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기타

수소경제에 관하여

박찬운 교수 2019. 2. 21. 04:55

수소경제에 관하여


최근 수소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다. 다만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수준이 높지 않다. 이 페북 공간마저도 그 논의는 막 시작된 느낌이다. 전문가들의 글들이 가끔 보이지만 혼란스런 상황을 정리해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소경제가 그 일부에 불과한 수소 전기차 논의로 축소되어 갑론을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해하는 수소경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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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의 개념
1. 정부가 이야기하는 수소경제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구조를 말한다. 즉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자동차 선박 열차 기계 혹은 전기발전, 열 생산 등을 늘리고, 이를 위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 저장- 운송하는데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산업과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제시스템이다.(이상은 정부의 수소경제에 관한 공식설명임).

수소경제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산업구조(2차 산업혁명 구조)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경제구조로 바꾸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이제 세계는 환경문제, 지구온난화, 화석연료의 고갈 등의 이유로 석유, 석탄,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시대를 마감해야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수소경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반드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래 산업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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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의 구조
2. 수소경제는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반>하고 <활용>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수소생산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화석연료(석유나 메탄가스)에서 생산하거나(부생수소)와 물을 전기분해하여 얻어진다. 현재 상황에선 부생수소가 수소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생산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수소 저장·운반을 위해선 전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거나 수소배관시설이 필요하다. 다만 그 인프라를 단기간 내에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수소 활용은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수소 전기차를 구동하거나 산업용 및 가정용 전기 생산을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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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수소경제
3. <수소혁명>을 쓴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을 역설한 바, 그가 그리는 동 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건물을 미니발전소로 변형, 수소저장으로 에너지 보존, 인터넷을 활용한 공유인터넷 그리드 시스템, 수소전기로의 차량교체(3차 산업역명, 민음사,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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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입장에서 본 한국의 수소경제
4. 리프킨은 1980년대 이후 40년 동안 에너지 문제를 연구하면서 수소경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장해 왔고, 이것은 우리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수소경제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가 권하는 수소경제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그의 전체 저작(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유로피안 드림, 공감의 시대, 3차 산업혁명, 한계비용제로사회 등)에 기초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 전체적으로 엔트로피 증가율을 낮추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와 같은 소비지향적 삶에선 새로운 산업혁명은 어렵다.

(2) 에너지 시스템을 현재의 중앙집중식 대규모 화력발전소 및 원전체제에서 분산적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3)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한 그리드화(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를 통해 전력소모와 사용을 최소화, 최적화해야 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을 수소로 보관하는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수소경제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수소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은 관계에 있다.

(4)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핵심대상이 자동차, 곧 수소자동차다. 수소자동차는 운반수단인 동시에 운행을 안 할 때는 발전소 역할을 해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5) 위와 같은 수소경제로의 이행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산업계가 탄소시대를 마감하는 데에 협조하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적 결단만으로는 수소경제는 불가능하다.

(6) 수소의 생산 및 운반수단은 국가가 만들어야 할 일종의 사회간접시설이다. 국가는 산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에 투자해 수소를 활용한 산업발달을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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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의 경쟁
5. 수소경제는 시간의 문제일뿐 인류사회가 언젠가 맞이하게 될 미래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그것을 선도한다는 것은 매우 진취적인 경제전략이다. 다만 디테일이 문제인 바, 그 중 대표적인 게 수소 전기차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수소경제를 수소 전기차로 축소해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분명 오류다. 위에서 본대로 수소 전기차는 수소경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수소 전기차 정책은 수소 전기차를 생산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닦는 것이다. 결코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거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수소 전기차에만 올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몇 천 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에 불과한데, 여기에 기업의 명운을 건다는 것은 기업의 수익구조상 있을 수 없다. 현대는 한국의 테슬라가 아니며 될 수도 없다.

당분간은 배터리 전기차가 수소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에선 일반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배터리 전기차는 특별히 기반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배터리 기술력만 높이면 되고, 특히 소형차에선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차 시장은 상황이 다르며(대형차에선 지금도 수소차가 확실히 비교우위에 있다. 배터리 무게와 충전시간을 고려할 때 대형차에선 배터리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임), 시간이 가면서 수소 인프라가 깔리게 되면 수소 전기차로 시장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그 때까지 어떻게 배터리차와 수소 전기차를 적절히 배합해 생산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배터리 전기차는 수소경제의 핵심이 될 수 없다. 배터리 전기차는 화석연료에서 만든 전기를 축전시키는 기술력의 산물로서 여전히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연장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전기차는 수소경제로 들어가는 데 있어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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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책의 일관성
6. 수소경제가 안착되기 위해선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이 경제 시스템은 한 정권에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20년 이상 지속적인 정책수행이 필요하다. 만일 정권이 바뀌어 또 다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고 원전정책을 강화하는 식으로 정책방향이 바뀐다면 우리나라의 수소경제는 파산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수소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 경제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부의 연속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9.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