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연 불가능한가

박찬운 교수 2019. 5. 13. 09:45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 법률안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단 좋은 현상이다. 그간 이 개정 법률안에 대해선, 경찰은 찬성하고 검찰은 완강히 반대하고, 더욱 오랜 기간 양 기관간의 반목이 심해 원만한 조정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오로지 정치권에 의한 타결만 기대될 뿐이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최대 쟁점은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여부다. 검경이 이들 문제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전 현직 이론가로 불리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검찰의 존재의의는 수사과정의 사법적 통제다. 그러므로 검찰이 수사를 포기(혹은 최대한 자제) 하는 한이 있어도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거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이러한 주장이 정말 진지하게 제안된 것이라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주장엔 사법정의 실현의 적절한 방법론에 대한 나름 고민이 묻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바로는 그 접점은 대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1. 검찰은 직접수사를 완전히 포기하고 사건 송치 후 보완수사에 집중한다. (현재 조정안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제한한다고 하지만, 검찰청법에 의해 현재와 같은 특수수사를 계속할 수 있고, 형소법 조문 형식에서도 검사가 수사권의 주체임을 수사편 첫 조문에 두고 있음, 즉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이 매우 불투명하고 불완전함)

이를 위해 형소법에 수사의 직접적 주체는 경찰이라는 것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분명히 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즉, 형소법 수사편 첫 조문을 (일본 형소법처럼) 경찰의 수사권 규정으로 개정하고, 다음 조문을 송치 후 검찰의 보완수사 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

2.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포기하고 입건된 사건 전체를 현재와 같이 검찰에 송치한다. 이렇게 되면 수사종결권은 지금과 같이 검찰이 갖게 된다.

3.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양 기관의 협력적 관계 하에, 수사지휘(명령복종의 관계)의 방식이 아닌 필요한 경우, 불법 부당한 수사를 제한하고 필요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편성한다(검찰은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어떻게 되든 사실상 경찰에 대해 유효한 수사통제를 할 수 있음). 

이 접점의 요체는, 검찰이 특수수사를 포함한 직접수사를 완전히 포기하고 2차적(보완적) 수사기관으로 후퇴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경찰이 검찰의 수사통제를 받아들여 수사종결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큰 원칙에 합의할 수 있다면 다른 문제는 비교적 소소한 문제이므로 원만한 조정을 못할 바가 아니다(물론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 조정이 될 것임, 이것은 국회가 최종적 결단을 내려야 함).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검찰에게 과연 그럴만한 용의가 진짜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검찰이 직접수사를 포기한다면 현재의 검찰조직을 전면적으로 축소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1만 명의 수사전문 조직이 과연 직접수사를 포기하고 보완적 수사 및 기소 전문조직(공소유지 포함)으로 재편성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내부 반대가 클 것이기 때문에 극히 비관적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조직이 직접수사 포기와 수사통제권 확보의 방향으로 수사권 조정이 타결되길 원한다면, 검찰조직의 재편성을 제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그 청사진을 보여주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런 주장을 한다면, 그것은 패스트 트랙 국면을 모면하기 위한 기만술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2019.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