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63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9)-50일간의 남미 여행,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9 최종회)-50일간의 남미 여행,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남미 여행이 끝났다. 긴 여행이었다. 30일간 걸어서 여행을 했고, 20일간 앉아서 여행을 했다. 총 50일간의 여행이다. 걷는 여행도 힘이 들었지만 앉아서 하는 여행도 만만치 않았다. 한 달간의 여행을 17구간으로 나누어 한 회에 한 구간씩 써 내려갔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여행을 했다. 단순히 여행을 복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각도에서 또 한번의 여행을 했다. 현지에서 그냥 스쳐 지나간 것도 여행기를 쓰다 보니 달리 보인 게 많았다. 수업 시간에 대충 이해했던 것이 복습을 통해 진짜 내 것이 되듯 여행도 그렇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20일간의 여행기는 총 9단계의 과정을 거쳐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8)-브라질에 대한 짧은 생각, 리우 데 자네이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8) -브라질에 대한 짧은 생각, 리우 데 자네이루-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리우데자네이루(약칭 리우 혹은 히우)의 코바카바나 해변의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하였다. 서울을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 여행을 마무리하고 긴 귀국 길에 들어서야 한다. 그래도 서울로 떠나는 비행기가 저녁 시간이라니 잠시 리우의 명소 몇 곳은 둘러볼 시간이 있다. 겨울철이라고 하지만 이곳 날씨는 30도가 넘는다. 일행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버스에 탑승했다.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리우에서 브라질의 참맛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이날 보고 들은 것을 기초로 여행기를 쓰기도 어렵다. 다만 짧은 시간이라도 평소 브라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있었으니 이 기회에 그것을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이제 남미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아무리 절경을 본다한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는 경지에 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온 길보다 더 먼 길을 간다니, 비행기 타는 시간만 꼬박 24시간 이상이라니, 새파란 나이도 아닌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니 절대 이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그래, 언제 또 여길 온다는 말이냐. 정신 차리고 세계 7대 절경 중 하나라는 이구아수 폭포를 즐겨보자. 이구아수 폭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이곳은 세 나라 곧 아르헨티나와 브라..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6)-매력적인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6)-매력적인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2014년 1월 5일 우수아이아를 뒤로 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 3시간 반. 육로로 가면 3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다. 오는 도중 하늘에서 보니 평야가 끝없이 펼쳐졌다. 정오 무렵 비행기 착륙등이 켜져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황토색 물감을 탄 듯 뿌연 거대한 물줄기가 바다로 들어간다. 라 플라타강이다. 드디어 생전 처음 상 파울로와 더불어 남미 최대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착륙하기도 전에 하늘에서 본 것이 팜파스와 라 플라타강이다. 이 둘이 아르헨티나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리적 팩트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 두 가지를 간단하게라도 말하는 게 좋겠다. 적어도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5)-세상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5)-세상의 땅끝마을, 우수아이아- 2024년 1월 3일 오전 엘 칼라파테 국제공항에서 우수아이아(Ushuaia) 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한 시간 정도. 드디어 우리 일행은 세상의 땅끝마을(Fin del Mundo) 우수아이아의 땅을 밟았다. 특별히 위치를 알고 싶어 지도를 꺼내 보았다. 남위 54도 48분, 서경 68도 18분. 사람들은 여기를 땅끝마을(지구의 가장 남단에 있는 마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우선 땅끝마을은 대륙의 일부이어야 하지 섬이 될 수 없다고 하면, 남미의 땅끝마을 곧 세계의 땅끝마을은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다. 이 도시는 마젤란 해협 상에 있는 도시로서 이 지역 파타고니아의 거점 도시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나 페리토 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4)-침묵할 수밖에 없는 절경, 페리토 모레노 빙하-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4)-침묵할 수밖에 없는 절경, 페리토 모레노 빙하- 새해 첫날 피츠로이 새벽 트레킹을 마치고 오후에 엘 찰텐을 떠나 두 시간 거리인 엘 칼라파테로 이동했다. 이틀간 그곳에서 머물며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볼 예정이다. 과연 이곳은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 반복적인 학습은 우리의 뇌신경을 무디게 만든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라도 매일 보면 감동은 처음 볼 때의 몇 분의 일로 줄어든다. 파타고니아에서 일주일 정도 있어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피츠로이의 신묘한 붉은 고구마를 보고 나니 앞으로 어떤 절경을 보아도 감탄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이제부터 보는 절경은 그저 덤이지 꼭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분명 예..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3)-불타는 고구마 피츠로이-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3)-불타는 고구마 피츠로이- 여행 19일째. 2023년 마지막 날이다. 일행은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 터미널에서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행 버스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는 엘 찰텐. 이제 일행 모두가 꿈꾸어 오던 피츠로이 트레킹에 참가할 때이다. 엘 찰텐은 이 트레킹의 전초기지다. 지도를 펼쳐서 엘 칼라파테나 엘 찰텐을 찾으면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동쪽으로 넘기만 하면 바로 나타는 곳이다. 등산을 해서 가더라도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곳을 가기 위해선 먼 거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조금만 가면 아르헨티나 국경 검문소가 나타나는데, 거기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아르헨티나로 들어선 뒤, 국경 도시 리오 투비로를 거쳐 40번 도로를 타고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2)-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토레스 델 파이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2)-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토레스 델 파이네- 여행 17일째. 드디어 파타고니아 여행이 시작된다. 새벽 5시 호텔에서 산티아고 공항으로 출발해 푸에르토 나탈레스행 첫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는 푸에르토 몬트에서 잠간 기착했다가 승객 일부를 내린 다음 다시 이륙해 잠시 후 푸에르토 나탈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총 4시간 반의 여행이다. 칠레가 긴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저 북쪽 아타카마 사막에서 산티아고 그리고 남쪽 푸에르토 나탈레스까지 비행시간을 더하니 6시간 반이다. 한 나라에서 비행기로 6시간 이상을 갈 수 있는 나라가 칠레다. 파타고니아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대체로 파타고니아하면 이런 게 생각날 것이다. 남미의 최남단 지역으로 빙하와 설산 그리고 호수가 많은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1)-민주주의와 기억의 도시, 산티아고-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1)-민주주의와 기억의 도시, 산티아고- Podrán cortar todas las flores, pero no podrán detener la primavera (Pablo Neruda)"그들이 모든 꽃을 꺾어 버릴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어요" 이제 여행의 절반이 지나갔다. 지난 보름간 주로 페루와 볼리비아의 고원지대를 여행했다. 이제 여행 후반기는 사뭇 환경이 다를 것이다. 고도를 걱정할 필요 없이 아름다운 남미의 풍광을 즐기면 된다. 우리 일행은 남미 자연기행의 핵심인 파타고니아로 간다는 기대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거쳐 비행기를 타고 남미 대륙 맨 끝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로 가기 전에..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0)-죽음과 희망의 경계, 아타카마 사막-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0)-죽음과 희망의 경계, 아타카마 사막- 12월 27일 볼리비아 알티플라노를 드디어 통과하고 칠레 국경에 도달했다.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비포장 길이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다. 비문명에서 문명권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차이는 도로부터 극명하다. 인접국가와의 경제력의 차이를 여행자들은 이렇게 실감한다. 버스는 고도 4천 미터에서 서서히 하강을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2500미터로 내려왔다. 일행 중 며칠간 고산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도 눈에 띄게 차도가 있다. 고도가 이렇게 사람 몸에 영향을 주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점심 무렵 우리가 도착한 곳은 아타카카 사막 여행의 출발점인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조그만 마을인데 사막 한 가운데 있는지라 현대적인 건물은 없고 죄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