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렇게 나라를 만드시는가?
어찌 '이렇게' 나라를 만드시는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며칠 페북을 자제했다. 지금도 자제해야 할 때지만 도저히 가만이 있을 수가 없다.
우선 사드 문제를 이야기하자.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정부는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했고 이어 사드배치를 공식화했다.
이제 서서이 그 본질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드배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외교안보참사다.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
1. 사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원래 북한의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 대응으론 적합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굳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500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 미사일을 남한을 향해 쏠 필요가 없고, 단시간에 수백 기를 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이면 충분하다.
2. 사드란 원래 미국의 전략무기체계로 이를 동북아에 배치하는 것은 철저히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의사는 여기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다.
3.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압박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4. 미국은 사드배치 카드를 꺼내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고 그것을 적절한 협상카드로 사용하고자 했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미중 간의 협상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중국은 현재 사드배치에서 한국은 종속변수라 생각하고, (우리에겐 화만 내고), 실질적 협상은 미국과 하고 있다)
5. 한국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사드가 대북 핵억지력(대남도발 억지력)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매파의 오도된 주장을 바탕으로, 사드배치를 공식화했고, 이에 따라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이 문제는 향후 한중관계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6. 사드 배치는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미국은 중국이 적절한 수준에서 대북압박에 동참하면 사드배치를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사드배치를 추진했던 한국 정부의 입장은 아주 난처해질 것이다. 도대체 국민들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7. 결국 정부의 사드배치 논의는 우리 국방이 미국에 종속되었다는 것만을 보여준 수치스러운 사태다. 이것은 외교안보의 참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국민들에겐 대한민국의 자주성에 심각한 회의를 심어주었다.
8. 하여, 나는 이런 결론에 다달았다. 대통령은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제 하에서 지금 당장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대통령을 대신해 그 참모진이라도 책임져야 한다. 외교안보와 관련된 참모진은 전원 물러나야 한다. 아무리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이렇게 없을 수는 없다.
9. 이번 총선은 개성공단 운영 중단을 비롯해 사드배치 해프닝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두번 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테러방지법이다. 지금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통과 직전인데, 야당의 필리버스터링으로 가까스로 그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몇 몇 국회의원들이 기네스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그 전망은 어둡다.
이 법을 조금 정리해 보자.
1.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정원의 역할강화다. 국정원은 과거엔 법률적 근거도 없는 대통령 훈령으로 테러대책기구의 핵심적 역할을 했고 이젠 그 지위를 법률로 못박으려고 한다. 국무총리 산하에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둔다고 하지만 그 실무를 맡을 대테러센터는 실질적으로 국정원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법률적으로 대테러업무의 확고한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또 하나는 국정원의 정보수집권한 강화다. 이 법 제9조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하여 출입국·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공할 결과가 나올 수 있다.
2. 국정원이 위와 같은 테러방지법 하에서 만일 권한을 남용하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전 국민은 일상적으로 사생활 통제를 받을 수 있다. 금융거래, 통신정보, 위치정보가 무분별하게 국정원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다. 과거엔 불법적으로 이런 정보가 수집되었지만 이젠 발각되어도 법률상 적법한 정보수집이라고 하면 끝이다. 이것을 누가 통제할 수 있는가. 법안에 나오는 인권보호관을 둔다고 하지만 그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수정안으로 나온 국정원의 대책위원장에 대한 보고의무도 큰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만일 이 법이 선거 시에 악용된다면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민주주의가 부정될 수도 있다. 국정원에 의한 댓글 공작 이상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3. 이런 결과가 예측될 수 있는 법률을 만듦에 있어 이제까지 논의는 너무 일천하다. 이 법은 국정원의 신뢰회복 방안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너무나 위험한 법률이다. 그러니 야당이 이를 막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당연하다.
4. 상당수의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이란 명칭에 현혹되어 야당이 테러를 방지하는 법을 왜 반대하냐고 하는데, 이건 정말로 국민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이런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없다. 이런 국민에겐 온갖 방지법만 만들면 그 정부는 지상 최고의 정부가 될 것이다. 살인방지법을 만들어 살인을 방지하고, 도둑질방지법을 만들어 도둑질을 방지하자.
그런데 역사가 만들어진 이래 오늘까지 살인방지법도 있었고, 도둑질방지법도 있었다. 형법상의 살인죄가, 절도죄가 그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역사가 만들어진 이래 살인도, 도둑질도 방지되진 않았다.
국민들이 이 '방지법'에 속고 있다는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없는 국민은 독재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2016.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