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종교 철학 심리

페이스북의 한계, 우리는 진실한가?

박찬운 교수 2019. 2. 16. 17:15

페이스북의 한계, 우리는 진실한가?




6년 동안 이곳에 들어와 글을 쓰고, 남의 글을 읽었다. 덕분에 많은 친구를 갖게 되었다. 가끔은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이곳에서 하지 못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삶의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들의 삶은 명과 암이 공존한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이 둘을 진실 되게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삶의 글’은 대부분 밝은 모습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친구들이 가족들과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집 기행을 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책과 영화를 본다. 우리는 그런 글과 사진을 보며 부러움을 표시하고 찬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 행복한 인생이여!

물론 가끔 어두운 삶을 보기도 한다. 담담한 어조로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진솔하게 반성하는 글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글도 잘 읽어보면 자신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과거의 어려움을 쓰는 것도 현재의 삶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추억으로서 쓰는 경향이 많다. 고백하건대, 아마 이런 류의 글은 나도 꽤나 많이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공간에선 인간의 치부를 거의 볼 수 없다. 사람이란 의외로 본능적인 동물이다. 점잖은 말만 하는 것 같은 사람도 실상은 매일같이 욕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곳에선 본능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일같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포르노를 보면서도 그것을 재미있게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면서 죽도록 상대방을 미워하지만 그런 것을 적나라하게 쓰는 사람은 없다. 아무래도 이곳에선 뭔가 점잖은 척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뭔가가 있다. 우리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을 한꺼번에 까발리고 답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구글 트렌드를 연구한 경제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쓴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트위터...)는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매체라고 규정한다. 그곳에선 ‘삶의 진실’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곳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두운 본능을 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그가 온라인상에서 진실의 샘으로 주목한 것은 빅데이터 분석이다. 즉 사람들이 구글 검색을 하기 위해 컴퓨터의 조그만 네모 란의 검색창에 적는 몇 글자 검색어에 진실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보지 않고,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어두운 본능을 보여 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실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사람들은 실제 무엇을 보고 싶고, 무엇을 듣고 싶은 것인가? 이 실제 모습은 우리가 페북에서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가 이 책에서 특별히 페이스북 친구의 실체에 대해 다루었다. 관련 부분 두어 곳을 옮겨보자.


“나는 구글 검색이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주 다른 숨겨진 세상을 드러낸다고 본다. ... 페이스북 같은 많은 빅데이터 소스들은 정반대로 기능한다. 설문조사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에는 진실을 얘기할 유인이 없다. 오히려 설문조사보다 진실을 말한 유인이 더 적고,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할 유인은 더 크다. 온라인에서 당신은 익명이 아니다. 당신은 타인의 환심을 사려하고 친구, 가족, 동료, 지인, 낯선 사람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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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친구들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게 사는지 자랑하는 ‘디지털 허풍약’이다. 페이스북 세상에서 보통의 성인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카리브해로 휴가를 가고 <애틀랜틱>(지식인들이 많이 보는 수준 높은 잡지)을 정독한다. 실제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난 채 슈퍼마켓 계산 줄에 서 있고, <내셔널인콰이어러>(선정적이고 가십성 내용이 많은 대중잡지)를 몰래보고, 수년간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은 배우자를 무시한다. 페이스북 세상에서는 가정생활이 완벽하다. 실제 가정생활은 엉망이다.”(179)

6년간 내가 쓴 글을 돌아본다. 나는 진실을 말했는가? 이런 질문에 나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쓴 글은 어느 자리에 가서도 하는 말이고, 실제 내 논문이든 신문칼럼이든 썼던 말이니, 나름 신뢰성 있는 것들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내 삶 그 자체’에 대해서 이 공간에서 제대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내 삶의 어두운 본능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는, 구글 검색어 창에다 써 왔던, 그런 것들을 정확히 밝힌 적은 거의 없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나는 의도적으로 이곳에서 그런 것들을 쓰지 않았다. 왜? 나도 페이스북의 한계 속에서 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