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박찬운 교수 2018. 10. 22. 09:26

한 순간도 추락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


사법농단 사태가 국민들 입에 오르내린 지 이제 한참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꺼버리고 빨리 마무리되기만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적당히 넘길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뿌리 채 흔들린 사건이다. 이번에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정의는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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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 내에 사법농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었다. 책임 있는 대법관과 고위 법관들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잘못을 고백하고 물러나 근신에 들어갔다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새로운 대법관으로 채워져 환골탈태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하급심 법관들도 이 사태의 중대성을 알고 그에 맞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개혁을 도모하는 대법원장의 입장도 한결 가벼워져 속도감 있는 사법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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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사법농단에 관련된 법관들은 아직도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포진해 있다. 거기에다 이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상당수의 법관들마저 농단 법관들을 유무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이들이 서로 강한 연대감을 보여주고 있는가. 법원장급의 고위법관 중엔 이제 사법농단 수사를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야간수사, 장시간 수사 등에 대해서 문제를 말할 때는 어디 갔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 도대체 무슨 의도란 말인가(하기야 인권은 이런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발전하는지도 모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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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은 왜 이리 문제를 어렵게 푸는 것인가. 이제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실정 형사법 위반과 관계없이 반 헌법적 행위였음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보아도 머리를 숙이고 잘못을 빌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왜 판사들은 이렇게 지루한 공방을 벌리며 사태의 반전을 노리는 것인가.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사법부를 아예 헌정파괴범들의 볼모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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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판사는 추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순간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판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검찰보다 법원이 한 수 위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그것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꼴을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 우리의 인내력을 언제까지 시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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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은 언젠가 떨어진다. 꽃도 언젠가 시들어진다. 대한민국의 힘 있는 법관들도 곧 그 운명에 처해질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2018.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