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교육

로스쿨을 지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박찬운 교수 2018. 11. 12. 09:57

로스쿨을 지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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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스쿨 입시철이다. 전국의 만여 명 가까운 소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법조인이 되겠다는 각오로 로스쿨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시즌이 지나면 2천 명 신입생들이 로스쿨에 들어 와 법률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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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요즘 로스쿨 들어오겠다고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선뜻 도전해 보라는 말을 못한다. 로스쿨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그들의암울한 미래와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로스쿨 교육을 통해 유능한 법률가를 만들어내긴 어려운 구조다. 그들이 그곳에 들어오면 십중팔구 실망하고 후회하게 되어 있다. 로스쿨을 졸업해도 그들 앞엔 수없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결코 꽃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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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누군가는 로스쿨에 들어와 법률가로 양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이 없다면 이 복잡한 사회가 만들어 내는 그 많은 갈등을 누가 처리할 것인가. 그들이 없다면 이 나라의 법질서를 누가 지켜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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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제도가 아무리 후져도 훌륭한 법조인은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중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친구로서 과거 선배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재목이 좋은 법률가들이다. 제도와 관계없이 그들이 법률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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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을 지원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내가 진심으로 해 줄 수 있는 말은 다음 몇 가지 사항이다. 귀담아 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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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로스쿨에 들어와 공부한다고 유능한 법률가가 되는 게 아니다. 유능한 법률가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법률가로서 평생 공부한다는 자세를 갖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공부가 싫은 사람은 로스쿨에 들어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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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공부만 잘한다고 유능하고 훌륭한 법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가, 특히 변호사는 동적인 직업이다. 주어진 일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성공하기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상머리에서 공부해 시험 보는 것은 잘하지만, 능동적으로 일하는 것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로스쿨에 들어오지 말라. 졸업 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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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비판적 시각을 갖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법률가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 우리 사회의 변화에 참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로스쿨에 들어와 법률을 공부하라. 그것만큼 강력하고 좋은 수단이 없다. 하지만 법률 공부해 돈이나 벌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머리 좋고 유능한 변호사라도, 재벌회사 들어가 회사원 되는 것보다 못하다. 돈 아무리 잘 벌어 보았자 의뢰인 재벌회장에겐 그깟 변호사란 머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