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 14

역사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다

역사의 현장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다-기억, 그것은 산 자의 의무-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구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87년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31년이 지났지만 나는 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나는 사법연수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바로 몇 달 전 가을 결혼을 했으니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을 때다. 연수원을 졸업하면 바로 군대에 가야 할 처지니 마음은 신숭생숭. 하지만 살아 온 인생 중 가장 여유가 있을 때였다. 그러던 중 1월 어느 날 박종철이 죽었다. 조사 중 고문을 받다가 죽은 것이다. 경찰 수뇌부가 필사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지만 뜻한 대로 되지 않았다. 하나하나 진실이 드러났고 그것은 민주화 열기로 이어져 분노의 정점을 향해 달렸다. 박종철의 죽음과..

최저임금법 개정 논쟁에 대해

최저임금법 개정 논쟁에 대해 . 1.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주요 내용은 그동안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돈 전부를 최저임금에 산입시키는 것은 아니다. 상여금은 최저임금의 25%,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의 7%를 각각 초과하는 금액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2. 이 문제에 대하여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 우리 임금체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왜곡되어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따라 유리한 임금체계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는 임금체계를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노동관계법이나 각종 세법의 적용이 용이하다. 그런 면에서 볼..

양승태는 앞으로 나와 입을 열라

양승태는 앞으로 나와 입을 열라 . 양승태 대법원의 무도한 행위가 극적인 남북 및 북미정상 회담 이슈로 여론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사법사의 대참사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일이다. 이런 일은 과거 유신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하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일부 시국 사건에서 판사들이 외압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렇게 대법원(법원행정처)이 스스로 사법권을 권부에 헌납한 일은 없었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위헌적·위법적 거래행위를 해 온 게 여실히 드러났다. (특조단 보고서 별첨 자료에 의하면) 그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원세훈의 댓글 공작사건,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인생을 걸고 싸워 온 과거사 사건, KTX 사건..

교수가 무시할 수 없는 학생

교수가 무시할 수 없는 학생 .학교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을 봅니다.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그러나 제 머리에 오래동안 남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어떤 학생들인지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 )는 간단한 이유입니다. .1. 항상 앞 자리에 앉아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적극적이고 집중력이 강함) .2. 수업 중에 질문을 자주하되, 내용상 준비된 질문을 하는 학생(치밀하고 준비성이 좋음) .3.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할 때 교수의 눈을 마주볼 수 있는 학생(용기있고 자아가 강함) .4. 과제 리포트에 정성이 들어가 있고 각주나 참고문헌 정리를 잘 한 학생(정직하고 똑똑함) .5. 이성친구(캠퍼스 커플)와 함께 수강해도 떨어져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

북미 정상회담 취소, 냉정한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자

북미 정상회담 취소, 냉정한 자세로 위기를 극복하자 . 간밤에 큰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지난 며칠간 이 역사적 회담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올 게 온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도 경험하지 못하는 특이한 경험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살육이 자행되는 중동이나 몇 몇 분쟁지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선진국의 평화와 번영을 아는 우리로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오후 일이 있어 삼성동 무역센터 부근에 갔다. 눈을 크게 뜨고 거리를 돌아보니 새삼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쭉쭉 빵빵 올라간 고층빌딩 숲은 뉴욕 맨하탄도 부럽지 않은 현대적 도시..

캠퍼스 단상 -놀지 못한 인생-

캠퍼스 단상 -놀지 못한 인생- 지하철에서 나와 연구실로 오는 중 사방을 살펴보니 올해 축제는 유난히 화려합니다. 오늘 캠퍼스는 하루 종일 학생들 행사로 시끌벅적 할 것 같습니다. 밤엔 유명 연예인도 불러 한 바탕 놀 모양입니다. . 어제 수업 시간엔 이런 덕담을 했습니다. “이제 축제 기간이지. 긴장 풀고 마음껏 놀아 봐라. 얼마나 좋은 시절이니, 꽃다운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다. 친구들과 밤을 새워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춰라. 내 수업만 아니라면 수업 빼먹어도 누가 뭐라 하겠니. ㅎㅎ” .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 켠이 조금 아려옵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저렇게 놀아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한 게 없습니다. 연구실로 들어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 않습니다. . 여러 페친 들..

류경식당 종업원 사건 딜레마와 해법

류경식당 종업원 사건 딜레마와 해법 . 정부가 류경식당 종업원 사건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정권이 바뀐 뒤 정부(국정원)가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공작한 국정원 내의 책임자급은 이미 힘을 잃었고 그것이 종업원들의 신변 변화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철통 통제 하에 있던 그들을 언론사가 어떻게 인터뷰할 수 있었겠는가. .정부(국정원과 통일원, 나아가 청와대)는 지금 이 사건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이 사건이 여전히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탈북사건이라는 기존 통일부 입장을 반복했다. 참으로 안타깝다. 왜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이런 정도의 태도밖에 취할 수 없는 것일..

민변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수 있는가 -민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민변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수 있는가 -민변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 류경식당 종업원 문제가 남북관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적십자사는 어제 대변인 발표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이 문제는 올 8.15로 예정되어 있는 남북이산가족 상봉과도 연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건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민변의 역할이 크다. 민변 변호사들은 이 사건 초기부터 공작 입국 가능성을 제기했고 그 진실을 캐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종업원들에 대한 접견을 시도했고 법원에 인신구제 청구를 하기도 했..

멘티들의 선물

멘티들의 선물 스승의 날입니다. . 어제 오후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이 연구실로 들어왔습니다. 멘티들입니다. 저희 로스쿨에선 신입생이 들어오면 4-5명씩 그룹을 만든 다음 멘토 선생님을 지정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신입생들과 인연을 맺으면 멘토 교수는 수시로 멘티들을 불러 학습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저는 멘티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뭐 크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시간이나마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게 전부입니다. . 올해 인연을 맺은 멘티들이 스승의 날을 맞이해 고심을 한 모양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이 되면 멘티들이 돈을 모아 꽃을 사오기도 하고 케잌을 사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고맙게..

삶의 여정 2018.05.18

검찰 개혁의 방향 -검찰권 남용에 대해 대배심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검찰 개혁의 방향 -검찰권 남용에 대해 대배심을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 검찰개혁은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검찰권 남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야당(특히 자유한국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공수처 대신에 미국식 대배심(Grand Jury)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대배심은 일반 시민이 배심원이 되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주장을 하는 대표하는 분이 박승옥 변호사입니다. 박변호사님은 제가 특별히 존경하는 분입니다. 젊은 때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데 출중한 능력과 인권보호에 강한 의지가 있는 분입니다. 특히 박변호사님은 재야의 미국 형사법 최고 전문가 중 한 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