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심심하다. 음식은 짭조름한 것을 좋아하는데 삶은 싱겁기 그지 없다. 심심하다는 것은 단조롭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삶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루틴한 삶에 만족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겐 이보다 좋은 삶은 없다. 나는 일찍 일어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4시 무렵 기상했는데 어쩐 일인지 최근 들어선 3시쯤 깬다. 조금 더 자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아보지만 이미 잠은 저 멀리 도망갔다. 책상 앞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한다. 지난 2월 공직 퇴임 후 이 시간을 이용해 회고록을 썼다. 학교에 돌아 왔으니 학술 논문을 쓰는 것이 본업이라 생각하고 요 며칠은 거기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6시가 되면 부엌에 나가 빵을 굽고 과일을 깎아 팬에 넣고 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