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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핵협의 그룹(NCG), 그게 그리 중요합니까?

박찬운 교수 2023. 4. 27. 13:41
 
 
답답한 마음에 한 마디합니다. 어제 한미 정상간에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는 이렇습니다.
 
“한국과 미국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했다. 또한 북핵 위협에 대한 억지·방어 차원에서 공동 훈련·연습을 확대하고,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늘리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은 비핵 국가 지위 유지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지속 이행을 약속했다”며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북핵위협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NCG를 만든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북핵의 본질을 알면 저런 것은 미국 장기판의 졸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북핵의 본질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자신의 체제를 보호하기 위한 사활적 전략’입니다. 북핵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략이 아닙니다.
 
 
제가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생각을 많이 해 왔습니다. 4년 전 북핵의 본질에 대해 간단한 글을 하나 써 놓은 게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고칠 게 없습니다. 여기에 다시 올리니 읽어보시지요.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것은 북핵이 기정사실화되면 미국이 한반도에 핵전개를 하거나 우리들 내부에서도 핵무장을 하자는 요구가 많아져 한반도는 바야흐로 세계의 화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쟁지역이 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우리가 쌓아놓은 한강의 기적은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의 사활적 전략은 북핵도 안 되고, 미국의 남한 내에서의 핵전개도 안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핵 위기 속에서도 결코 한국이 핵을 갖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한국이 핵운용을 마음대로 하는 것은 미국의 주도하는 세계전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핵우산을 씌워줄테니 대한민국은 핵무장하자는 말을 꺼내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이번 워싱턴 선언도 미국 입장에선 그 이야기 아닙니까.
 
 
따라서 저런 선언은 우리의 실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핵자산을 용이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원래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야 할 사항인데, 이것을 한국이 쌍수 들어 환영하고 다른 것까지 내주니, 미국으로선 한마디로 손도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미국이 저런 것을 요구해도 우리가 적당히 뒤로 빼면 우리에겐 미국과의 관계에서 유효한 카드 한장을 확보하는 것인데...도대체 우리 안보담당자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 가지 더 말하지요. 워싱턴 선언은 정치적 약속입니다. 우리와 미국은 이런 정치적 선언 이상의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동맹조약을 맺었습니다. 정말 북한이 헤까닥해서 한반도에 핵을 사용하면 바이든 말대로 그날로 북한 정권은 끝입니다. 그것은 저런 NCG를 안 만들어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동개입하게 될 겁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한번 보십시오.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Article 3 Each Party recognizes that an armed attack in the Pacific area on either of the Parties in territories now under their respective administrative control, or hereafter recognized by one of the Parties as lawfully brought under the administrative control of the other, would be dangerous to its own peace and safety and declares that it would act to meet the common danger in accordance with its constitutional processes.

제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 허용)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Article 4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

 

이보다 명확한 약속이 어디 있습니까? NCG라는 것도 모두 이 범주 내에 있는 것이지 무엇이 특별합니까. NCG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없습니다. 윤대통령이 관심을 가질 것은 이것보다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경제를 챙기는 것입니다. 미국은 허접한 워싱턴 선언을 해주고 한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모두 얻는 실속을 챙겼습니다.
 
 
대통령께서 가치 동맹 자주 말씀하시는데, 세상에 국가 간 실리를 찾는 외교전에서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외교적 수사는 만찬 즐길 때 덕담으로나 하는 것이지 공식적인 석상에서 마구 할 말은 아닙니다. 초보 운전자는 서행해야 합니다. 과속하면 대형사고를 일으킵니다.

(2023.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