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69

어느 애송이 변호사의 비애

다음 달 초 변협이 주최하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옛날 앨범을 꺼내 보았다. 30여 년 전 변호사 초년 시절 글이 보관되어 있었다. 1990년 12월 13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인데, 제목이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낸다. ‘애송이 변호사의 비애‘. 내가 이번 토론회에 나가면 이 말부터 해야겠다. “... 어느 지방법원에서 있었다고 하던데, 연수원을 나와 바로 개업한 젊은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수임하여 보석청구를 하였다 한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는데 보기 좋게 ‘보석기각’ 그런데 이 사건이 현직에서 갓 나온 어느 소위 힘 있는 변호사에 의해 다시 보석 청구되었다고 한다. 며칠 후의 결과는 ‘보석허가’. 참으로 이러한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뭇 사람들이 변호사에게 깡통 찬 소크..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연 불가능한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 법률안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단 좋은 현상이다. 그간 이 개정 법률안에 대해선, 경찰은 찬성하고 검찰은 완강히 반대하고, 더욱 오랜 기간 양 기관간의 반목이 심해 원만한 조정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오로지 정치권에 의한 타결만 기대될 뿐이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최대 쟁점은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여부다. 검경이 이들 문제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전 현직 이론가로 불리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검찰의 존재의의는 수사과정의 사법적 통제다. 그러..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왜 필요한가

제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글을 쓰니, 몇 몇 후배 변호사들이 (심하게 까진 못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1.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은 우리 사법절차에서 시급한 제도가 아니다, 왜 중죄인에게 국가예산을 써서 변호인 조력을 제공하느냐,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형사공공변호인을 찬성하는 것은 우리의 형사사법절차가 갖는 본질적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는(일본도 유사함)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검사가 재판에 회부하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99%입니다. 이것이 일본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밀사법(精密司法)의 실상입니다. 이것은 억울한 사람이 재판과정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논란에 대하여

(고성, 속초 지역에 산불이 났습니다. 조속히 진화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1. 정부가 수사단계의 국선변호제도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자 변호사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대 내용을 보면 확연히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쪽은 이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며 결사반대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제도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운영주체를 변호사단체(대한변협)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부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이 논란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2.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제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수사초기의 인권보장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형사절차에서 인권침해(고문, 강압적 심문, 회유 등등)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단계가 수사단계..

-법률가의 최소한의 양심, 사법농단에 분노해야-

-법률가의 최소한의 양심, 사법농단에 분노해야- 2018년 6월 사법농단 사태 규탄대회, 서초동변호사회관 앞 나는 능력도 딸리고 실수도 적잖게 한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훈계조의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2018년을 보내면서 한 부류의 사람들에겐 한마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가들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법률가라는 직업을 갖고 그것을 통해 먹고 살아왔고 여기까지 왔다. 그 직업은 내겐 자랑이었고 긍지였다. 내가 누구보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강하다면 그것은 그 직업과 관련이 있다. 그런 내가 사람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 법률가란 직업 때문이다. 그런 내가 자괴감이 든다, 법률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사태는 그 사건 자체의 심각성 이상으로 이 사회에..

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대하여

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대하여 대한변협 회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입후보한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어, 자칫 선거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변협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나는 변호사 초년시절부터 변호사회 활동을 해왔다. 변호사 활동을 했던 15년이란 기간이 모두 변호사회 활동과 관계있다. 그런 이유로 내겐 변호사회가 친정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에도 변호사 회관에 가면 감회가 남다르다. 젊은 시절 내 열정을 온전히 쏟은 곳이 바로 그곳이니.... .언젠가 변호사회 역사를 한 번 정리해 보아야겠다. 아마도 이 분야라면 내가 적임일지 모르겠다. 역사도 잘 알고 주워들은 이야기도 많으니. 일제시대부터 오늘까지 그 역사를 정리하면 우리 법조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에도 크..

심각한 경찰인사의 현실 -구조적 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기 힘들다-

심각한 경찰인사의 현실 -구조적 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 성공하기 힘들다- 이 정부 들어서서 경찰개혁위원이 된 덕에 경찰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그동안 경찰을 권력의 시녀 정도로 여기고 비난을 했을 뿐, 그 원인이나 대안을 제시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경찰이 그런 비판을 왜 받아야 했는지 그 이유가 눈에 들어옵니다. 대안도 손에 잡힙니다. 경찰의 미래를 위해 그것들을 말해야 할 때입니다. .어제 경찰 지휘부 인사가 있었습니다. 경찰청장 바로 밑 계급인 치안정감 6 자리 중 3 명과 그 아래 계급인 치안감으로 승진하는 4명의 인사가 있었지요. 작년부터 개혁위원으로, 또 최근엔 수사정책위원으로 경찰청을 자주 오가다보니, 이번 승진자 중 몇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박찬운(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2018년 10월 30일 국회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박주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 그리고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박주민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나는 이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하였다. 전문을 싣는다. 기본입장나는 그동안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하여 기존 제도 하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왔다. 우리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재판진행을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제도도 법원이 적정한 배당원칙만 세운다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연이 없는 판사들로 재판부를 ..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나의 입장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나의 입장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자한당이 끝까지 반대하는 한 입법이 쉽지 않고, 법률가들 사이에선 이 특별법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헌법률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페친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는 의미에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나는 아래 이야기를 법리적 차원에서 다듬어 오는 30일(화요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에 가서 이런 이야기해도 듣는 사람이 기 십 명에 불과하다. 나로선 그것보다 만 명 넘는 페친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낫다. 그게 내가 SNS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1. 박주민 의원안의 골자우선 현재 나와 있는 특별법안을 ..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사법농단 사태가 국민들 입에 오르내린 지 이제 한참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꺼버리고 빨리 마무리되기만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적당히 넘길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뿌리 채 흔들린 사건이다. 이번에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 . 짧은 시간 내에 사법농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었다. 책임 있는 대법관과 고위 법관들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물러나 근신에 들어갔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새로운 대법관으로 채워져 환골탈태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하급심 법관들도 이 사태의 중대성을 알고 그에 맞는 판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