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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SNS 친구들

생각해 보니 제가 이 SNS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되어 갑니다. 꽤 시간이 흐른 오늘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를 잠간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란 무엇일까요. 이곳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겐 이 공간에 5천 명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1천 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1만 5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으니 거의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와 이 공간에서 접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평상시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정확히 계산은 안 해 보았지만 제 글에 반응하는 친구와 팔로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전체 수로 보면 2프로 정도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글에 반응하는..

이런 사람이 좋더라

누구는 밤이 선생이라 했지만 저에겐 지하철이 선생입니다. 지하철 타고다니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오늘은 지하철 타고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글은 순전히 지하철 속에서 손가락으로 쓴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생각해 보니 이런 사람입니다. 사실 이런 사람이 제가 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 60년 이상 살아 오면서 조금은 이루었겠지만 대부분 아직도 바라만 보고 있는 중입니다. 1.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 사람은 인상이 좋아야 합니다. 인상이 좋으면 약간의 허물도 그냥 넘어갑니다. 선한 맘으로 선한 행동을 오랫동안 하면 반드시 얼굴에 그것이 나타납니다. 2. 단순하게 살지만 깊게 생각하는 사람 검소하고 담백하게 살면서도 큰 이상을 품고사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Think glob..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친구들에게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친구들에게 선거철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온통 정치에 가 있다. 당연한 일이다. 더욱 현 정권의 실정을 2년간 목도하다 보니 이번 선거가 정권을 따끔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고 있다. 정권 심판을 위해선 능력 있고 심지가 굳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고 우리 시민들은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내 주변에도 이번 선거에 적잖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미 공천을 받아 열심히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공천 절차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연락이 오면 의례 격려를 한다. 이왕 생각을 그리 했으니 꼭 당선해 좋은 뜻을 펼쳐보라고 덕담을 한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선 의문이 드는 때도 많다. 저 친구..

개강에 즈음한 다짐

개강에 즈음한 다짐 오늘 개강입니다. 한 학기 연구년을 보내고 오늘 출근을 해 첫 강의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강의실에 들어올 로스쿨 신입생들은 어떤 친구들일지 궁금합니다. 이들이 몇 년 후 법률가가 된다면 제 40년 후배가 될 겁니다. 긴 세월의 차이가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들에게 후일 기억에 남을 개강사를 해야겠다고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생각을 바꿔야야겠습니다. 특별한 개강사보다는 제 마음 자세나 점검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꼰대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상대를 가르쳐 그들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보다 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그래도 조금은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단상-인생의 벽-

일요일 새벽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일어나 조용히 세상을 돌아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확실한 것은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 하고 싶어도 할만한 것이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에 온듯하다. 20대 아니 30대까지는 세상엔 벽이 없었다. 희망이 있었다. 내가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꿈이 있었다. 40대에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둘 늘어났다. 세상이 온통 안개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50대를 통과해 60대로 들어서니 사방은 난공불락의 벽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이것이 인생이고 철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벽을 넘지 않고서는 새 세상은 오지 않는다. 이 벽을 깨지 않고서는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

정치적 혐오 표현을 추방하자

우리 사회가 공동체로서 살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선 횡행하는 혐오표현을 시급히 추방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특질인지, 최근의 특이한 풍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혐오 표현이 우리들 언어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까진 이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 장애인, 외국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바탕으로 그들을 모욕, 비하, 멸시하거나 차별하는 행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적 언어 속에 들어 있는 혐오표현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공간을 포함해 온라인 공간 어디에서라도 부정적인 편견을 바탕으로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노빠, 문빠, 개딸, 수박 등의 표현이 그것들입니다. 저는 이런 ..

인권법 제3개정판

나의 전공서인 인권법 제3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여기에 서문을 게시한다. ------ 인권법 제3개정판 서문 대한민국 인권법 30년 역사를 회고하며 인권법 제2개정판을 낸 지 8년이 지났다. 교과서란 성격을 갖고 출판했으니 이미 한참 전에 제3개정판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변명을 하자면 개정판을 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별히 지난 3년(2020년 1월~2023년 2월)간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으로 일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공무 외에 연구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학교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비로소 내 본업으로 귀환했음을 느낀다.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해야 할 때..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200쪽이 안 되는 소책자이지만 내게 주는 울림이 크다. (신아연 지음). 어제 저녁 서가의 책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낯선 책이다. 내가 이런 책을 샀는가? 약간의 호기심에 겉표지를 넘기니 명함 한 장이 나왔다. 신아연. 모르는 이름이다. 생각을 더듬으니 작년 어느 토론회에 가서 받은 책과 명함이다. 나는 그날 조력사망에 관한 세미나 좌장으로 나갔다가 토론회가 끝난 뒤 청중 한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바로 그분이 이 책의 저자였다. 그날 나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고 책을 받아 집으로 가지고 와 1년 동안 모셔 두다가 어제서야 우연히 읽게 된 것이다. 저자에게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조력 자..

의대 정원 논의 총선 이후로

정부가 내년부터 의대 연간 정원을 현 3000명 수준에서 5000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한다. 단번에 65프로를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환영하지만 의료계는 완강히 반대한다. 과연 이런 의사 증원이 우리가 안고 있는 의료문제를 개선하는 만능키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몇 번 이곳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 글은 그 이야기들을 현재의 시점에 맞춰 다시 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의사들이 특정 지역을 선호하고, 특정 분야(필수의료)에선 아예 일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결정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우연히 한 페친이 올린 글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가 최근 책을 냈다는 것이다. 그의 담벼락을 찾아가 보니 바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얼굴은 예전의 그가 아니지만 중후하게 늙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잘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이자 수필가, 걸어 다니는 인문학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이 조금 있으면 40년이 된다. 젊은 시절 강원도 어느 부대에서 그를 만났다. 제대한 뒤 한두 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차 한잔 같이 마시질 못했다.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뿐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페친의 담벼락에서 그의 소식을 들으니 내 무심함에 미안함을 느낀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