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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을 없애더니 이제는 법원에 수사를 맡기겠다는 것인가

보완수사권을 없애더니 이제는 법원에 수사를 맡기겠다는 것인가우연히 국회의 의안시스템을 검색하던 중 눈에 띄는 법안 하나를 발견했다. 박은정 의원이 지난 9월 11일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검사의 수사권 폐지로 양형자료 수집에 공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법원 조사관에게 양형자료 조사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원이 조사관에게 양형자료 조사를 명하고, 조사관은 관계기관에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을 보면서 말문이 막혔다.나는 형소법 개정 전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면 기소유예 처분부터 문제가 생긴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검사는 범죄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 회복 여부, 피의자의 개인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유예를 결정한다...

스마트워치만으로는 피해자를 지킬 수 없다

스마트워치만으로는 피해자를 지킬 수 없다— AI 기술을 활용한 적극적 범죄예방 체계가 필요하다최근 가정폭력과 스토킹 사건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남양주에서는 접근금지 조치와 스마트워치 지급에도 불구하고 피해 여성이 살해되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가정폭력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던 여성의 남편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 이어 12일 제주에서는 스토킹과 교제폭력을 여러 차례 신고한 여성이 과거 연인에게 살해되었다.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가해자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이런 사건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범죄피해자 보호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나누어 주고 위험할 때 신고하라는 방..

어느 미국 교수와의 공동 연구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

어느 미국 교수와의 공동 연구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요즘 미국의 한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20 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데 이번 학기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나와 함께 연구를 하게 된 것이다.그런데 뜻밖의 문제로 가끔 애를 먹고 있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이 늦다. 며칠씩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도 있다. 어제도 세 통의 메일을 보냈다. 내가 작성한 원고를 구글 드라이브에 올렸으니 검토해 달라는 내용도 있고, 다음 주에 점심을 함께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다.나는 이렇게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게 이메일은 가능한 한 즉시 답해야 하는 소통 수단이다. 전철 안에서도 수시로 확인하고, 답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답한다.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언제쯤..

법률가의 생각 보수와 진보의 갈림길에서 ― 나는 진보주의자인가?

법률가의 생각보수와 진보의 갈림길에서 ― 나는 진보주의자인가? 사람들은 나를 진보주의자라고 말한다. 진보진영에 속한 사람이라고도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법률가가 된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을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왔다. 민변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으며, 대학에서는 인권법을 가르쳤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을 진보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그러나 나는 오래전부터 나의 정체성을 의심해 왔다. 나는 과연 진보주의자인가? 나와 보수주의는 거리가 먼 것인가? 내가 진보주의자라면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

신임 중수청장에게 바란다 ― 이제는 능력으로 보여줄 때다

신임 중수청장에게 바란다 ― 이제는 능력으로 보여줄 때다우여곡절 끝에 초대 중수청장이 임명됐다. 개문발차로 출범한 중수청이 이제야 지휘부를 갖추게 된 것이다. 출범 과정에서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능력으로 만회해야 한다. 중수청이 전문성과 수사역량을 입증한다면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최대 성과가 될 수도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의 어깨가 무겁다.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두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하나는 조직 구성과 수사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 수사태세로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중수청은 이미 출범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수사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필요한 수사인력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지휘체계도 완성되지 않았다. 수사기관 운영의 핵심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마저 제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세종시로 가서는 안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세종시로 가서는 안 된다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를 내년 상반기에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에 따른 것이다. 나는 이 계획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인권위가 어떤 기관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고 내린 결정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나는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기능 강화라는 정책 목표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모든 국가기관을 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관마다 그 성격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인권규범인 파리원칙에 따라 설립된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다. 파리원칙은 인권기구의 독립성과 다원성, 실효성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국민과 시민사회의 인권위에 대한 접근성..

법률가의 생각 이성의 한계 ―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

법률가의 생각이성의 한계 ―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 이성적인 법률가의 자기 의심나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이성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인간은 과연 이성적인 존재인가. 우리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그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떤 본능이나 감정이 아닐까.이런 생각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갖게 되었다. 나는 평생 법률가로 살아왔다. 법률가란 어떤 사람인가.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감정이나 편견에 휘둘리지 않도록 훈련 받은 사람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했다. 과연 이것은 나의 이성적 판단인가. 혹시 내가 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을 정..

그래도 희망을 갖자

그래도 희망을 갖자정치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혐오감이 든다. 그러나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정치다. 그들이 정치를 하고, 그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욕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 현실을 직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대안을 내놓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치다. 나는 그것이 이 시대의 정치인과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이런 정치관을 갖고 있음에도 나는 요즘 정치판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안쓰럽고 절망스럽다.국민의힘에서 요즘 맹활약(?)하는 두 정치인이 있다. 주진우와 이진숙이다. 그들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독기가 느껴진다. 주진우는 상임위원회건 국..

과유불급의 소신

과유불급의 소신나는 과거 임은정 검사의 행동을 높이 평가했던 사람이다. 검찰 조직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지시에 맞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그의 행동은 용기 있는 검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조직의 논리에 순응하는 것이 편한 길임을 알면서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행동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검찰개혁 과정에서 그랬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찬성했을 뿐 아니라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기소와 공소유지의 책임을 지면서도 경찰 수사의 오류나 누락을 직접 바로잡을 권한마저 포기하자는 것이 과연 검사의 본분에 맞는 주장인지 의문이었다. 더욱이 현직 검사장이 검수완박을 ..

브라질 대선이 한국 진보에 보내는 경고

브라질 대선이 한국 진보에 보내는 경고며칠 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현직 대통령 룰라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에게 졌다. 플라비우는 47.03%, 룰라는 45.16%를 얻었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룰라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으니 예상 밖의 결과다. 곧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고 하나 룰라의 당선을 예측하는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내가 이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브라질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만은 아니다. 브라질의 현재 모습에서 몇 년 뒤 우리 대선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아들이다. 아버지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룰라에게 패한 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