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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쉼터, 서울성공회대성당

박찬운 교수 2017. 4. 11. 06:21

도심 속의 쉼터, 서울성공회대성당

 


성당 입구 에서 본 성당 전체 모습, 이중벽체의 로마네스크식, 영국 성공회 교회에서 자주 보는 중앙탑이 보인다.


빨리 정치의 계절이 갔으면 좋겠다. 눈만 뜨면 문모닝, 안모닝... 나 자신도 그 속의 일부가 되어간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영혼 속의 평화를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시청 근처에서 회의가 있어 나가는 길에 성공회 서울대성당을 들렀다. 가끔 가보는 곳이지만 찬찬히 성당 전체와 그 내부를 본 적이 없다. 오늘은 한 번 이 성당을 제대로 보리라. 주변을 둘러보고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 도심 속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이곳은 성소이지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심의 쉼터다.

 

성당 뒤 앱스


성공회는 영국의 국교회라고 하는 Anglican Church 가 한국에 파송한 교회다. 정식명칭은 대한성공회. 서울, 부산, 대전 3개 교구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밑에 130여 개의 교회와 250여 개의 사회선교시설, 성공회대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성공회는 70-80년대 암울한 정치상황 중에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민주화투쟁의 산파역할을 감당했다. 서울대성당은 19876월 민주항쟁이 시작된 장소이기도 하다.

 

성당 밖의 기와집으로 된 사목실


이런 것을 익히 아는 나로서는 서울대성당을 지날 때마다 항상 경외의 마음으로 보곤 했다. 그럼에도 성당 전체를 제대로 보지도, 더욱 그 내부를 들어가 보지도 못했으니, 내 무관심이 지나쳤다.

 

간단히 성당을 스케치해 보자. 성당은 위에서 보면 십자가 모양이며, 한국의 전통건축기법을 조화시킨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화강석과 붉은 벽돌을 사용해 지어졌다. 성당내부는 고전적 3랑식 구조이고, 천정은 로마네스크식에서 볼 수 있는 목조천정이다. 제단은 반원형으로 예수와 여러 성인들의 모자이크로 되어 있다. 성당 뒤로 가면 사목실이 있는 데 단아한 기와집이다. 서양식 성당과 조선식 기와집의 조화가 매우 이채롭다.

 

성당내부는 3랑식의 전형적인 로마네스크식이다.


원래 이 성당은 아더 딕슨이 1926년 건축했는데, 초기 성당은 원 설계에서 축소한 형태로 건립되었다가, 1996년 현재 모습으로 완공되었다고 한다.

 

조용한 성당 내부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잠시라도 번잡한 영혼이 정돈되는 기분이다.


지금 시청 앞 광장은 태극기 집회자들이 천막을 쳐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스피커를 울리고 있어 매우 소란스럽다.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왜 태극기가 성조기와 함께 펄럭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저런 집회를 보자면 짜증도 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럴 때 이곳 성공회 서울대성당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곳은 혼돈 속에 있는 영혼을 조용히 맞이해 정돈해 주는 곳이다. 시청 앞을 가는 분들에게 한 번 들러볼 것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