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자치경찰과 수사권 조정, 그 논란의 전말

박찬운 교수 2018. 4. 1. 06:00

자치경찰과 수사권 조정, 그 논란의 전말



2018. 6. 15. 문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관련기관의 장을 불러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 말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이 자치경찰에 관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자치경찰 제도가 선행되어 경찰권이 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좀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 인터뷰 형식으로 해보자. 페친 중 대표인 김시민 선생이 묻고 박교수가 답하는 방식이다.

<자치경찰의 개념 및 목적>

김시민: 아직 자치경찰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대체 자치경찰이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 것입니까?

박교수: 그것은 분권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 국가로 성장해 왔습니다. 중앙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었던 것이죠.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중앙의 힘 있는 사람들이 나라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권화(지방분권)를 우리나라의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지요. 이것은 현 정부의 지향점이자 정책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에서도 그것을 명백히 했지요.

경찰권은 국가권력의 핵심입니다. 분권화를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든다면 중앙이 쥐고 있던 경찰권(이것이 국가경찰임)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경찰기능의 상당부분을 지방이 자치적으로 처리해 나가겠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슬림화된 국가경찰과 상당한 정도의 권한을 갖는 자치경찰로 경찰권이 이원화되게 됩니다.

김시민: 자치경찰이 활성화되면 국가경찰의 권한은 약화되는 것이군요.

박교수: 그렇지요. 국가경찰의 방대한 권한 중 상당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경찰로 넘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자차경찰의 방법>

김시민: 자치경찰을 하려고 해도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요.

박교수; 자치경찰을 모범적으로 하는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의 자치경찰 모델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연방제 국가에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경찰권을 원칙적으로 자치경찰이 맡고, 국가경찰은 예외적인 임무만 맡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가경찰이 경찰의 중심기능을 맡되, 중앙이 권한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경찰기능(예컨대 생활안전, 교통 등)은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미국과 같은 연방국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 중앙집권적 역사 속에서 살아 온 우리나라에선 도저히 들여오기가 어려운 제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후자의 방법이지요. 결국 우리나라의 자치경찰의 문제는 현재의 국가경찰 기능 중 얼마나 많은 기능을 골라내 지방의 자치경찰로 넘겨줄 것인가 입니다. 현재 경찰개혁위에서 논의해 본 결과 국가경찰의 사무를 대략 300개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 중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를 자치경찰에게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자치경찰과 수사>

김시민: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을 위해선 자치경찰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이 그렇게 연결되어야 하는가요?

박교수: 그것이야 문총장이 국민에게 제대로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데 언론보도만으론 저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다만 그 의도는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자치경찰을 통해 경찰권이 분산되는 게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현재 수사권 조정의 방향은 검경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달리 보면 경찰의 수사권이 현재보다 상당히 세지는 것이지요. 검찰은 경찰권이 분산되지 않으면 경찰의 힘이 너무 세져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자치경찰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것은 아닙니다. 자치경찰의 수사권에는 아무리 분권화를 강조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시민: 자치경찰의 수사권? 그것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박교수: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상황 상 자치경찰이 맡을 수 있는 사건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치경찰이 할 수 있는 사건은 주로 생활밀착형 범죄(교통범죄, 주취범죄 등)입니다. 그 외의 범죄는 지방 자치경찰이 맡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범죄는 자치단체 영역을 넘어 전국적 규모로 혹은 국제화되어 가고 있기 상황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국의 경찰력을 동원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다른 경찰기능과는 달리 수사기능의 상당부분은 국가경찰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문총장의 의도>

김시민: 문총장은 자치경찰의 수사는 검찰이 특별히 통제할 필요가 없지만 국가경찰의 수사는 반드시 검찰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문총장의 말은 결국 검찰의 경찰 수사권 통제는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박교수: 제가 보기엔 그렇게 들립니다. 국가경찰이 수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법(검찰)통제를 말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계속 가자는 것으로밖엔 들리지 않습니다.

김시민: 문총장이 생각하는 자치경찰의 그림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자치경찰의 그림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문총장은 경찰의 수사권이 미국의 연방제 정도로 자치경찰로 이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박교수: 그렇게도 보여 집니다. 만일 그렇다면 의문이 있어요. 미국은 연방검찰이 있지만 주 검찰도 있거든요. 미국식으로 한다면 우리 검찰도 국가검찰과 자치(지방)검찰로 나뉘어야 합니다. 경찰만 자치경찰을 도입할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문총장이 그걸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검찰도 자치검찰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대부분의 사건 처리는 자치경찰과 자치검찰이 처리하고, 나머지 중요 사건만 국가경찰과 국가검찰이 처리하자는 것인가요? 제가 보기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김시민: 그럼 문총장이 자치경찰을 강조하면서 그것을 수사권 조정의 전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요?

박교수: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이야기하긴 어려우니, 불가능한 수준의 자치경찰을 이야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닐까요? (2018.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