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종교 철학 심리

H 팩터의 심리학

박찬운 교수 2015. 9. 26. 17:49

<H팩터의 심리학>을 읽고


매우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페친인 최동석 선생님이 추천하신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읽게 된 것이다. <H 팩터의 심리학>. 원래 영어로 쓰인 책이지만 책의 공저자인 이기범 박사가 한글로 번역한 것이니 한국인이 쓴 심리학책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나는 가끔 궁금했다. 내가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왜 정해져 있을까? 나는 ‘정말’ 아무나 하고 밥을 먹지 않는다. 학교에서 점심만큼 즐거운 시간이 없는 데, 그 시간을 아무나하고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들하고만 밥을 먹기 좋아할까?


학교에 와서 보니 교수들 사이도 친소관계가 있어 대체로 그 관계에 따라 몰려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이 학교만큼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저들은 왜 지들끼리만 몰려다니는 것일까? 평소 의문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의문을 풀었다. 성격 때문이었다. 성격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정직성-겸손성’과 ‘개방성’의 요소가 가치관을 결정하는 데,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 두 요소에서 나와 유사점이 발견되었다.


나는 정직하고 겸손하며 개방적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와 가치관이 유사했던 것이고, 그것이 유사하니 만나면 편하고, 이야기가 통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정직성-겸손성(Honesty-Humility)이 얼마나 중요한 성격요소인지를 알려주면서 그것이 다른 성격요소, 곧 정서성(Emotionality), 외향성(Extraversion), 원만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등과 결합하면 어떤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원래 기존 성격심리학에서는 정직성을 제외한 위 5개 요소(5 Big Factors)만을 성격요소로 보았으나 저자들은 여기에 정직성, 곧 H팩터를 추가하여 6개 성격요소를 만들었다. 이를 HEXACO라 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어떤 정치인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 결합된 성격요소를 생각하면 그 인간이 왜 그런 모습으로 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어떤 종교인(예컨대, 한국의 대형교회 어느 목사)을 보고 저 인간은 왜 저렇게 목회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이 결합된 성격요인은 정확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돈과 권력 그리고 섹스에 관한 인간의 성향을 이해하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답이 보인다.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낮은 H 팩터와 높은 X 팩터(외향성)가 결합하면 그는 ‘거칠 것이 없는 나르시시스트’가 된다. 한마디로 철면피한 인간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인 중 여기에 해당하는 인간이 누굴까? 정직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으면서 매우 외향적인 인간? 당장 몇 명의 정치인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또 하나. 낮은 H팩터에 높은 C 팩터(성실성)가 결합하면 ‘자기 밖에 모르는 야심가’가 탄생한다. 정직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으면서 나름 매우 성실한 인물?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누가 있을까? 보통 고시공부하고 판·검사되고, 그런 배경으로 정치인이 된 인물일까? 아마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H 팩터가 낮고 O 팩터(개방성)도 낮은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을 유난히 내세운다. 조금은 거만하고 사람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다 편협하기까지 하다. 자기가 아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무시한다. 한마디로 천박한 욕심쟁이인 것이다. 요즘 복지논쟁을 하면서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본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