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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검사의 수사통제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공소청 검사의 수사통제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됩니다(지난달 초 이후 검찰개혁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고 적절한 시점이 되면 그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때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공소청 출범을 준비하면서 검찰이 새로운 직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중에 ‘사법통제부’를 신설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취지는, 검사가 더 이상 직접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개정 형사소송법이 허용하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경찰 수사를 제대로 통제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분들은, 수사통제는 기존의 조직(형사부)을 활용하면 되지 별도의 조직이 필요없다고 합니다. 이런 발상은 결국 검찰(공소청) 조직의 확대에 불과하..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ㅡ영화 《더 팬》을 보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ㅡ영화 《더 팬》을 보고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꽤 오래된 스릴러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더 팬(The Fan)》. 1996년 작품이니 벌써 30년 전 영화다. 토니 스콧 감독, 로버트 드 니로와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이다. 사실 내가 이 영화를 순간적으로 봐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드 니로 이름 때문이었다. 그가 나온다면 영화는 기본 이상일 것이라는 믿음!처음에는 이 영화가 왜 스릴러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범죄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 길 레너드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중년 남자다. 직장에서는 영업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는 좋지 않지만 어린 아들을 사랑한다. 다만 야구를 무척 ..

영화이야기 2026.09.09

잘나가던 이재명 정부는 왜 불과 몇 달 만에 흔들리는가

잘나가던 이재명 정부는 왜 불과 몇 달 만에 흔들리는가ㅡ다시 한번 국정운영방식의 전환을 촉구한다ㅡ지난달 나는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글을 썼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이 안 된 지금 나는 같은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보다 상황이 훨씬 엄중해졌기 때문이다.수치부터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이후 한때 60%를 넘나들었지만,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37.4%, 부정평가가 59.5%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은 29.0%, 20대와 30대는 각각 28.8%, 29.8%였다. 지지율은 8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북도의 동학혁명 후손 수당,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

전북도의 동학혁명 후손 수당,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이런 황당한 일에 글을 쓴다는 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사 문제를 다루는 정부(지방정부 포함)의 원칙에 대해 한마디는 해야겠기에 쓰지 않을 수 없다.)전북특별자치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후손에게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자녀와 손자녀, 증손ㅡ자녀까지 모두 723명이다. 1인당 연 120만원 씩, 올해 예산만 8억 6800만원이 들어간다. 기준은 간단하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조상이 있고, 전북도에 1년 이상 거주하면 된다. 전북도는 이 조치를 동학혁명 후손에 대한 예우라 부른다. 참여자들이 오랫동안 반란자, 역적이라는 오명을 썼으니 이제라도 후손을 챙겨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는 다른 역사적 사건과의 관계에서 형평성..

법률가의 생각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가의 생각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내 연구실 한켠에는 오래된 일기장이 쌓여 있다.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무렵부터 쓰기 시작한 것들이다. 대학노트로 스무 권쯤 된다. 이사를 할 때면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부터 챙긴다. 남들이 보면 낡은 노트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급 보물이다.가끔 그중 한 권을 꺼내 펼쳐본다. 빛바랜 종이 위로 젊은 날의 내 글씨가 나타난다. 어떤 날은 몇 줄에 불과하고, 어떤 날은 몇 페이지씩 이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쓴 날은 시간까지 적혀 있다. 그 글씨를 보고 있으면 오래전의 내가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이 가는 곳이 있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쓴 부분이다.나는 오늘부터 ..

기소유예를 행정소송으로 다툰다? 법 체계의 혼란을 자초해선 안 된다

기소유예를 행정소송으로 다툰다? 법 체계의 혼란을 자초해선 안 된다최근 여당에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이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해 보니 올 2월 김용민 의원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지원 의원도 어제(9.3.)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취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세부적인 입법 형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검찰항고를 거쳐 행정소송으로 불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법안의 취지는 피의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취지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나 역시 기소유예를 받은 피의자의 불복수단을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법률가의 생각 독서가 만든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법률가의 생각독서가 만든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나는 어린시절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질 못했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평소 독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책 읽는 일을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는 사람 이 이런 고백을 하니 말이다. 우리 집에는 읽어볼 만한 책이 거의 없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책에서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도 없다. 초등학교 시절은 물론이고 중고교 시절에도 집에서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많지 않다. 그런 내가 훗날 대학교수가 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그렇다고 내가 소년 시절 공부나 앎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

부 경장 사건을 실종신고 처리 절차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

부 경장 사건을 실종신고 처리 절차 개선의 전기로 삼아야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은 충격적이다. 문제의 부 경장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연락이 된 것처럼 허위로 입력해 사건을 종결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사건도 여러 건 확인되었다고 한다.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가 경찰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사건을 한 경찰관의 범죄적 일탈로 규정하고 징계와 형사처벌로 끝낼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이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 하나를 놓치게 된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신고 처리 절차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신고가 들어온 직후의 처리절차다. 담당 경찰관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이것이 무망한 기대일까ㅡ이곳에서 삶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이것이 무망한 기대일까ㅡ이곳에서 삶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요즘 나는 이곳(페이스북)에 글쓰기가 조금 겁난다(그런 이유로 이곳에 내 글을 모두 올리지 못한다. 최근 내가 매우 중요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글은 내 블로그에서 모두 볼 수 있다.)여행을 하며 느낀 이야기,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 것들,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들어온 작은 풍경을 쓰고 싶다가도 손을 멈춘다. 온통 정치 이야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이런 글을 쓰면 나 혼자 딴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나는 이 공간에서 정치 이야기를 보고 싶다. 나 역시 오랫동안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글을 써왔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률가의 생각 용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법률가의 생각용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나는 원래부터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다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투사가 아니다. 불의를 찾아다니며 싸우는 사람도 아니었다. 세상을 살면서 적당히 타협할 때도 있었고, 모른 척 지나간 일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어떤 순간만은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데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외면하고 지나가면 두고두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것 같은 때였다.그런 순간이면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내가 지난 40년 동안 간직해 온 용기였는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