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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자의 책무--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살아있는 자의 책무--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신원권(伸寃權)이란 권리가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나머지 구성원이 그 진상을 밝혀내고 본인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판례에서도 가끔 보이는 권리이다. 우리나라에선 이 권리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가에 의해 개인이 그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침해당했음에도 서슬 퍼런 권력 때문에 오랜 기간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가의 존립근거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 제대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원한 있는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그 원한을 풀어줘야 한..

법률가가 문학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법률가가 문학을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지난 한 달 동안 과 완역본을 읽었습니다. 즐겁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고통도 경험한 장정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소설 속에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바쁜 와중에 왜 이런 책들을 읽었을까?" 어제 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가 새로 배달된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의 . 이 책은 얼마 전 저의 동학이자 페친인 채형복 교수님(경북대 로스쿨 국제법 교수이자 시인)이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누스바움은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철학자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분입니다. 이분은 정의와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의 강의에도 곧잘 언급되는 분입니다. 제가 보기엔 누스바움은..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법원 민주화, 그 청사에서 본다 페북에 온통 세월호 이야기군요. 저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딴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건축물은 한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을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라고 합니다. 소위 문화유전자가 가장 잘 계승되는 분야죠.서초동 법원청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오래전부터 이 건물의 비민주성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문명화된 민주주의 국가의 법원 청사 중 이 건물과 필적할만한게 있을까요. 한 마디로 서초동에 가면 가슴이 꽉 막힙니다.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은 서초동 교대역을 나가는 순간 허상이란 걸 깨닫죠.이 건물은 우리나라 건축사에서 한 획을 긋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데 저는 왜 이분을 그리도 칭송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이 분이 사실 과거 박종철..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청년들이여, 일어서라!

[기로에 선 한국의 민주주의, 청년들이여, 일어서라!] 결과를 예측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 보궐선거 결과를 보니 새삼스레 한국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음을 절감한다. 여당이 완승을 했다는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암울함에 있다. 물론 야당의 선거참패의 일차적 이유는 분열에 있다. 분열만 없었다면 건질 수 있는 곳은 몇 곳 있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그것보다는 이런 정치적 국면에서도 여당 후보자가 50% 이상(한곳만 43%)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야권분열을 고려한다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도대체 민심이 선거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최대의 문제다. 어제 평균 투표율이 36%라고 한다. 4곳에서 승자는 대체로 5..

추억의 사진-칼레의 시민

오늘 사진은 로댕의 이다.일본 동경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 입구에서 찍은 것이다.로댕, 누구나 아는 프랑스가 나은 최고의 조각가다. 로댕의 대표작 두 개만 들라면 하나가 , 또 하나가 일 것이다.칼레는 도버해협 근처의 프랑스 도시다. 칼레는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백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영국은 단기간 내로 칼레를 함락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공격을 해도 이 조그만 도시는 무너지지 않고 집요하게 항거했다. 결국 이 도시는 함락되었지만 영국왕의 분노는 극에 달해 시민을 다 죽이기로 했다. 다만 시민을 대신하여 죽겠다는 사람 6인만 나타나면 도시를 살린다고 했다.그때 이 도시의 변호사 등 명망가들이 목에 밧줄을 감고 죽기를 자원한다. 그래서 칼레는 파괴..

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몇 년 전 스웨덴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그곳에 관한 책 몇 권을 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이란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북구라파의 복지국가라는 정도? 그것이 내가 아는 스웨덴의 전부였다. 그 때 산 책 중에서 내게 스웨덴의 면모를 가장 쉽고, 내용 있게 알려준 게 신필균 선생의 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복지전문가로서 오래 동안 스웨덴에서 살았던 경험에 기초하여 쓰여 진 책이었기에, 어떤 책보다도 복지국가를 이해하고자 했던 내게, 최상의 정보를 제공했다. 오늘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이 책을 꺼내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얀테라겐’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얀테라겐(..

대학 경쟁의 허와 실

대학 경쟁의 허와 실 [요즘 중앙대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중앙대 문제는 중앙대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모든 사학, 모든 대학의 문제입니다. 중앙대 문제는 대학 경쟁의 실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 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4년 전 이 문제를 경향신문의 한 시론에서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4년이 지난 오늘 이 글을 꺼내 읽어보니 한 자도 바꾸지 않고 다시 신문에 게재하고 싶습니다.] 12세기 이전만 해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나라였다는 것이 세계사의 상식이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 세계의 중심축은 급격히 유럽으로 기울어졌다. 유럽이 중국을 앞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대학의 출현이다. 유럽에는 학문의 자유를 누리는 대학이 탄생하여 그 대학을 중심으로 사상과 과학의 혁명이 준비되었다. 이것..

만년필과 잉크에 담긴 추억

만년필과 잉크에 담긴 추억 내 책상 속에는 귀한 만년필 한 자루가 있다. 가격도 꽤 나가겠지만 내겐 추억이 가득 담긴 만년필이다. 나는 그것을 특별한 경우에 사용한다. 내 저서를 누구에게 선물할 때, 마음먹고 손 편지를 쓸 때... 이 만년필에 사용하는 잉크 또한 특별하다. 자그만 치 17년이나 된 잉크다. 살 때도 수퍼 블랙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농도는 더욱 더 진해졌다. 수퍼 수퍼 수퍼 ... 블랙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아주 옛날이야기다. 내가 사법시험 수험생활을 한참 할 때이니 33-4년 전의 일이다. 그 때 내 주변에는 A라는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선후배 누구로부터도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던 사람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그 선배와 같이 공부하고 함께 잠을 잤다. 그 선배의 영향을..

사시존치 신중해야 한다

사시존치 신중해야 한다 변호사단체를 대표하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히 사시존치를 위해 맹렬하게 노력하고 있고,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대법원도 최근 사시존치가 논의의 대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정치권은 한 발 더 나가 적극 호응의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변호사단체, 정치권 그리고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음 사항을 고려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1. 사시존치를 한다면 어떤 사람들이 사시에 응시할 수 있을까? 앞으로 2년 후면 전국의 25개 로스쿨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법대졸업생은 완전히 없어진다. 그 상황에서 사시가 존치되면 누가 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까? 예상되는 대상자는 우선 법학을 수학하지 않은 학부생 및 졸업생, 법학부를 가지고 있..

학문하는 자세

학문하는 자세 중앙대 사태를 보면서 대학의 현실을 알았을 겁니다. 한국의 대학은 자본과 권력에 종속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학문이란 기업과 권력을 위한 지식생산, 인간생산에 다름 아닙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야기합니다. 대학에는 학문하는 사람,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요.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라고요. 도대체 학자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학자일까요. 학자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저는 오늘 학문하는 자세, 학문하는 이의 열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없이는 어떤 학문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과 같은 현실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참 어쭙잖은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한심한 현재를 이길 수 있는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