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일본여행기

오사카 거리의 이상한 줄의 정체

박찬운 교수 2017. 10. 22. 17:01

오사카 거리의 이상한 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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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오사카 중심 우메다 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시내를 돌아다닙니다. 현재 오사카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태풍이 올라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됩니다. 오늘 비행기가 제대로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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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있었던 일인데 조금 우습군요. 추억이라 생각하고 커피숍에 앉아서 글을 씁니다. 11시 조금 넘어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니, 수십 명의 사람들이 비를 맞고 줄을 서 있었습니다. 조그만 음식점 앞. ‘아, 여기가 오사카의 맛집이구나’, 직감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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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굽니까? 이런 데는 절대로 놓치질 않는 사람입니다. 저도 무조건 줄을 섰습니다. 아직 줄이 길지 않으니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사카 맛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몰려 오더군요. 아닌 것도 아니라 몇 분도 안지나 줄이 점점 길어져 족히 백 명 정도가 그 식당 앞에 줄을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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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반에 문을 여니, 저도 거의 30분을 줄을 섰군요. 도대체 이
집의 정체가 무엇인가. 간판을 보니, 네기야키 전문점 야마모토! 아마 오사카를 자주 오는 젊은 친구들은 이 집을 잘 알겁니다. 이런 정도의 인기라면 우리 한국인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그러나 저는 전혀 정보가 없었습니다. 제가 비록 저렴하게 밥을 먹고 다니지만, 그래도 이런 집에서 귀국 날 마지막 밥을 먹진 않습니다. 사실 아침에 호텔을 나올 때는 어디 근사한 곳에 가서 점심을 한 다음 공항을 가기로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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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가까이 기다린 다음 드디어 식당 안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제 자리는 혼자인지라 주방 앞의 일인용 ‘다이’였습니다. 거기 앉으니 이 집에서 무슨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자세히 볼 수가 있겠더군요. 저는 식당으로 들어오기 전, 이 집에서 제일 비싼 메뉴(하이 디럭스)를 미리 주문했었지요. 무슨 집인지도 모르고, 더욱 처음 먹는 메뉴라, 무조건 제일 비싼 것으로 주문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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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기야키, 우리 말로 하면, 아마 '파전' 정도의 음식이라고 할까요. 제가 다이에서 종업원이 만드는 것을 눈 여겨 보았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이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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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궈진 철판 위에 밀가루 물을 붓고, 지름 15센티미터 정도의 얇은 밀전병을 만든다.
2. 그 위에 잘게 썰어 놓은 양배추와 당근 조금, 잘게 썰어 놓은 파를 두 세 주먹 듬뿍 뿌린다(일본말로 말하면 닷부리!).
3. 잠시 후 그 위에 쇠고기, 오징어, 곤약을 듬뿍 넣고 맨 위에 20센티미터 정도 길이의 베이컨을 올린 다음, 다시 밀가루 물을 붓는다. 
4. 20분 정도 철판 위에서 앞뒤로 뒤집으며 익히고, 사이사이 양념장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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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요? 그런데 이게 익는데 시간이 걸려 저는 다이 앞에 앉아서도 또 30분을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점포 앞 줄은 계속 늘어가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더군요. 아마 그 사람들, 거기서 족히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점포 안으로 들어올 것이고, 들어와서도 또 30분을 기다려야 하니, 참으로 이 음식 하나 먹는데, 품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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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무슨 음식이길래? 드디어 제 앞으로 이 음식이 나왔습니다. 다이 앞의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진 동그란 파전? 무슨 맛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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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먹어보니, 음...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우리 파전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네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것을 먹으려고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다? 여러분은 파전 한 장 먹으려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릴 수 있는가요? 제 역사에선 없던 일입니다. 좀 허망합니다. 이런 음식을 위해 한 시간을 기다리고, 돈 2300엔(23,000원)을 쓰다니! 이렇게 해서 오사카의 마지막 식사는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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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의 네기야키 하이디럭스와 생맥주! 기억이 될 것 같군요. 그렇지요? 일본 사람들 참 대단합니다.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저런 노력을 하니... 한국 사람과는 역시 달라요!

(2017.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