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 13

눈물겨운 나의 폐강 이야기 ㅎㅎ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눈물겨운 나의 폐강 이야기 ㅎㅎ-를 읽고- 사실 몇 년 전부터 불안한 조짐이 보였지만 막연한 낙관론을 믿고 그냥그냥 넘겼다. 그러다가 지난 학기부터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내 학부 교양과목에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자유의 인문적 사색’이라고 하는 이 교양과목은 내가 수 년 전 대학본부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보조받고 만든, 한 마디로 나의 야심작이며, 우리 학교 명품교양 과목 중 하나다. 그런데 그게 설강 초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급기야 폐강사태까지 간 것이다. 나로선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어떤 과목보다 성의를 다했고, 그것 때문에 없는 시간 쪼개 글을 써, 교양서까지 한 권(자유란 무엇인가)을 출간했는데...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뭔가 내가 학생들의 ..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연 사람들 -소설 <아버지의 새벽>을 읽고-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연 사람들-소설 을 읽고- 내가 살아 온 지날 시절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10여년 후에 태어난 나는 이제 50대 후반이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죽은 이승복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공산주의에 적개심을 불태웠다. 고등학교 시절 10.26이 일어났다.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학교에 가니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은 휴교라서 즐거워했지만, 나는 국부가 서거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국군장교로 임관한 1987년 이후였다. 나는 대학시절 고시공부만 했기 때문에, 매년 5월이 되어 많은 학생들이 광주의 진상을 밝히라고 데모를 하는데도,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학창생활을 보..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이 사건이 과거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전임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단체장을 찍어냈던 사건과 비견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당시 유장관은 아무 일 없이 장관직을 끝냈다. 과연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상적인지, 과도하지는 않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검찰을 대하는 방법이 전임 정권과는 판이했다. 전임정권은 검찰을 청와대의 하명 수사기관으로 완벽하게 복무시켰다. 검찰을 잘 아는 비서실장(김기춘)과 민정수석(우병우)를 통해 검찰인사를 장악하고 그들의 측근을 핵심 포스트에 포진시켰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곧잘 정권의 구미에 맞는 정치적 사건..

엄중한 정치현실에 한마디 합니다

엄중한 정치현실에 한마디 합니다 한동안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될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믿고 잘 되기만 빌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를 돌아보면 구한말 비분강개한 지사들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의 힘으론 국가의 위기를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크게 울부짖은 다음, 가슴에 비수를 꽂은 그 마음 말입니다. 관 뚜껑을 닫고 못을 쳐 황천으로 보내져야 할 자가 다시 일어나 정권을 잡겠다고 합니다. 역사의식이나 정의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자가 촛불시민의 열망인 개혁 작업을 허구한 날 막고 있습니다. 어이상실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

효도에 대한 고백

효도에 대한 고백 내가 요즘 효자 소릴 듣고 있다. 매일 두 세 번씩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를 찾아가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하지 마시라. 나는 아무리 보아도 효자가 아니다. 나는 그저 최소한의 자식 도리를 기계적 습관으로 실천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젠가 부덕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슴속에 마냥 간직하고 살 것도 아닌 것 같아 이 자리에 잠시 내 ‘효’의 실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의 ‘효’는 노인복지의 부재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효란 노인복지가 안 된 사회에서 개인의 노후를 각각의 가정이 책임지도록 정신적으로 강제하는 도덕관념이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노인들도 북유럽의 노..

안희정, 김학의, 정준영이 진정 모르는 것

안희정, 김학의, 정준영이 진정 모르는 것 요즘 뉴스를 보면 성폭력 사건이 도배를 한다. 안희정, 김학의, 정준영과 같은 유명인사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들 사건의 원인과 배경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가장 원초적인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사실 섹스라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섹스의 목적이 자손의 번식을 넘어 인간의 본능을 만족시키는 데 있다면, 그들은 그 만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오는지, 어떻게 하면 그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를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은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남성 아니 여성마저도 모르는 것 아닐까. 나는 작년 11월 이곳에 섹스와 행복에 대한 단상을 쓰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조금 자극적인 말이지만,..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 -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배리 골드워터의 을 읽고-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 보수와 진보를 둘러싼 이념논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것은 국가운영의 기본적 틀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 속에 살아가는 구성원의 삶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은 피할 수 없으며 어쩜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보수주의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은 미국으로 교육을 떠나 거기에서 미국의 보수주의를 배워와 우리 사회에 이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우리 보수정당의 많은 의원들이 증세에 반대하고 복지정책에도 반대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시대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런..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어쩌다 보니 생노병사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가족을 옆에 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숙환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본인은 물론 가족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주말 시내를 나가보면 광장은 태극기로 덮여 있고 노인들이 알 수 없는 함성을 질러댄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을 지나가지만 노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머릿속 뇌를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먹어 가면 뇌가 굳는다. 머릿속은 과거의 삶에서 만들어진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성격은 점점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 그런 노인이 젊은이들과 대화가 될 리 없다. 당연 기피 대상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뇌를 말랑말..

비핵화의 관점 갖기

비핵화의 관점 갖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언론에선 연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신문에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 논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선 이들의 말을 선뜻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비핵화에 관한 기본적 관점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에 대해 한 마디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1. 북한 비핵화는 그 자체로 절대적 선인가?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절대적 선이자 절대적 명제로 인식한다. 이런 태도는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기엔 조건을 걸 수도 없고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북한은 사악한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나라가 핵무기를 갖게 해..

다시 한 번 남북관계의 기본시각을 정립할 때이다

다시 한 번 남북관계의 기본시각을 정립할 때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일부 언론과 극우세력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공격을 해대고 있습니다. 북미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문대통령이 고작 한 것이라곤 북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미국에 전달하는 역할 외에 한 게 없다는 것입니다(미국의 블룸버그가 그런 기사를 냈다고 몇 몇 언론에선 크게 보도하고 있음). 남북문제 혹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연일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고 있지만 실체에 근접한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이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긴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제겐 언론 보도 외에 특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디테일한 전술적 이야기를 쓸 수 없습니다. 대신 제가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