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98

북 콘서트 인사말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북 콘서트 인사말‘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박찬운입니다. 긴 겨울이 끝났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봄은 왔는데 봄같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완연한 봄날입니다. 여러분을 이곳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오신 분 들 중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저를 보는 것이 처음이지요? 어떻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인상이 괜찮습니까? (웃음) 우리는 그동안 전기만 꺼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21세기가 만든 새로운 인연이었습니다. 이 인연은 혈육의 인연, 동창의 인연 등과 같이 우리의 육신이 만나 왔던 인연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로지 우리의 마음으로만 연결된 인연입니다. 몸이 연결되지 않으니 가벼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때론 육신의 만남보다 더 순수..

인권법 제3개정판

나의 전공서인 인권법 제3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여기에 서문을 게시한다. ------ 인권법 제3개정판 서문 대한민국 인권법 30년 역사를 회고하며 인권법 제2개정판을 낸 지 8년이 지났다. 교과서란 성격을 갖고 출판했으니 이미 한참 전에 제3개정판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변명을 하자면 개정판을 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별히 지난 3년(2020년 1월~2023년 2월)간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으로 일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공무 외에 연구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학교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비로소 내 본업으로 귀환했음을 느낀다.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해야 할 때..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200쪽이 안 되는 소책자이지만 내게 주는 울림이 크다. (신아연 지음). 어제 저녁 서가의 책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낯선 책이다. 내가 이런 책을 샀는가? 약간의 호기심에 겉표지를 넘기니 명함 한 장이 나왔다. 신아연. 모르는 이름이다. 생각을 더듬으니 작년 어느 토론회에 가서 받은 책과 명함이다. 나는 그날 조력사망에 관한 세미나 좌장으로 나갔다가 토론회가 끝난 뒤 청중 한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바로 그분이 이 책의 저자였다. 그날 나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고 책을 받아 집으로 가지고 와 1년 동안 모셔 두다가 어제서야 우연히 읽게 된 것이다. 저자에게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조력 자..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아래 글은 내 책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의 후기이다. 이 책이 어떤 삶 속에서 나왔는지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나의 삶은 단순하다. 그렇지만 생각은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삶은 단순하게, 생각은 깊게’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나는 일과가 끝나면 대체로 곧장 귀가해서 잠시 운동을 한 다음 하루를 정리하고 바로 취침(10시 전)에 들어간다. 5-6시간 잠을 잔 다음 새벽 4시 전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한다. 맑은 머리로 두 시간 이상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6시가 되면 부엌에 나가 과일샐러드를 만들고 빵을 구운 다음 우유나 커피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8시 출근. 주말에는 주변 산책을 하고 잘 가는 카페에 가서 카페라테 한 잔을 마신다..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언론인터뷰-

출간 이후 몇 군데 언론사의 인터뷰가 있었다. 여기에 그것을 모두 모아본다. 1. 오마이 뉴스 https://omn.kr/26khe "인권위, 이명박근혜 정권보다 지금이 더 심각" [인터뷰] 저자 박찬운 전 인권위원에게 묻다 ① www.ohmynews.com https://omn.kr/26kho "국가인권위 3년간 무슨 일이... 여기 다 있어요" [인터뷰] 저자 박찬운 전 인권위원에게 묻다 ② www.ohmynews.com 2. 한겨레 신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8473.html 내가 경험한 3년, 인권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권위 상임위원과 군인권보호관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ww.hani.co.kr 3. 시사..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 최대의 위기, 인권위는 어떤 인권위원을 필요로 하는가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가 기록한 인권위 3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시끄럽다. 혹자는 인권위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도 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인권위원 구성원이 바뀌자 인권위 운영에 큰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이며 인권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많은 사람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주목할 만한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법 학자이자 인권변호사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가 지난 3년간(2020년 1월-2023년 2월) 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 초대 군인권보호관 겸직)을 역임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권위가 어떤 조..

일상이 철학이다

신간 “일상이 철학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회를 만드는 길- 철학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으면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원리 즉 인생관,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써있다. 서양의 philosophy를 한자 문화권에서 철학이라고 최초로 번역한 이는 일본의 니시 아마네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왜 그것을 philosophy의 어원대로 ‘지혜에 대한 사랑’(philosophy의 어원인 희랍어 ‘필라소피아’는 love of wisdom의 뜻임) 즉 ‘애지’(愛智)로 옮기지 않고 철학(哲學)이라고 옮겼는지 궁금하다. 철(哲)은 밝다는 의미이고 학(學)은 배운다는 의미이니, 철학은 ‘무언가를 깊이 연구해 모호했던 것을 밝게 드러낸다’는 의미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는 어제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이 시대의 사상가가 쓴 동화 <엄마는 어디에>

https://www.youtube.com/live/idn-WxgETZ4?feature=share 2023. 6. 10. 서초동에서 이도흠 선생의 북콘서트가 있었다. 이 북콘서트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눈부처 철학을 짧은 시간에 설명했다. 특강이 끝난 뒤에 나도 출연해 잠시 이선생을 소개하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휴일 새벽에 일어나 숙제 하나를 끝냈다. 한양대 이도흠 교수가 생애 최초로 쓴 동화 를 읽었다. 읽고 나니 이것이야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동을 위한 책이지만 그보단 어른용 동화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이 시대의 사상가 이도흠 교수의 모든 철학이 동화의 형식과 표현으로 압축되었으니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도흠을 소개해야겠다. 수년 전 나는 그의 대저..

'배움의 발견'(Educated), 교육이란 무엇인가?

오랜만에 책 한 권을 감동 깊게 읽었다. 타라 웨스트오버(Tara Westover)의 ’배움의 발견‘(Educated, 김희정 옮김). 얼마 전 둘째 딸과 대화 중에 소개받은 책인데, 2018년 출판되어 뉴욕타임지 최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비롯해 40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16세까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17세가 되어서야 대입자격시험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 뒤, 급기야 케임브리지 역사학 박사가 되었다는 미국 어느 깡촌 출신 여성의 입지전적인 이야기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책을 주문해 지난주부터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읽었는데, 진도를 나가지 못하다가 이번 주말을 이용해, 500쪽이 넘는 책 전체를 비교적 꼼꼼히 읽었다. 타라 웨스트오버. 1986년 생이니 올해 36세,..

실천 문학가 임헌영의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을 읽고

“제가 가장 선망하는 빅토르 위고는 ‘진보’를 "인류의 집단적 걸음걸이" 이자 "국민들의 영원한 생명"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이념의 시대가 갔다고 우려도 인류는 영원히 진보합니다. 그건 진리입니다. 진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미래이며 희망입니다.”(책 서문 8쪽) 방금 전 을 다 읽었다. 몇 달 전 나온 문학가 임헌영의 일대기를 그와 한양대 유성호 교수가 대담한 책이다. 700쪽의 두툼한 볼륨이다. 십여 년 전 리영희 선생의 일대기를 선생과 임헌영이 대담한 책이 라는 이름으로 나왔는데, 이 책은 그 책과 견줄 수 있는 책이다. 는 주로 리영희 선생의 쓴 책을 중심으로 선생의 생각을 듣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문학가인 임헌영이 말하는 당대의 문학과 정치 그리고 역사 이야기다. 그의 가족사, 민족사,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