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복지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박찬운 교수 2018. 4. 3. 11:31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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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의료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니 국민으로선 환영할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 많은 의사들이 그것을 반대합니다. 의사들은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의료부분(비급여)이 국가 통제 하에 들어갈 것에 대해 우려합니다. 문재인 케어가 강행되면 의사들의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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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이런 반대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구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의료비용은 사회보험 체제인 건강보험에서 지출되지만 의료인 양성, 의료기관의 유지 및 관리는 거의 대부분 민간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병상 수 기준으로 공공의료 비중은 영국 100%, 호주 69.5%, 프랑스 62.5%, 독일 40.6%, 일본 26.4% 입니다.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의료 공급시스템을 갖고 있는 미국도 그 비중이 24.9% 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9.2%(2015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다른 말로 바꾸면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 90% 이상은 민간이 맡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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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국가 통제 하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10만 명 의사들의 삶은 각자도생입니다. 이러니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가지고 이전투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들로선 마음 편하게 살면서 안정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환경에선 의사들에게 의료 공공성을 들먹여보았자 먹힐 수 있는 구호가 아닙니다. 그런 말하면 의사들은 당장 내가 의사 되고, 병원 개원해 운영하는 데, 국가가 돈 한 푼 도와준 게 있느냐고 항변합니다. 내가 투자한 게 얼마인데, 지금 와서 손가락 빨라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을 때, 솔직히 답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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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지금 정도를 유지하고, 국가는 의료기관에 더 이상 간섭을 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의료복지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국민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사회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나마 이 정도로라도 사는 것은 건강보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딱 세 번 병원 문턱을 넘어 보았습니다(아주 어릴 때 늑막염 앓았을 때, 중학교 시절 사고로 코를 다쳤을 때, 대학 때 복통으로 사지가 마비되어 병원응급실 갔을 때). 지금 어떻습니까. 돈 없어 병원 못 간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아직도 병원비는 많은 가정에 큰 부담입니다.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 의료복지를 확대해 가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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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의 방향성은 맞습니다. 지금 하고자 하는 목표(63ㅡ>70%)도 급격하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그 정도는 우리 의료업계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장성 강화 외에 현재 의료업계가 우려하는 몇 가지 사항은 정부도 귀를 기울여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의사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급여 부분의 적정성(적정수가)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영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장성 더 강화하기 전에 그것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주장의 적정성을 따져 보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민간 중심의 의료구조 하에서 그런 대책이 문제의 핵심을 해결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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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부문에서 우리의 핵심적 과제는 공공의료 비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사회보험으로 의료비를 해결하는 세계 어느 나라나 그것은 공통입니다. 지금보다 적어도 2-3배 정도로 시급히 확충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론 공공의료 비율이 전체 의료부문의 50-60%가 돼 의료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민간부분은 1차 의료를, 공공부분은 2, 3차 의료를 담당하는 역할분담 체제로 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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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우리 국민들은 정부에 공공의료 확대를 요구해야 합니다(물론 이것이 지금 아우성치는 의사들의 문제를 해결하진 못합니다. 젊은 의사 혹은 미래 의사의 장래와 직결 됩니다). 대선기간 중 여러 후보들이 공공의료 부문의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선거 이후엔 잠잠합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이 문제가 의료개혁의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건강보험을 살리는 길이며 궁극적으론 우리 의사들이 품격 있는 삶을 살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