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에 생각한다
제헌절에 생각한다
제헌헌법
오늘은 제헌절.
헌법은 한 나라의 최고법이다. 법치국가에선 이 헌법을 능가하는 법이나 규범은 있을 수 없다. 헌법에 위반되는 하위 법률은 무효다. 헌법에 위반되는 대통령의 어떤 행위도 무효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고 3년이 지난 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그 절차는 우선 1948년 5월 10일 선거를 실시해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그 국회에서 헌법을 만들어 정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제헌국회는 1948년 7월17일 오늘, 제헌헌법을 선포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제헌헌법은 그 뒤 68년 간 9차례에 걸쳐 개정되었지만 그 틀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헌법은 전문과 본문으로 나누어지는 바, 전문은 헌법을 만듦에 있어 그 기본취지와 국가의 기본방향을 선언하고 있는 부분이다.
오늘 제헌절을 맞이해 제헌헌법 전문을 읽어보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제제도를 수립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써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
위 제헌헌법을 만들 때 우리 국민이 약속하고 염원했던 것 몇 가지를 정리해 보는 것으로 오늘 제헌절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1. 대한민국의 연원에 대하여
대한민국은 1919년 삼일운동으로 건립되었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그해 만들어진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제헌헌법은 그 수준을 넘어,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었다고 선언했다. 국가건립을 1948년으로 보지 않고 1919년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1948년 수립되는 대한민국은 바로 그 삼일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의 ‘재건’임을 밝혔다. 요즘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하여 그 건국일이 언제인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제헌국회의 입장은 이렇게 분명한 것이었다.
2. 민주주의제도에 대하여
제헌헌법은 “...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여 민주주의제도를 수립하여...”라고 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에 입각해 운영해 가겠다는 것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제헌헌법은 본문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했다. 이것으로써 제헌헌법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하는 최고의 정치질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게 민주주의다. 국민으로부터 승인받지 못하는 어떤 정치행위도 대한민국에선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3. 균등한 사회
제헌헌법은 “...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라고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를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자유(자본주의) 경제를 기초로 하면서도 그 폐단으로 지적되는 부의 극단적인 편재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은 누구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것은 단지 형식적 평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국민생활의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제헌헌법이 지향하는 경제질서는 단순한 자유민주적 자본주의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민주적 혹은 사회법치적 경제질서를 포용하는 것이다.
4. 항구적인 국제평화
제헌헌법은 “항구적인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라고 선언한다. 이 말은 제헌헌법이 항구적인 국제평화를 대한민국의 국시 중 하나로 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은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드리우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는 제헌절을 맞이해 지금으로부터 68년 전 우리 국민이 제헌국회를 만들어 제정한 우리의 최고법인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이 나라의 주인인 우리 모두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했던 것들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는 대한민국의 역사성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해, 균등사회에 대해, 국제평화에 대해, 굳게 약속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최고법 헌법이다.
지금 이 나라는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켜나가고 있는가.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에 의해 만들어 진 작금의 일들을 생각하면, 이 최고법이 얼마나 유린되고 있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6.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