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의 오후 두 딸이 떠났다. 오늘 아침 작은 아이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오후가 되자 동생 결혼식 참석 차 왔던 큰 아이는 사위와 함께 일터인 미국으로 떠났다. 며칠 전 아니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집안은 딸과 엄마의 수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가끔 번짓수를 잘못 찾은 나의 썰렁한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깨긴 했어도 그것은 그냥 내 평범한 일상이었다. 갑자기 집안이 휑한 게 기분이 묘하다. 묵은 체증이 뚫린 듯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가슴이 아려온다. 어제 식장에서 어떤 친구는 이제 아이들에게서 졸업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덕담을 했다. 웃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지만 마음 한구석은 이미 고독감이 밀려오고 있었다. 첫 아이를 낳고 37년이 지나니 내게도 이런 날이 왔다. 좋은 아빠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