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18

현대와 과거의 공존

현대와 과거의 공존 우연한 기회에 묘한 사진을 찍었다. 12월 25일 런던 시내는 전철도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나는 집에만 있기 어려워 점심을 먹고 템즈강을 향해 걸었다. 한 시간 쯤 걸으니 리버풀 근처까지 갔는데... 바로 저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 순간 앞에 펼쳐진 모습이 기이했다. 주변 건물은 모두 19세기에 건축된 것인데, 저 앞 옥수수 콘 모양의 빌딩은 21세기에 건축된 'Gherkin'이라는 빌딩이다. . 19세기와 21세기의 기이한 만남, 과거와 현대의 묘한 조화 . 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것마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 나는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몇 장을 찍었다. 이게 그 중 하나다. # 만일 저 사진 속에,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저 현대와 ..

내가 세상에 말하고 써야 하는 이유

내가 세상에 말하고 써야 하는 이유 2018년 6월 사법농단 규탄대회를 변호사회관 앞에서 했다. 그 때 나는 마이크를 잡고 사법농단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저는 이 공간에서 지난 몇 년 간 셀 수 없는 글을 써왔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저는 그렇게 썼을까요.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 글을 가끔 보시는 분들은 저를 매우 고상한 세계에서 사는 인물쯤으로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바로 제가 항상 두려워하는 인물평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을 부인했지만 오늘 다시 그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저는 그리 고상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저 역시 흠이 많습니다. 정의감도 용기도 어디 내세울 정도가 아닙니다. 도덕적으로만 사는 사람도 아닙니다. 항상 일탈을 꿈꾸며 그것을 즐겨보려고..

초년 교수의 꿈

초년 교수의 꿈 교수 초년 시절 강의장면(위), 학생들과 청계천 걷기(아래) 제가 학교에 온지 12년이 넘었습니다. 교수 생활해 보니 학생들(아니 우리 모두)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가 눈에 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곳, 학교에 대한 긍지라고 봅니다. 인생을 좀 먹는 온갖 콤플렉스가 여기에서 비롯되니까요. 제 컴퓨터 저장고에서 글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교수로 부임한 2006년 11월에 쓴 시입니다. 당시 저는 이 시를 쓴 다음 수업시간에 낭송을 했습니다.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지요. 지금이야 이런 시를 쓰지 않습니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방법이 아닌 조용한 방법으로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합니다. 제가 이 시를 쓸 때 매우..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박찬운(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2018년 10월 30일 국회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박주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 그리고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박주민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나는 이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하였다. 전문을 싣는다. 기본입장나는 그동안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하여 기존 제도 하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왔다. 우리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재판진행을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제도도 법원이 적정한 배당원칙만 세운다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연이 없는 판사들로 재판부를 ..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나의 입장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나의 입장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한당이 끝까지 반대하는 한 입법이 쉽지 않고, 법률가들 사이에선 이 특별법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법률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페친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 의미에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나는 아래 이야기를 법리적 차원에서 다듬어 오는 30일(화요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에 가서 이런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이 기 십 명에 불과하다. 나로선 그것보다 만 명 넘는 페친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낫다. 그게 내가 SNS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1. 박주민 의원안의 골자우선 현재 나와 있는 특별법안을 ..

학자로서의 반성 -김윤식 선생의 타계를 애도하며- .

학자로서의 반성 -김윤식 선생의 타계를 애도하며- 김윤식 선생(1936-2018)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이 타계했다. 선생은 학문 없는 세상에서 학문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실천한 분으로 통한다. 그의 삶은 오로지 공부의 연속이었다. 오로지 읽고 오로지 썼다. 200권이 넘는 저서가 그의 삶을 오롯이 증거한다. 그의 학문하는 자세,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에 존경의 염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윤식 선생이 보여준 학문하는 자세는 그 길에 들어서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 없이는 어떤 이도 제대로 된 학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이런 말이 얼마나 공감을 받을까 만은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이 한심한 현재를 이길 수 있는 힘이기 ..

같은 샘에서 나온 물도 전혀 다른 목적지로 흐른다

같은 샘에서 나온 물도 전혀 다른 목적지로 흐른다 1986년 겨울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설악산 여행을 갔을 때 동기생들과 함께 어제 오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아는 기자가 영장발부 가능성을 물어 왔다. 나는 말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가 언론에 대고 그의 구속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쩐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종헌, 그는 나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 머릿속에서 글 하나가 생각 나 찾아보았다. 작년 3월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정년퇴임을 하는 날, 나는 이곳에 이런 글을 썼다. ...... 오늘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임기 마지막에 대한민국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의 재판장이 되어 혼신의 ..

Best Essays 2018.10.26

평양선언과 군사합의 비준 논란에 대하여

평양선언과 군사합의 비준 논란에 대하여 대통령이 지난 23일 ‘9월 평양공동선언’(평양선언)과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놓고 자유한국당이 ‘국회의 동의 없는 비준은 위헌’이라고 법적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언론사에서 내게 의견을 물어 답한 바 있다. 여기에 그 질문과 답을 정리해 올린다. .1. 남북 합의는 국가 간 조약인가?국제사회에선 남과 북은 엄연한 별개의 국가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선 남과 북의 문서에 의한 합의는 국제법상의 조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우리(남)는 대외적으론 북의 국가성을 인정(예컨대 남북 유엔 동시 가입)하지만 대내적으론 북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헌법(영토조항)과 법률체제(국가보안법상 북..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사법농단 사태가 국민들 입에 오르내린 지 이제 한참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꺼버리고 빨리 마무리되기만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적당히 넘길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뿌리 채 흔들린 사건이다. 이번에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 . 짧은 시간 내에 사법농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었다. 책임 있는 대법관과 고위 법관들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물러나 근신에 들어갔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새로운 대법관으로 채워져 환골탈태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하급심 법관들도 이 사태의 중대성을 알고 그에 맞는 판단을..

고정관념에서의 해방

고정관념에서의 해방 .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공격할 때 사용되는 두 개의 고정관념이 있다. 하나는,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어야지 공공영역이 만들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은 철밥통을 만드는 것이라 우리 경제에 독이 된다”. .나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민간영역의 일자리창출엔 한계가 있다. 말 그대로 1명이 99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세금 받아 공공부문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공무원증원이다. 세수에 문제가 없다면 철밥통 공무원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비생산적인 공무원이라도 복지혜택으로 살아가는 실직자보다 우리 경제에 더 기여한다. .4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