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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둥지의 오후

빈 둥지의 오후 두 딸이 떠났다. 오늘 아침 작은 아이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오후가 되자 동생 결혼식 참석 차 왔던 큰 아이는 사위와 함께 일터인 미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아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집안은 딸과 엄마의 수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가끔 번짓수를 잘못 찾은 나의 썰렁한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깨긴 했어도 그것은 그냥 내 평범한 일상이었다. 갑자기 집안이 휑한 게 기분이 묘하다. 묵은 체증이 뚫린 듯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가슴이 아려온다. 어제 식장에서 어떤 친구는 이제 아이들에게서 졸업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덕담을 했다. 웃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지만 마음 한구석은 이미 고독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첫 아이를 낳고 37년이 지나니 내게도 이런 날이 왔다. 좋은 아빠가 되..

내란 재판 비공개, 참으로 석연치 않다

내란 재판 비공개, 참으로 석연치 않다 내란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재판부가 군관계자의 증인신문을 비공개를 한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내란 사태가 어떤 경위로 일어났는지를 알고자 하는 국민들로선 갑갑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재판부는 온 국민의 관심사인 내란 재판을 이렇게 진행할까?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공개재판은 대판민국 사법절차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재판을 비공개하려면 거기에 맞는 합당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관련 조문을 보자. 헌법 제109조와 법원조직법 제57조이다.헌법제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

대법관의 자격에 대한 논란-대법관은 꼭 법조인 자격이 있어야 하는가-

대법관의 자격에 대한 논란-대법관은 꼭 법조인 자격이 있어야 하는가- 1. 박범계 의원 등이 대법관의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고 대법관 임용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국힘 쪽은 우리 사법 체계를 해체하려는 시도라고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일부 보수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2. 주진우 의원은 이렇게 비판한다. "아무나 대법관 시킨다는 뜻이다. 유시민 같은 사람도 '명예훼손 재판 받아봤으니 경험과 법률 소양이 있다'고 우길 것이 뻔하다", "대법관 30명을 이재명에게 아부하는 어용 시민운동가들로 채운다는 속셈 아닌가"(한국경제)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직격..

대통령 1회 연임 필요하다, 국무총리는 폐지하자

대통령 1회 연임 필요하다, 국무총리는 폐지하자 이제 곧 정부가 바뀌면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있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도 며칠 전 개헌 구상을 발표했다. 많은 부분 공감되나 몇 가지는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된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내 입장을 말하고자 한다. 1. 대통령 연임 제안에 대해우선 이후보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연임하자는 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연임은 계속적 연임이 아니라 1회에 한해 연임을 허용하자는 안으로 생각된다. 나는 이 안에 찬성한다.현재의 5년 단임은 문제가 크다. 5년 단임은 독재를 막기 위해 87년 헌법 체제가 채택했지만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5년 단임으론 장기적인 국가정책을 수립..

점심 단상 -커피 한 잔에서... -

점심 단상-커피 한 잔에서... - (정치라는 블랙홀이 일상을 빨아들이고 있는 이 때, 잠시 일상을 찾아봅니다.)혼자 점심을 먹었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혼밥하는 일이 잦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기분이다. 시장통의 작은 밥집에서 담백한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고, 익숙한 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단골 카페에 들어섰다.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라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핸드폰 자판을 두드린다.곧 둘째가 결혼한다. 이로써 자식 둘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간다. 부모님은 오래전에 이미 내 곁을 떠나셨다. 처가 부모님도 세상을 뜨신지 오래다. 갑자기 가슴 한켠이 휑하다. 혼자가 된 느낌이다.인생의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다. 아직 노인이라는 소릴 들을 때는 아니나 인생 황혼은 멀지 않았다.이제 당분간 누구를 ..

카테고리 없음 2025.05.20

디지털 시대의 우정의 지혜

디지털 시대의 우정의 지혜-SNS는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SNS를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친구 관계가 금이 가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오프라인에서 한번도 본 일이 없고 볼 일도 없는 친구가 쓴 글이라면 그냥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볼 수 있는 친구의 글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는 다릅니다. 그의 글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음으로써 과거의 그는 이제 다른 사람으로 변해갑니다. 그렇게 되면 오프라인에서 연락이 뜸해지고 심정적 거리감은 지속적으로 강해집니다. 결국 친구를 잃게 되는 것이지요. 소통의 도구 SNS가 만들어내는 작은 비극입니다.이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이 공간에는 날이 번득이는 글들이 넘칩니다. 저도 그런 글을 쓰는 한 사람일 겁니다. 잘못하다가는 친구를..

대법원 개혁 요구가 연성 내란?

이재명 후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이후 정치권에서 대법원 개혁안이 쏟아지자 이것을 사법부 흔들기라고 비판하는 법률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어 연거푸 아래와 같은 글을 썼다. 대법원 개혁 요구가 연성 내란?-국민 위에 군림하는 법원은 존재할 수 없다-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었다. 이어진 파기환송심이 선거운동 기간 중 공판기일을 속전속결로 지정한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선거개입이었다. 이에 대한 거센 국민적 저항과 비판 여론이 일자, 파기환송심은 공판 기일을 선거일 이후로 미뤘고, 다른 형사사건들도 줄줄이 기일을 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는 법원이 스스로 선거 개입 사실을 자인한 결과라고 본다.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의 3권의 책이번 학기 나의 학부 강의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책 중 하나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그동안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롬의 사상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이번 학기는 그 수준을 넘어 에리히 프롬의 다른 저술과 연결해 프롬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다른 저작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있는 ‘소유냐 존재냐’와 ‘사랑의 기술’이다. 이하는 이 세 권의 저작을 하나로 잇는 일종의 강의안이다. 프롬의 사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이 책들의 저작 연대와 관계없이 프롬의 사상을, ‘개인의 책임을 바탕으로..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나는 윤석열의 치졸함이 고맙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나는 윤석열의 치졸함이 고맙다 신의 섭리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어떤 운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인가 정해진 길로 가는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오늘 윤석열 내란 재판에서 전 수방사령관 부관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했다. 요지는 12. 3. 밤 윤석열이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의사당 내에서 끌고 나오라는 지시를 직접 했다는 것이다. 20대의 이 젊은 장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증언을 했다고 본다. 추호의 거짓이 있을 수 없다. 신빙성 100% 증언이다.윤석열이라는 인간은 한마디로 치졸한 인물이다. 잘잘못을 떠나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 1도 없는 인간이다. 아들 같은 장교가 나와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증언하는데도 양심의 가책은..

광복회가 던진 국적 논쟁

광복회가 던진 국적 논쟁광복회가 대통령 후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개의 질문에 답변을 요구했다고 한다. 1. 일제의 국권 침탈이 원천적으로 불법·무효인지? 2. 일제 시기 우리 국민의 국적이 한국인인지?나는 광복회가,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자격 요건으로 투철한 국가관과 역사의식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단체가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 후보자들에게 공개 질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질의에서 두 번째는 국가관과 역사의식의 표식을 묻는 질문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칫 역사 논쟁, 법률 논쟁으로 번져 대통령 후보자들의 다른 공약 검증을 방해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광복회가 바라는 답은 사실상 정해져 있다. 1번 질문에 대해선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