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우리 로스쿨,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박찬운 교수 2015. 9. 26. 19:46

<우리 로스쿨,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로스쿨에 있는 사람으로서 로스쿨의 현실을 보면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다.

페북을 보면 로스쿨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아 내 의견을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쓸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읽는 분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한다.

나는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로스쿨의 현재상황을 우선 설명하고,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 다음, 말미에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마디 하고 들어간다. 나는 원래 로스쿨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여러가지 문제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류는 내 뜻과 관계없이 흘러갔다.

한 마디 더. 로스쿨 학생들은 나같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시 합격률을 높이라고, 목소리 내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 수도 없다.

아래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전체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합격률만 높이는 것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관점은 로스쿨을 존속시키면서 어떻게 우리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는가이다. 따라서 로스쿨폐지론을 주장하는 분들에겐 내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 글은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 없다. 나는 이것을 염두에 두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로스쿨 교육의 현실 총론>
해가 가면 갈수록 학생들은 변시 준비가 큰 부담이다(이대로 가면 내년은 10명 중 6명 합격, 수년 내로 10명 중 4명 이내로 합격한다) 학교 교육도 여기에 종속되어 간다. 특성화, 다양한 전문가, 유능한 실무가의 양성이라는 로스쿨 목표는 이제 물건너 갔다.

나는 인권법 교수지만 내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이 별로 없다. 섭섭하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학생이라도, 내 수업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 수업은 어느 정도 법학교육이 된 학생들에게 맞기 때문이다. 기본법도 배우지 못한 학생들에게 내 수업 들어 오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한 일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로스쿨 내에서 로스쿨 교육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는다. 이상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직도 우리 로스쿨이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로스쿨이 만들어진 이후도 가르치는 거는 거의 달라진게 없다.

특히 기본법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폐강될 염려도 없으니 개선에 대한 강한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어이구, 왜 그거 만들어 이렇게 어렵게 하나."

---->우문 현답 같지만... 로스쿨에서 변시가 교육을 지배하면 안 된다. 변시를 자격시험화하여 학생들을 시험에서 해방시키고, 내실있는 교육을 통해 실력있는 법률가, 다양한 전문가, 인권의식이 충만한 법률가를 양성해야 한다. 이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그 원칙이 작동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스쿨은 실패할 수 밖에 없는가? 내게 그것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현재 상황이 계속가면 실패한다!

그러니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교육기간>
현재는 절반이 법대출신이다. 향후 몇 년 내로 거의 전부가 비법학부 학생이 로스쿨에 들어올 것이다.

비법대 학생들이 로스쿨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법학교육, 실무교육 받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짧은 교육기간 내에 법조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려고 하니 커리큘럼이 무리할 수밖에 없다. 법학에 아무런 기초가 없는 학생들에게 입학과 동시에 민법의 전과정이 강의되는 게 현실이다.

내가 배울 때는 적어도 3년 동안 계단 밟듯이 올라가던 과정을 단 한 학기에 배우는 상황이다. 이러니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도 로스쿨 과정을 따라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교과서를 최소한 몇 번은 읽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도 벅차다.

법학출신자와 비법학출신자를 한데 모아 놓고 상대평가하는 것도 매우 부당하다. 법학출신이라면 심화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비법학 출신과 처음부터 다시 법학교육을 받는 것, 이것도 비생산적이다.

----->법학을 전공한 사람에겐, 3년 기간은 변시 문제를 해결하고 각 학교에서 커리큘럼을 재정비한다면 그런대로 양질의 로스쿨 교육이 가능한 기간이라고 본다.

그러나 비법학부 출신에겐 사실 짧다. 그들이 학부에서 법학을 복수전공을 했으면 몰라도 3년 교육으로 법학부 출신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하다.

세계적으로 3년 정도 법학공부해서 법률가가 되는 나라는 미국 이외에는 찾기 힘들다.

서구의 대부분 나라는 법률가가 되기 위해 우리처럼 합격하기 힘든 사법시험과 같은 제도는 없지만 대신 장기간의 교육과 수련기간을 거친다.

몇 년 후엔 거의 모든 로스쿨의 학생들이 비법학부 출신이 차지하면, 상대적인 실력 차는 없어지겠지만 법학교육의 기간 문제는 여전히 남을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 양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정대학의 몇 몇 교수들은 비법학부 출신이라도 3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기야 천재들이라면 3년이면 충분하지!

그러나 실무가 출신 교수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보면 교육기간이 짧다는 내 생각에 거의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법학수요와 공급>
로스쿨 이후 사회의 법학수요와 공급은 위기다. 변호사는 넘치지만 기업, 공공기관, 언론사 등에 법학을 배경으로 일하는 사람은 향후 급감할 것이다.

---->로스쿨 이전 매년 전국에서 매년 7-8천명 이상의 법학 졸업생이 있었고, 이들 상당수가 기업, 공공기관, 언론사 등에 취업했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졸업한 학교는 지금 로스쿨을 운영하는 학교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리고 장래에는, 그렇지 못하다. 법학을 공부하고 법률가 자격을 따지 못한 법학출신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할까. 우리 사회에는 법률가 아닌 법학출신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수요가 현재의 로스쿨 졸업자로 다 충당된다고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실질적 법학수학자 수요는 변호사 수 이상이 되어야 한다. 로스쿨 체제는 이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로스쿨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뽑거나 아니면 법학부를 부활시키는 수 밖에 없다. 전자는 돈이 많이 드는 것이라 사회적으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 비현실적이다.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후자가 낫다.

