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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를 행정소송으로 다툰다? 법 체계의 혼란을 자초해선 안 된다

기소유예를 행정소송으로 다툰다? 법 체계의 혼란을 자초해선 안 된다최근 여당에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이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해 보니 올 2월 김용민 의원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지원 의원도 어제(9.3.)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취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세부적인 입법 형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검찰항고를 거쳐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법안의 취지는 피의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취지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나 역시 기소유예를 받은 피의자의 불복수단을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부 경장 사건을 실종신고 처리 절차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

부 경장 사건을 실종신고 처리 절차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은 충격적이다. 문제의 부 경장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연락이 된 것처럼 허위로 입력해 사건을 종결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사건도 여러 건 확인되었다고 한다.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가 경찰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사건을 한 경찰관의 범죄적 일탈로 규정하고 징계와 형사처벌로 끝낼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이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 하나를 놓치게 된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신고 처리 절차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신고가 들어온 직후의 처리절차다. 담당 경찰관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이것이 무망한 기대일까ㅡ이곳에서 삶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이것이 무망한 기대일까ㅡ이곳에서 삶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요즘 나는 이곳(페이스북)에 글쓰기가 조금 겁난다(그런 이유로 이곳에 내 글을 모두 올리지 못한다. 최근 내가 매우 중요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글은 내 블로그에서 모두 볼 수 있다.)여행을 하며 느낀 이야기,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 것들,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들어온 작은 풍경을 쓰고 싶다가도 손을 멈춘다. 온통 정치 이야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이런 글을 쓰면 나 혼자 딴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나는 이 공간에서 정치 이야기를 보고 싶다. 나 역시 오랫동안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글을 써왔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용기에 대한 기억ㅡ용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용기에 대한 기억ㅡ용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원래부터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투사가 아니다. 불의를 찾아다니며 싸우는 사람도 아니었다. 세상을 살면서 적당히 타협할 때도 있었고, 모른 척 지나간 일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어떤 순간만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데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지나가면 두고두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것 같은 때였다.그런 순간이면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가 지난 40년 동안 간직해 온 용기였는지..

20년 전의 약속 ― 대학에서 보낸 20년을 돌아보며

20년 전의 약속― 대학에서 보낸 20년을 돌아보며 오늘은 내가 대학에 온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2006년 9월 1일, 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그전까지 나는 변호사로 일했고, 인권위에서 공무원(인권정책국장)으로서 인권정책을 담당했다. 법을 가지고 사람을 변호하고 국가의 인권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이제 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그해 11월, 교수 생활을 시작한 지 채 석 달이 되지 않았을 때 나는 한 편의 시를 썼다. 제목은 「꿈」이었다.꿈행당 동산에 올라유유히 흐르는 한강 바라보며꿈을 꾼다내 지난 20년은 나를 위해살아 왔으니앞으로 20년은이곳 한양을 위해살아가리라후배들이 꿈을 키우는 이곳긍지의 전당이 되고희망의 동산이 되어언제나 너..

법률가의 초상 ㅡ제1화 존재감 없던 사법연수원 시절

법률가의 초상ㅡ제1화 존재감 없던 사법연수원 시절 나의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돌이켜보면 그것은 법률가로서 이름을 얻고 사회적 활동을 시작한 함참 뒤의 일이 아니었다. 아직 세상에 내 이름을 알리기 훨씬 전, 사법연수원과 군대에서 보낸 20대 중후반의 몇 년 동안 그 씨앗이 만들어졌다. 당시는 전두환 정권에서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던 권위주의 시대였다. 나는 그 시대의 한복판에서 법률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장교로 군복무를 했다.그 시절 나는 아직 세상을 잘 몰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안에는 이미 쉽게 남을 따라가지 않는 기질과 권위 앞에서 주눅 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들이 훗날 나를 한 사람의 ..

공직의 길ㅡ공직에 대해 나는 어떤 원칙을 갖고 살아 왔는가

공직의 길ㅡ공직에 대해 나는 어떤 원칙을 갖고 살아 왔는가 법률가로 살아온 지난 40년을 돌아보면 나는 공직에 대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슨 거창한 공직관을 세워놓고 산 것은 아니다. 세상을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또 이런저런 자리를 권유받고 실제로 두 차례 공직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분명해졌다.나는 법률가를 포함한 지식인이 공직에 나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 사대부들도 평소에는 학문을 하다가 때가 되면 출사하지 않았는가. 능력과 소신이 있는 지식인이 현실 정치나 행정에 참여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일 수도 있다.다만 내겐 원칙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리를 탐해서..

가을 학기, 우아한 노년의 출발이다

가을 학기, 우아한 노년의 출발이다어제 ‘우아한 노년’에 대한 글을 썼다.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너그럽고 넉넉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우아한 노년이라고 했다.그런 글을 쓰고 나니 이제 가을 학기가 시작된다.내게 남은 학기는 세 학기다. 이번 가을 학기, 내년 봄 학기와 가을 학기. 그 세 학기가 지나면 오랫동안 몸담았던 대학을 떠난다. 바야흐로 정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노년은 정년퇴임식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날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날이 되었다고 갑자기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마음이 넉넉한 노인이 될 리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야 한다. 이번 학기를 우아한 노년의 출발점으로..

우아한 노년을 그리며

우아한 노년을 그리며내 나이 어느덧 60대 중반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과거에 알았던 사람들도 함께 늙어간다. TV를 보다가 젊은 시절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던 배우들을 만날 때가 있다. 세월은 그들도 비켜가지 않았다. 눈가에는 주름이 깊어지고 피부는 탄력을 잃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저 나이 든 배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기억 속에는 젊은 날의 그가 남아 있다. 그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어쩐지 쓸쓸하고 때로는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그들의 모습만은 아니다. 거울 속의 나 역시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누구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주름을 막을 수도 없고, 예전의 몸을 그대로 붙들어 둘 수도 없다.그래도 꿈을 꾼다. 몸은 늙어가더라도 세월의 품격만은 간직할 ..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은 결코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은 결코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어제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권한 관계에 대해 글을 썼다. 그 뒤 여러 의견을 접하면서 이 문제의 핵심이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법관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실질적인 권한인가, 아니면 대법원장의 제청을 형식적으로 완성하는 권한인가.나는 어제 전자라고 말했다. 오늘 나는 이것을 조금 더 보충하고자 한다.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을 연이어 규정한다. 제1항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고,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한다.먼저 대법원장을 보자. 대통령이 특정인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정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실질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