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닌 소설(2) 야곱의 씨름 #1 나는 그 해가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출발은 좋았지만 그것은 뒤이어 발생한 사건에서 내가 받을 고통을 배가시키려는 짓궂은 신의 장난이었다. 그 해를 피할 수만 있었다면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리 했을 텐데... 하지만 그 운명은 유유히 내 인생 한 가운데로 걸어왔고, 나는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야곱이 하느님과 벌렸던 한 여름 밤의 씨름판이었다. #2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이 밝았다. 2월 초 어느 날 사무장 권충석이 화급히 노크를 하며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변호사님, 이겼습니다. 재판부가 원고 청구 대부분을 인용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변호사 생활 10년 만에 드디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한 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