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복지

사립유치원 논란에 관한 간단한 소견

박찬운 교수 2018. 11. 16. 11:23

사립유치원 논란에 관한 간단한 소견
.


사립유치원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이 문제가 잘 안 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유치원 운영자들이 갖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성격’에 대한 오해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큰 돈 들여 유치원을 만들었으니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자율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유재산이니 국가가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사립유치원=사설학원‘이라고 생각한다.
.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우리 법(유아교육법)상 학원이 아니라 학교다. 돈을 벌기 위한 사설학원이 아니라 육영이라는 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란 말이다. 때문에 공공성이 강조되며 국가로부터 설립과 운영에서 감독을 받는다. 더욱 유치원 교육은 국가(지방자치단체 포함)가 비용을 부담하는 무상교육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립유치원은 국가로부터 직접 받는 보조금과 학부모를 통해 받는 지원금을 받는다. 학부모로부터 원비를 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국가 통제 하에서 받을 뿐이다. 
.

사립유치원은 학교이고 국가의 보조와 지원 속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립학교처럼, 회계가 경영자의 개인 주머니에서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과 지원금은 물론 학부모로부터 받는 원비까지 모두 목적 외 용도로 사용될 수 없어야 한다(사립초중고등학교의 회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임). 그런데 이 부분이 관련법의 미비로 그동안 문제가 많았다. 그로 인해 원비는 물론이고 지원금까지 원장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횡령죄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을 학교로 본다면 사립학교법상의 학교와 같은 회계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이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은 내 재산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하면, 폐원하고 학원을 만들면 된다. 그리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학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는 공공유치원(국공립유치원)을 계속 만들어 가면 된다. 
.

그런데 사립유치원은 유치원 수를 무기로 지금 국가가 공공유치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것도 반대하고(그게 만들어지면 학부모들이 다 그쪽으로 가니까 유치원 경영이 안되기 때문임), 국가 돈은 계속 달라고 한다. 더욱 돈 쓰는 것에 간섭도 하지 말라고 하니, 이것은 우리 교육재정을 거덜 내 교육복지를 파탄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이번 정부는 사립유치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유아교육은 우리 복지제도의 초석이란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해결방향은 간단하다. 국공립유치원을 증설하라.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회계는 사립학교에 준하도록 하라. 이것을 거부하는 유치원들은 폐원시키라.(2018.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