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279

강제징용 판결이 무역제재 국면으로... 이 문제 정녕 풀 길은 없는가

한동안 정치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고달파서 그랬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집에서 쉬면서 살펴보니 이것만은 꼭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불거진 한일 간의 갈등에 관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나자, 일본 정부는 그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서, 한국 정부에 보복을 경고해 왔고, 급기야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베는 자신의 지지층을 규합하기 위해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 국민에게 상당한 희생이 초래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 문제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는 대응책을 만드는 데 꽤나 고민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자,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그 전에 말할 것이 ..

인권 관련 학회의 필요성

지난 토요일(2019. 6. 8)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선 인권법학회, 인권학회,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인권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두 학회가 중심이 되어 이런 학술대회를 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자못 역사적인 일입니다. 아래 글은 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제가 말씀드린 축사입니다. 이 학술대회의 취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ㅡㅡㅡㅡ 안녕하십니까. 오늘 주말인데 쉬지도 못하시고 많은 분들이 이 학술대회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이 학술회의를 공동으로 주최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국가인권위 최영애 위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권법학회와 인권학회가 공동으로 이 같은 학술회의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저는 우선 현 시점에서 두 학회의 시대적 존재의의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 과연 불가능한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 법률안이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되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단 좋은 현상이다. 그간 이 개정 법률안에 대해선, 경찰은 찬성하고 검찰은 완강히 반대하고, 더욱 오랜 기간 양 기관간의 반목이 심해 원만한 조정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오로지 정치권에 의한 타결만 기대될 뿐이었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최대 쟁점은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여부다. 검경이 이들 문제를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전 현직 이론가로 불리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원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아주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검찰의 존재의의는 수사과정의 사법적 통제다. 그러..

폴리페서란 무엇인가-폴리페서에 대한 나의 입장-

제가 가끔 정치색 짙은 글을 쓰고, 급기야는 자유한국당 해산시켜야 한다는 글을 썼더니, 누군가 저를 기가 막힌 ‘폴리페서’라고 하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를 그리 보십니까?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해, 간단히 제 입장을 밝힙니다. 폴리페서란 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정치인이란 뜻의 politician과 교수라는 뜻의 professor의 합성어입니다. 일반적으로 ‘폴리페서’란 “학자 본연의 임무인 학문연구와 강의를 뒷전으로 미룬 채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교수”를 말하지요. 좀 더 리얼하게 정의하면, “교수라는 직함을 이용해 정치인(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 혹은 정부출연기관 등의 장이 되려고 정치권력의 언저리에서 기생하는 사이비 교수”를 말합니다. 제가 그 정의에 맞는 폴리페..

이미선 재판관 후보자에게 바란다

나는 이미선 후보자를 모른다. 아쉽게도 내겐 헌재재판관으로 그가 적격자인지 마땅한 정보가 없다. 재산문제가 불거졌고 그로 인해 여론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로선 그것은 결정적 하자가 아니라고 본다. 주식거래행위에 불법이 없었다면 그것 때문에 낙마되어선 안 된다. 내게, 나아가 문대통령의 지명권을 존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가 헌재재판관으로서 능력과 소신을 갖춘 법률가인가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평가를 하기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 다만 내가 존경하는 몇몇 법조인들이 후보자의 능력과 소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는 것을 보고 다소 믿음이 가는 정도다. 이미선 후보자가 가장 염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재산문제 소명보다 소신과 능력에 대해 신뢰를 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왜 필요한가

제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글을 쓰니, 몇 몇 후배 변호사들이 (심하게 까진 못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1.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은 우리 사법절차에서 시급한 제도가 아니다, 왜 중죄인에게 국가예산을 써서 변호인 조력을 제공하느냐, 이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형사공공변호인을 찬성하는 것은 우리의 형사사법절차가 갖는 본질적 한계 때문입니다. 우리는(일본도 유사함)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검사가 재판에 회부하면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99%입니다. 이것이 일본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밀사법(精密司法)의 실상입니다. 이것은 억울한 사람이 재판과정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논란에 대하여

(고성, 속초 지역에 산불이 났습니다. 조속히 진화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1. 정부가 수사단계의 국선변호제도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자 변호사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반대 내용을 보면 확연히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한쪽은 이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며 결사반대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제도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운영주체를 변호사단체(대한변협)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초부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 온 사람으로서 이 논란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2. 우선 형사공공변호인제도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수사초기의 인권보장을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형사절차에서 인권침해(고문, 강압적 심문, 회유 등등)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단계가 수사단계..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이 사건이 과거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전임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단체장을 찍어냈던 사건과 비견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당시 유장관은 아무 일 없이 장관직을 끝냈다. 과연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상적인지, 과도하지는 않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검찰을 대하는 방법이 전임 정권과는 판이했다. 전임정권은 검찰을 청와대의 하명 수사기관으로 완벽하게 복무시켰다. 검찰을 잘 아는 비서실장(김기춘)과 민정수석(우병우)를 통해 검찰인사를 장악하고 그들의 측근을 핵심 포스트에 포진시켰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곧잘 정권의 구미에 맞는 정치적 사건..

엄중한 정치현실에 한마디 합니다

엄중한 정치현실에 한마디 합니다 한동안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될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을 믿고 잘 되기만 빌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를 돌아보면 구한말 비분강개한 지사들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의 힘으론 국가의 위기를 어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크게 울부짖은 다음, 가슴에 비수를 꽂은 그 마음 말입니다. 관 뚜껑을 닫고 못을 쳐 황천으로 보내져야 할 자가 다시 일어나 정권을 잡겠다고 합니다. 역사의식이나 정의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자가 촛불시민의 열망인 개혁 작업을 허구한 날 막고 있습니다. 어이상실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당의 최근 지지율이 ..

비핵화의 관점 갖기

비핵화의 관점 갖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언론에선 연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신문에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 논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선 이들의 말을 선뜻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비핵화에 관한 기본적 관점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에 대해 한 마디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1. 북한 비핵화는 그 자체로 절대적 선인가?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절대적 선이자 절대적 명제로 인식한다. 이런 태도는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기엔 조건을 걸 수도 없고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북한은 사악한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나라가 핵무기를 갖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