전국 법학교수 성명

성명문[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전국 법학교수 성명] .지난 1년 간 사법농단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처음엔 대법원에 밉보인 일부 법관을 특별 관리해 인사 상 불이익을 주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사태로 전개되고 있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할 법원에서, 그것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상고법원을 설립한다는 명분으로 권부의 핵심과 연결해 재판을 거래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조차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와 거래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지난 몇 년 간 학생들에게 중요 판례로 가르쳐 온 강제징용사건, 과거..

인간관계를 넘어 사법농단 해결을

인간관계를 넘어 사법농단 해결을. (빠른 시간 내에 우리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해, 이런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길 바라면서, 이 글을 씁니다.) ...사법농단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인간관계입니다. 이 사태 해결이 어려운 이유도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사태를 일으킨 인물들을 잘 보면 특정대학의 선후배이고, 특정보직의 전후임자로,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망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이런 관계에서 매정하게 공적 대의를 추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법조인의 수가 최근 급증한 관계로 법조문화가 격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법조인들은 인간관계 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물론 법학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일이 터져 그 책임을 논하게 되면 대번 그 인간관계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다른 직역도 이런 ..

왜 판사들은 그렇게 무력했을까

왜 판사들은 그렇게 무력했을까-무한경쟁 체재가 만든 귀결- 신임법관 임용식 나는 의문이 든다. 왜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양승태의 충견이 되어서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을까. 고작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고등부장이 되고, 법원장이 되고 마지막엔 대법관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다들 그렇다고 하지만 나로선 믿기지 않는다. 그 출세가 뭐라고, 그 권력이 뭐 대단한 거라고 그것과 자기 인생, 자기 자존심을 바꾼단 말인가. .이렇게 말해 놓으니 그 판사들이 그런 짓을 서슴없이 한 이유가 자명해진다. 그들에겐 사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자존심이 없었다. 겉은 번드르르한 엘리트 판사였지만 그들에겐 자신이 걸어가야 할 인생이 무엇인지를 도무지 몰랐다. 한마디로 그들은 초라한 인간들이었다. .또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 법학 교수님께, 간곡히 한 말씀 드립니다

대한민국 법학 교수님께, 간곡히 한 말씀 드립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2007년 7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입니다. 벼르고 또 별러 쓰는 것임에도 SNS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드리려 하니 쉽게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저는 부족하고 실수가 많은 사람입니다. 결코 정의에 불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사법농단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보수화된 사법부가 일부 밉보인 법관들을 특별 관리해, 인사 상 불이익을 준 사건 정도로 알았습니다. 이름 하여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찾아 -한 가문에 빚진 마음을 갖다-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을 찾아 -한 가문에 빚진 마음을 갖다- 금요일 오후 연구실을 나섰습니다. 마음이 조금씩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가보았어야 할 곳이기에 때 늦은 방문이지만 좋은 기회가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광화문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세 정거장을 가니 효자동.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민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정거장에서 도보로 3백 여 미터를 걸어가니 목적지에 닿았습니다. 어딜까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기념관을 들어가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철우 교수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지만 이곳에서 만나니 기분이 특별합니다. 이 교수는 우당 선생의 증손자입니다. 이번 방문은 지난 번 제가 이곳에 포스팅한 ‘한 가문을 넘어 모든 이의 역사가 된 가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