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 5

8번이나 이름이 바뀐 도시, 리비우-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한 죄의 기원-

1. 법률전문가들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와 집단살해죄(Genocide, 제노사이드)란 범죄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법은 있지만 한 번도 이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어 적용된 예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엔 이런 범죄를 규율하고 있는 법률이 있다. 이 법률에 정한 범죄는 일반적인 형사범죄와 달리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범죄가 발생한 후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이 법률에서 정한 범죄에 대해선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이 있어 우리나라나 우리 국민과 전혀 관계없는 나라에서 발생해도 우리나라 법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 이 법률이 바로 2..

행복에 대하여-평온한 삶,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삶의 만족도가 행복과 직결된다면, 행복의 정의 대신 행복의 조건은 말할 수 있겠지요. ‘이러이러한 조건일 때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라고요. 오늘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내겐 그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 저녁을 맞이해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삶의 평온이 깨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제가 가장 바라는 행복의 조건입니다. 공기나 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그것이 없을 때 바로 느끼듯 삶의 평온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평온이란 평상시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 어쩜 그 평온 속에 산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 평온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게 되는 것이지요. 한동안 지속되었던 제 삶의 평..

이미선 재판관 후보자에게 바란다

나는 이미선 후보자를 모른다. 아쉽게도 내겐 헌재재판관으로 그가 적격자인지 마땅한 정보가 없다. 재산문제가 불거졌고 그로 인해 여론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로선 그것은 결정적 하자가 아니라고 본다. 주식거래행위에 불법이 없었다면 그것 때문에 낙마되어선 안 된다. 내게, 나아가 문대통령의 지명권을 존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가 헌재재판관으로서 능력과 소신을 갖춘 법률가인가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평가를 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 다만 내가 존경하는 몇몇 법조인들이 후보자의 능력과 소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을 보고 다소 믿음이 가는 정도다. 이미선 후보자가 가장 염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재산문제 소명보다 소신과 능력에 대해 신뢰를 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왜 필요한가

제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글을 쓰니, 몇 몇 후배 변호사들이 (심하게 까진 못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1.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은 우리 사법절차에서 시급한 제도가 아니다, 왜 중죄인에게 국가예산을 써서 변호인 조력을 제공하느냐,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형사공공변호인을 찬성하는 것은 우리의 형사사법절차가 갖는 본질적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는(일본도 유사함)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검사가 재판에 회부하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99%입니다. 이것이 일본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밀사법(精密司法)의 실상입니다. 이것은 억울한 사람이 재판과정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논란에 대하여

(고성, 속초 지역에 산불이 났습니다. 조속히 진화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1. 정부가 수사단계의 국선변호제도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자 변호사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대 내용을 보면 확연히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쪽은 이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며 결사반대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제도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운영주체를 변호사단체(대한변협)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부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이 논란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2.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제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수사초기의 인권보장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형사절차에서 인권침해(고문, 강압적 심문, 회유 등등)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단계가 수사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