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복지

요즘 유치원 현안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박찬운 교수 2018. 10. 18. 11:03

요즘 유치원 현안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대한민국 복지와 관련되어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어서 복지를 못하는 게 아니라, 누구 말대로, 도둑이 많아 복지를 제대로 못한다는 사실이다. 복지재원을 너무 어설프게 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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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 이상의 지원금이 투입된다. 유치원 한 곳당 5억 원에 가깝다. 2013년부터 누리과정 지원 명목(유아학비)으로 원아 한 명당 월 22만원, 방과 후 과정 7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또 월 25만원을 지원하던 학급운영비가 내년부터 40만원으로 인상되고, 교원처우개선비(월 50만 원 이상)와 교재교구비(월 10만원) 역시 별도로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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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원되는 돈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가. 유치원 교비로 원장의 외제 승용차 유지비와 아파트 관리비, 명품가방, 심지어 성인용품점 구입비용으로 쓴 경우도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청이 감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감사를 하려고 하면 유치원 단체에서 민간영역에 국가가 과도한 간섭을 한다고 아우성이다. 국가가 수 조원을 주고서도 제대로 감독도 못한다는 사실,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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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복지재정을 저런 방식에 맡길 수 없다.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야 한다. 지금 20% 수준인 것을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내로 40%로 늘리고 그 다음 정부에서 50% 혹은 60%로 늘려야 한다. 비리 유치원이 적발되면 과감하게 문을 닫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일정 기준을 만들어 운영이 어려운 유치원은 정부가 사들여, 국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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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일자리가 문제다. 1명의 엘리트가 99명을 먹여살리는 구조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복지제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민간에게 막대한 복지재원을 퍼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적부분을 확대해 정부가 책임있게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셀 수 없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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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철밥통을 만든다는 비난이 있지만 그것은 복지제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짧은 소견에 불과하다. 복지제도 선진국을 보라. 우리처럼 공적부문이 작은 나라는 없다. 우리처럼 이렇게 무분별하게 복지서비스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나라는 없다.(2018.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