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직 생활의 후유증이 꽤 크다. 환갑 넘기고 진갑을 목전에 두니 나이의 무게감도 무시할 수 없다. 겉보기엔 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알게 모르게 무기력증, 우울, 고독이 수시로 찾아온다. 별일 아니려니 생각하고 일부러 잊으려 했으나 그럴 일이 아닌 것 같다. 상태가 어떤지 나 스스로를 관찰해 본다. 무엇보다 사람 만나기가 싫다. 이 증상은 공직으로 가기 전 이미 생겼다. 그것은 아마 교수라는 직업이 준 선물 아닌 선물이었다. 일을 함에 있어 특별히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 그저 연구실에서 혼자 있는 것에 만족했다. 공직 생활 중에는 공무상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런 중에도 사적 모임은 거의 안 했다. 사적인 모임은 대체로 저녁 시간대에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