<법학으로서의 학문>
로스쿨 이후 법학은 이제 학문이 아니다. 대학원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기초법학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 몇 년 후면 전국 로스쿨에 있는 일반대학원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이것 하나는 동의하자. 로스쿨도 법학이 있고 나서 존재하지 그 학문적 토대가 실종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현상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 로스쿨에서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법학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 현재 몇 몇 대학에서 로스쿨 졸업자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박사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지망생은 극히 적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그 지망생은 실무지향적 학문을 하려고 하지 순수법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드물다. 법학이 살려면 일반대학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지탱할 교수가 있어야 한다. 로스쿨은 답이 아니다.

<로스쿨, 돈스쿨>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든다. 교육수준과 관계 없이 돈이 드는 구조다. 지금은 이것을 장학금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는데 이게 과연 정상인가.

사립대에 장학금을 등록금 대비 20 프로 이상 강요하고 있는데 이것으로 돈스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느 대학은 100프로, 75프로 장학금 주다 그것 못지키게 되어 사달이 났다.

사실 그들 대학은 로스쿨에서 무상교육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그 돈은 다른 학생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러니 학생간에도 불평등 구조다.

그렇다고 장학금 안주면 돈없는 사람은 법률가가 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이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개별 로스쿨에 장학금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돈스쿨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로스쿨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돈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장학금을 주더라도 지금과 같은 무조건부 장학금은 재고해야 한다. 직업학교에서 그런 식으로 돈을 주는 것은 문제다. 돈을 받으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가 따라가는 미국 로스쿨에서 이런 식으로 장학금을 주는 법이 있는가?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곳에선 장학금이 있는 경우라도 대부분 조건부다. 졸업 후 공익인권 분야에서 일정기간 근무한다는 등의 조건을 달고 장학금을 준다는 말이다.

돈 문제는 국가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주도하는 장학금을 만들든지, 장기 저리의 금융대출제도를 제공하든지 하는 방식으로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시존치문제>
마지막으로 사시존치 문제를 보자. 이 문제는 현황을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바로 내 의견을 말한다.

나는 지금과 같은 사시가 로스쿨 제도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남는다면 로스쿨은 파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그 방안에는 반대한다.

다만 내가 주장하는 법학부를 부활한다면, 예비시험 제도의 도입은 가능하리라 본다.

법학부를 졸업한 사람들 중에서 예비시험을 보게 하여 그 합격자에 한해 변호사시험 자격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법학부 정도의 법학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일부가 추가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법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예비시험 자격자를 법학부 졸업자로 제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논의의 대상이다.

예비시험을 두는 경우라도 합격자 수는 제한해야 한다. 로스쿨 정원의 20%를 넘지 않는 수 내에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이렇게 제한하지 않는다면, 법학부가 부활된 상태에서, 로스쿨에 들어올 사람은 없게 되고, 그것으로 로스쿨은 사망하게 될 것이다.

내가 사시 대신 예비시험을 제안하는 것은 비로스쿨 출신자에게도 변호사가 될 기회를 주자는 사시존치론의 취지를 인정하는 것 외에 변호사의 자격출구는 변호사시험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벌써 법조계는 사시파와 변시파로 나누어져 극심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속시키는 것은 법조의 장래를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결론이다. 내가 보는 최선의 개선책은 이렇다. 이것은 로스쿨 존치를 전제로 제한하는 개선책이다.(로스쿨 폐지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고 혼란을 야기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대안엔 반대한다. 하지만 사회적 비용과 관계없이 논의하자고 하면, 좋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사시제도 손 좀 보고, 법대교육 정상화시키는 것으로 논의를 종결하고 싶다.)

1. 법학부를 부활하자. 이렇게 되면 로스쿨의 입학자는 7-8할은 법학부 출신이 될 것이다.(이제 와서 법학부를 부활하자는 데,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로스쿨의 현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2. 로스쿨의 법학교육은 심화교육이 중심이 되며, 이에 기초한 실무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법학부ㅡ일반대학원의 체제에서 해결하자.

3. 비법학부 출신이 로스쿨에 들어 오는 경우 수업연한은 기본적으로 1년을 연장(4년)한다.

4.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화 한다. 응시자 대비 80프로 이상은 합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에 아직도 연연해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제 몇 년 후가 되면 사시합격자는 나오지 않는다. 그들과 실력 운운하면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5. 로스쿨 교육에선 법학부 출신과 비법학부 출신이 기본과목에서는 상대평가 하지 않고 반을 따로 편성하여 교육한다.(만일 이게 어렵다면 입학 후 기본과목에 한해 시험을 보아 기수자 코스반과 미수자코스반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6. 실무교육 강화를 위해 리걸 클리닉 교육의 수준을 높여 로스쿨 교육기간 내에 기초적인 소송실무를 익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로스쿨 실무교육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행여부를 로스쿨 평가과정에서 엄격히 심사한다.

7. 로스쿨의 특성화 교육을 조정한다. 인가과정에서 각학교가 제시한 특성화 교육은 현실적인 이행이 가능하도록 수정하고, 향후 수정된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적절한 페널티를 가한다.

8. 장학금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국가 주도형 장학금 제도를 만들고, 장기저리의 대출제도를 만들어 로스쿨에 들어 와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비 문제를 최소화시킨다.

9. 로스쿨은 실무가가 중심이 되어 실무지향교육이 이루어지고, 일반대학원은 연구자 출신이 중심이 되어 이론지향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10. 사시존치문제는 예비시험제도로 절충해서 그 취지(로스쿨을 나오지 않고서도 변호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단 그 합격자 수는 로스쿨 정원의 20% 이내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