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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송이 변호사의 비애 다음 달 초 변협이 주최하는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옛날 앨범을 꺼내 보았다. 30여 년 전 변호사 초년 시절 글이 보관되어 있었다. 1990년 12월 13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인데, 제목이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낸다. ‘애송이 변호사의 비애‘. 내가 이번 토론회에 나가면 이 말부터 해야겠다. “... 어느 지방법원에서 있었다고 하던데, 연수원을 나와 바로 개업한 젊은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수임하여 보석청구를 하였다 한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는데 보기 좋게 ‘보석기각’ 그런데 이 사건이 현직에서 갓 나온 어느 소위 힘 있는 변호사에 의해 다시 보석 청구되었다고 한다. 며칠 후의 결과는 ‘보석허가’. 참으로 이러한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뭇 사람들이 변호사에게 깡통 찬 소크..
한 예술품 애호가가 이루어 낸 아시아 최고의 서양미술관-일본 국립서양미술관 60주년을 맞이하여- 역시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 때, 나는 일본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90년대 초 변호사 수가 많지 않던 시절, 나는 한국 변호사 중 일본에 꽤나 알려진 사람 중의 하나였다. 일본어를 좀 배우고 난 뒤,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충우돌, 일본 각처의 변호사회를 다니며 얻어낸 결과였다. 당시 내 주된 관심사는 인권 관련 일이었다. 이제 막 30세에 접어든 한국 변호사가 일본 변호사회를 찾아, 20년 이상 선배격인 일본 변호사들을 만나, 매우 당돌하게 묻고 자료를 달라고 했다. 그런 덕에 일본 변호사나 법학교수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은 때때로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이로 인해 적잖은 글을 30대의 젊은 나이에 일본에서 발..
일요단상,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 아브라카다브라. 이 말의 연원에 대해선 확실히 아는 이가 없다. 다만 많은 학자들이 이 말은 고대 히브리어나 아람어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두 언어에 비슷한 발음의 말이 있는데, 그 뜻은 대체로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 정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래 전부터 서양 마술사들은 관중 앞에서 곧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런 주문을 외운다. 아브라카다브라! 내겐 블로그가 있다. chanpark.tistory.com. 4년 전 이곳 페이스북에 쓴 글 중 버리기가 아까운 글들을 모아 글 창고로 만든 블로그다. 그 이름이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이 블로그를 만들 때 내 마음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말하노니, 이 말이여, 꼭 이루어지라!“ 나는 지금도 이 말을 주문..
공수처 논란에 대해-몇 가지 질문에 답하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공수처 논쟁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제 공수처 설치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은 동의하지만 공수처 설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야당의 반대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중엔, 공수처를 중국의 공안식 사정기구로 폄하하면서, 설치되는 경우 독재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이 2년이 넘었지만, 아쉽게도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부족했다. 우리는 중요한 정책을 왜 이렇게 정략적으로만 접근하는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라도 공론을 모으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이 문제의 쟁점을 짚어보도록 ..
비오는 카페에서 비오는 카페에서 가을비 추적추적 텅빈 단골카페에서 창밖 바라보며 빛바랜 추억여행 열 두 살 시골소년 두리번 거리던 그 길 지금도 그대로인데 반백의 나그네 찾아와 그 때 그 소년 그리네 (2019. 10. 7)
검찰이 특수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제 경찰이 답할 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기가 높다. 이 기회에 꼭 실현되길 바란다.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 검찰은 직접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 등 몇 곳에만 두겠다고 발표했다. 막 활동을 개시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가 특수부를 (중앙지검 외에는)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한다고 한다. 이것은 검찰에게 집중된 형사절차의 권한을 수사 기소 분리원칙을 적용해, 검찰은 기소기관으로 경찰은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검경 권한을 조정하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방향은 맞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런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제까지 검찰이 맡아온 특수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이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품는 의문-선택적 정의에 분노함- 어제 조국 장관 자택에서 11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이 상황에 대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칼을 뺐다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와 이 공간의 수많은 친구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수사는 아무리 보아도 잘못된 수사다. 저 수사는 아무리 보아도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다.” 나는 조국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여러 번 이곳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내가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나만의 의문이 아니라 이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우리의 분노이기도 함)이기도 하다. 첫째, 이 사건은 인사 청문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고발한 사건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치적 사건이다..
일요단상-법률가는 조국사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법률가로 훈련된 사람들의 특징은 매사 신중함이다. 그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객관적 증거에 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법률가들에겐 이쪽 저쪽 이야기 다 듣고 판단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 만일 급한 상황에서 의견을 말할 때라도, 자신의 판단근거가 틀릴 것을 예상하여,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단서나 조건을 붙인다. 요즘 이 공간에서 글을 쓰는 법률가들에게선 이런 특징이 잘 안 보인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적잖은 법률가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글을 쓴다. 보수든 진보든 가릴 것 없이, 밑도 끝도 없는 기사 하나를 근거랍시고, 단정적이고 선동적인 글을 써댄다. 도대체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무엇인가. 찌라시 같은 언론보도 외에 그런 판단을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