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 이 뜻을 제대로 아십니까?
피소추인 윤석열은 헌재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은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했지요. 3.1절 광화문, 여의도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연단에 선 연사들이 이런 말을 하니 우레같은 박수가 터지더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뜻입니까? 어떻게 계엄을 하면 대국민 호소의 효과가 있어 국민이 계몽된다는 말입니까?
자, 일단(위헌, 위법의 문제는 차지하고) 윤석열 주장대로 당시 야당의 독주로 정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였다고 합시다. 그래서 그것을 타개하는 방법은 비상계엄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계엄은 과거의 계엄과 다른 것이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의도도 없고, 국회의 기능도 막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국민께 상황을 알리고 호소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윤석열이 주장하는 것 아닙니까.
문제는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으로서의 비상계엄, 이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겁니다.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십니까? 계엄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호소를 한다는 것이지요? 헌재 심리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피소추인이나 그 대리인들에게 정확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았나요? 제가 아직껏 들은 바가 없습니다.
계엄이란 국가 비상사태에서 병력으로(군대의 힘으로, 군대의 무장력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회복하거나 유지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소요가 발생해 경찰력만으론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때,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해,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계엄인데, 어떻게 하면 군대를 동원하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은 제한하지 않으면서, (야당의 패악을) 호소하는 그런 계엄이 가능할까요. 그런 계엄이 머릿속에 떠오릅니까?
보통 호소라고 하면 이렇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이 티브이에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야당 X들 때문에 도대체 대통령으로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망국의 근원은 야당의 의회 독재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런 상황이니 야당을 준엄하게 꾸짖어 주십시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호소하지 않고 계엄을 통해 호소한다?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제가 하루 종일 머리를 짜내 몇 가지 가능한 대국민 호소용 계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윤석열의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1. 군인들이 매일 광화문 광장에서 수십 대의 방송용 차량을 동원해 야당의 패악질을 가두 방송한다.
2. 군인들이 방송국을 점령해 야당의 패악질에 대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하루 종일 방송한다.
3. 군인들이 야당 국회의원을 붙잡아 수방사 지하 벙커로 데리고 간 다음, 그동안 대통령을 괴롭힌 것을 자백받아, 그 내용을 방송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더군요. 왜 윤석열은 군대를 국회에 보내 의사당 침탈을 시도했을까요? 당시 의사당에서 경찰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요 사태가 일어났던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군대가 의사당에 진입하고자 한 것이 대국민 호소용 계엄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생중계가 되는 것도 예상했다고 하니 이런 것일까요?
‘아, 야당X들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으면 우리 대통령이 저렇게라도 해서 야당 X들을 혼내 주려고 했을까. 아이고, 우리 대통령 불쌍하시다....’
국민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길 바랐다는 것인가요?
도대체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어떻게 계엄을 하면 국민들이 계몽이 되는 겁니까? 국회 측 대리인, 이런 질문을 했습니까? 안 했으면 지금이라도 (서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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