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30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나는 왜 남미에 갔는가-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 -나는 왜 남미에 갔는가- 남미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먼 곳이었다. 가기 힘든 곳이었다. 작년 12월 13일 한국을 떠났다. 로스엔젤레스를 경유해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상파울로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거기서 또 비행기를 갈아 타 인천으로 돌아왔다. 시계는 2024년 1월 12일 오후를 가르키고 있었다. 오고 가는 것만으로 지구를 완전히 한 바퀴 돈 것이다. 이제껏 해 본 여행 중 가장 먼 곳을 가장 길게 돌아다녔다. 이런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이나 건강을 고려할 때 다시 이런 여행을 한다면 천수를 누리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이 내 스스로에게 준 최고의 선물,..

신원권(伸冤權)과 국가의 의무

사람이 살다보면 원통한 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내 피붙이가 어떤 사고(재난)로 갑자기 눈에서 사라졌는데 그 시신마저 찾지 못한다면 그 원통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정황으로보면 죽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장사도 치르지 못하고 망연자실 이제나저제나 하늘만 보며 살아야 한다. 시신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고이 장사를 지내고 죽은 자의 명복을 빌어줄텐데 그것을 못하니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신원 (伸冤) 이란 단어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 한자 뜻을 들여다보면 '원통함을 풀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애도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죽은 이를 생각하며 마음 속의 애절함을 푸는 것.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 사람과 영원한 작별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아래 글은 내 책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의 후기이다. 이 책이 어떤 삶 속에서 나왔는지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나의 삶은 단순하다. 그렇지만 생각은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나는 일과가 끝나면 대체로 곧장 귀가해서 잠시 운동을 한 다음 하루를 정리하고 바로 취침(10시 전)에 들어간다. 5-6시간 잠을 잔 다음 새벽 4시 전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한다. 맑은 머리로 두 시간 이상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6시가 되면 부엌에 나가 과일샐러드를 만들고 빵을 구운 다음 우유나 커피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8시 출근. 주말에는 주변 산책을 하고 잘 가는 카페에 가서 카페라테 한 잔을 마신다..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지난 2월 공직 퇴임 후 오랜만에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봄학기는 3년 만에 수업을 하는지라 좀 부산하게 보냈지만 학기가 끝난 후부터 오늘까지 만 5개월 동안은 적막한 일상을 보냈다. 마침 한 학기 안식년이 주어졌기에 이런 생활이 가능했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6시가 되면 간단히 조리해 아침 식사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한 다음 오전 글쓰기를 한다. 11시가 되면 점심을 간단히 하고 산책길에 나선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잔을 마신다. 두 시쯤 집에 돌아와 오후 글쓰기에 몰두한다. 4시가 넘으면 아파트 내에 있는 스포츠 시설에서 실내 자전거를 30분쯤 세게 탄 다음 약간의 근육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가서 땀..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언론인터뷰-

출간 이후 몇 군데 언론사의 인터뷰가 있었다. 여기에 그것을 모두 모아본다. 1. 오마이 뉴스 https://omn.kr/26khe "인권위, 이명박근혜 정권보다 지금이 더 심각" [인터뷰] 저자 박찬운 전 인권위원에게 묻다 ① www.ohmynews.com https://omn.kr/26kho "국가인권위 3년간 무슨 일이... 여기 다 있어요" [인터뷰] 저자 박찬운 전 인권위원에게 묻다 ② www.ohmynews.com 2. 한겨레 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8473.html 내가 경험한 3년, 인권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권위 상임위원과 군인권보호관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ww.hani.co.kr 3. 시사..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 최대의 위기, 인권위는 어떤 인권위원을 필요로 하는가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가 기록한 인권위 3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시끄럽다. 혹자는 인권위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도 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권위원 구성원이 바뀌자 인권위 운영에 큰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며 인권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법 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가 지난 3년간(2020년 1월-2023년 2월) 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 초대 군인권보호관 겸직)을 역임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권위가 어떤 조..

나의 나태함을 날려 버린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나의 나태함을 날려 버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나라 거덜 날 것 같아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길 바랐던 이명박과 박근혜 시절이 그리울 정도다.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정권이지만 애당초부터 그것을 바랄 순 없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착잡하고 머리 속엔 좌절, 절망, 포기 같은 부정적 단어만 맴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자기 최면을 걸자, 결코 여기서 멈추지 말고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자. 사람이 하는 일이니 분명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영화 한 편이 나의 나태함에 경종을 울린다. 성실하게 산다고 자부했지만 이 영화를 보니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몸이 예전과 같아 나도 이제 늙은 모양이라고 스스로 ..

영화이야기 2023.11.17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부쳐- 세월호 참사도 이태원 참사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문명국가에서 중인환시리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분명히 그것은 불가항력의 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히 인재였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그 책임만 다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더 기가 막히고 더 참담한 것은 참사 그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사정이다. 아무리 민주국가라 해도, 아무리 선진사회라 해도 사고는 있을 수 있고, 때론 인재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당연히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정 책임자(대통령)는 참사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이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3.10.29

의료개혁의 핵심은 공공의료에 두어

요즘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하나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보다는 반대 분위기가 센 것 같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특별한 반대급부 제공 없이 밀어부친다면 격렬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고, 과거의 예처럼 결국에는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는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해 몇 번 이곳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문제 중 심각한 것은 의사들이 특정 지역을 선호하고 특정 분야에선 아예 일하지 않으려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다. 저출산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특정과는 거의 소멸 위기에 처했다. 산모들이 아기를 낳을 ..

일상이 철학이다

신간 “일상이 철학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회를 만드는 길- 철학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으면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원리 즉 인생관,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써있다. 서양의 philosophy를 한자 문화권에서 철학이라고 최초로 번역한 이는 일본의 니시 아마네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왜 그것을 philosophy의 어원대로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y의 어원인 희랍어 ‘필라소피아’는 love of wisdom의 뜻임) 즉 ‘애지’(愛智)로 옮기지 않고 철학(哲學)이라고 옮겼는지 궁금하다. 철(哲)은 밝다는 의미이고 학(學)은 배운다는 의미이니, 철학은 ‘무언가를 깊이 연구해 모호했던 것을 밝게 드러낸다’는 의미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는 어제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