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박찬운 교수 2018. 10. 30. 15:53


 사법농단 특별법안에 대한 각각의 논점에 대한 입장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2018년 10월 30일 국회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박주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 그리고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박주민 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나는 이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표를 하였다. 전문을 싣는다.



기본입장

나는 그동안 특별법을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하여 기존 제도 하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길 바라왔다. 우리 사법부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재판진행을 못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제도도 법원이 적정한 배당원칙만 세운다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연이 없는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은 그런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의 사법불신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정의의 위기이자 국가의 위기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한 주권자 대표기관의 헌법수호적 입법조치라고 이해해야 한다. 헌법적 근거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1023항이다.

다만,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재판부 구성이 사법농단 관련자와 관련 없는 법관들로 구성되는 것 외에는, 피고인들에게 어떤 절차적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피고인들에게 헌법과 기존 형소법에서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다면 위헌 논란이 나올 수 있다. 특별재판부는 일반 법원의 절차와 다른 특별한 절차를 피고인에게 적용시키는 특별재판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하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 내용을 중심으로 논점을 찾아내 토론하고자 한다.


박주민 의원 발의 특별법안의 골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상사건의 강제수사(구속, 압수, 수색 등)를 위한 영장심사를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 1인을 둔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대상사건을 재판할 특별재판부(3인)를 둔다.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 법관은 변협, 판사회의 및 시민사회 대표로 구성하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여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대상사건의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

 


논점 1 처분적 법률에 의한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여부

특정사건의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특정 피고인에 대한 처분적 법률이고 그것은 평등권 침해 및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판단: 우리 헌법상 처분적 법률의 개념이 없고 그것이 위헌이라는 근거도 희박하다. 특정인에 대한 처분적 성격의 특별법이라고 해도 그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엔 허용된다. 헌재도 특별검사 헌법소원 사건에서 여러 차례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처분적 법률이라도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이 특별법은 우리 헌법파괴적 행위에 대해 우리 사법부의 공정성의 한계 때문에 특별한 절차를 만드는 것이므로 필요성이 있고, 나아가 특별재판부는 법관에 의해 구성되고(법관에 의한 재판)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권리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평등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의 위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판례

“...재판소는, 특정한 법률이 이른바 처분적 법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곧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수차 밝혀 왔다. 즉 우리 헌법은 처분적 법률로서의 개인대상법률 또는 개별사건법률의 정의를 따로 두고 있지 않음은 물론, 이러한 처분적 법률의 제정을 금하는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특정한 규범이 개인대상 또는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법률이 일반국민을 그 규율대상으로 하지 아니하고 특정 개인이나 사건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차별이 발생하는바, 그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2006헌마1468)


논점 2: 특별재판부를 일반 판사가 아닌 재야 법조인으로 구성할 수 없는가?

박주민 의원안에 대해 특별재판부를 현직 판사로 구성하는 것은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아예 특별검사처럼 재야법조인으로 임시적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도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판단: 가능하다고 본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법원에 속하지 않는 특별법원으론 헌법재판소와 군사법원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법원 소속이 아닌 제4의 사법기관을 만드는 것은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으나 법원 내의 특별재판부는 위헌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특별재판부 구상은 법관에 의한 헌법파괴 행위를 일반 법원이 재판하는 것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고, 헌법해석상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헌법 수호를 위해 기존 판사가 아닌 재야법조인으로 특별판사를 임명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은 이미 헌정사에서 예도 있다, 제헌헌법 하에서 반민족행위처벌법은 헌법상 반민족행위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헌법에서 특별재판부를 명문으로 예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동법은 대법원에 국회의원 5, 고등법원 이상의 법관 또는 변호사 중에서 6, 일반사회 인사 중에서 5인으로 구성하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였다.

나는 위와 같이 재야 법조인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것이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여당이 양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현 단계에선 국민 여론 백 프로 만족시키는 안보다는 통과할 수 있는 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점 3 대법원 심리의 특례

법안은 특별재판부를 1심과 2심에만 두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도 대법원에 양승태 대법원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재임 중이고 이들에 의한 상고심이 예상되므로 대법원 재판도 특례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판단: 타당한 주장이다. 대법원 재판에선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대법관 나아가 사법농단 사건과 연루된 어떤 대법관도 심리에 참여해선 안 된다. 그런 취지를 반영하여 박주민 의원 법안 제4조 법관의 제척 조항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임명된 대법관은 재판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 조문의 해석상 그 외에도 어떤 식으로든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대법관은 재판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논점 4 국민참여재판 강제주의

재판의 공정성과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화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경우 헌법 271항이 정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혹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자유권규약 14)에 위반 여부가 문제 된다.

판단: 처분적 법률에 의한 특별재판부라도 재판절차에서의 피고인의 권리는 일반재판과 달리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달리함으로써 피고인의 권리가 차별적으로 취급되는 경우 평등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 사법농단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를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지 의문이며, 피고인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논점 5 재판기간의 특례

법안은 재판기간의 특례를 두어 1심 및 항소심의 재판기간을 각 3개월로 하고 있다. 사법농단을 신속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나온 안이지만 그것이 피고인의 평등권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다.

판단: 특례를 둘 필요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처벌을 위한 법률의 위헌성 논란을 막기 위해선 절차상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가 일반 사건과 달리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는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혹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의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논점 6 특별재판부의 명칭

특별재판부는 명칭에서 일반법원의 재판부와 다르다는 편견을 주기 쉬우므로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판단: 타당한 주장이다. 현재 구상하는 특별재판부는 특별한 절차를 적용하는 특별재판부가 아닌, 일반법원의 전담재판부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런 면을 부각시키는 명칭이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전담 재판부라는 명칭을 제안한다.


논점 7. 재판부 구성을 위한 추천 및 임명방법

법안은 추천위원회가 특별영장전담법관후보자와 특별재판부 법관 후보자의 2배수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다음, 대법원장이 그 중에서 영장전담법관 1인과 특별재판부 법관 3인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런 방식은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이 재판부에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판단: 특별재판부(영장담당 포함) 어떤 방법으로 설치하더라도 피고인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 설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의 본질적 부분을 해하지 않는 한, 특별재판부는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사법농단 사건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법관의 독립을 본질적으로 해하는 사태이자 권력분립원칙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태로서, 명명백백 실체적 진실이 가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므로 추천방법 및 임명방법에서 추천인이나 임명자의 주관이 가급적 배제되도록 운영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추천위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형식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일정 경력 이상의 법관을 대상으로 무작위 방법으로 추첨하고, 추천위는 추첨된 법관 중에서 제척사유 여부만을 판단한 다음, 문제가 없는 경우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임명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한다.


논점 8 국제인권기준 위반에 대한 우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를 만들면 특별재판소 설치를 금하는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다.

판단: 이 주장은 유엔 사법부 독립에 관한 기본원칙(Basic Principles on the Independence of the Judiciary) 5(모든 사람은 기히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는 일반 법원이나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기히 정당하게 확립된 법적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 재판소가, 일반법원이나 재판소에 속한 관할권을 대체하기 위해, 창설되어서는 안 된다)을 두고 하는 말이나,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본다

위 원칙은 피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일반법원과 다른 절차를 갖는 특별재판소’( Tribunals that do not use the duly established procedures of the legal process)를 금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법원과 다른 특별재판소를 설치해 3심 재판을 단심 재판으로 줄여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는 사법농단 특별재판부안처럼, 일반법원에서 재판하되, 공정한 재판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까지 금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