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 279

민주당의 길

난세다.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남 탓만 할 수 없어, 벽에다 낙서라도 하는 심정으로 길바닥에 침이라도 뱉는 심정으로, 몇 글자 쓴다. 나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이 나라의 정치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 예측했다. 대통령 당선은 불과 0.7% 표 차이의 결과였고 국회는 압도적으로 여소야대니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이 식물정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타협정치를 할 것이고 어쩜 이것은 기성 정치를 혐오하는 윤대통령이 오히려 더 잘할지도 모를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지난 1년 이 정권은 야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정치적 쟁점에서 타협을 시도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돈 낭비, ..

민주당 혁신위, 변죽만 울리지 말고 혁신의 본질에 다가가라

오랫동안 정치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독립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개인의 정치적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 임기를 끝내고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신중함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 그 신중함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민주당에 고언을 한다.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민주당이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무엇일까? 민주당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발표했다. 나는 그 보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것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양쪽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은 중간지대 40% 국민들이 감동을 받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감동할만한 제안이 아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입법..

2023년 대한민국 인권정책의 현주소

완전 동면상태에 들어간 인권정책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매우 우울하다. 우울한 것을 넘어 병으로 도지기 일보 직전이다. 오늘은 내 전공인 인권분야에 대해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서 한 줄 언급이 없으니 나라도 알려야겠다. 나는 지난 30년 간 대한민국의 인권증진을 위해 미력이지만 할 일을 해온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제도적으로 보다 완비된 인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두 번(2005-2006 인권위 인권정책국장, 2020-2023 인권위 상임위원)에 걸쳐 인권위에서 일하는 동안 중점을 두었던 것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정부에 권고하는 일이었다. NAP는 5년마다 정부가 수립하는 인권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중장기 인권청사진을 말한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

내 강의... 백천간두에 선 우리 외교

이번 학기 학부 강의(자유란 무엇인가)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내 강의에 중국 학생들이 대거 들어왔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20여 명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학부 강의 때 중국 학생들이 한두 명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이번처럼 많은 적이 없다. 나로선 이렇게 많은 중국 학생들이 들어왔으니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유익한 강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의실에 갈 때마다 오늘은 이들을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강의를 하면서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교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실수를 한다. 인권문제에서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중국 관련 주제가 나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있으면 편하게 말할 내용도 중국 학생들..

나라가 어지럽다

나라가 어지럽다. 나는 지난 정부 경찰개혁 과정에 열심히 참여했다. 개혁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만이 아니었다. 경찰 공권력 행사의 근본을 바꾸어 인권경찰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개혁위는 많은 것을 제안했고 경찰은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하나 제도를 바꾸고 현실을 바꾸어냈다. 그 중에는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있었다. 더 이상 차벽은 불가하고 더 이상 백골단은 불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각종 규정과 관행을 바꾸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정부 내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의 과잉대응은 없었다. 나는 몇 달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는 역할이었다. 관련 소위원장 임무를 3년 임기 중 2년을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

나의 시민인권교육 방법론

어제 수원시청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인권 강의를 했다. 내 강의에 참여한 공무원의 수가 800여 명. 절반은 현장에, 나머지 절반은 줌으로 연결해 참여했다. 내 인권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 강의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고 그것을 90분 동안 아낌없이 토해냈다. 강의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 참석자들 중 졸거나 자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공무원 인권교육에서 이렇게 조는 사람 없게 강의하기 정말 힘들다!) 강의가 끝난 다음 몇몇 직원은 나에게 찾아와 이렇게 수준 높으면서도 감동적인 강의는 오랜만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좀처럼 운전하지 않는 내가 수원까지 차를 몰고 가서 강의한 보람이 있었다. 요즘 인권교육이 이곳저곳에서 행해진다. 공..

격세지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도통 알 수가 없다. 미국이 대통령실에 대해 도감청을 한 것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용산의 반응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언론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지면과 방송 뉴스를 제외하곤 이 사건이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1978년 청와대 도청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대한민국 모든 단체가 거리로 몰려 나와 미국을 비난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대학생은 물론 심지어 고교생들도 이 항의에 동참했다. 당시 나는 교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벚꽃이 필 무렵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였다. 우리는 분개한 나머지 운동장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잠겨진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몇 몇 친구들은 학교 담장을 넘었다. 거리에 나가 반미 데모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생각하면, ..

일본의 양심, 이가라시 후다바 변호사

제겐 아주 존경할만한 일본인 친구가 여럿 있습니다. 저는 30년 전 국제인권법을 배울 때 일본 법률가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중엔 이가라시 후다바(여성)라는 분이 있습니다. 올해 92세. 일본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입니다. 이분은 원래 문학을 전공하다가 30이 넘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신 분입니다. 늦게 출발했지만 변호사 생활을 거의 60년 가까이 해오신 분이지요. 이가라시 변호사님은 일찍이 국제인권법 연구를 하셨고 많은 관련 저서를 내셨습니다. 그의 주된 연구는 일본의 형사절차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후진적인가를 밝히고 그 개선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연세 80이 넘어서도 그 연구는 쉼이 없고 최근까지 저서를 내고 계십니다. 놀라울 일이지요. 원래 문학을 하신 분이라 소설까지 쓰시는데 한국에서도 ..

자유란 무엇인가(적극적 자유)

https://youtube.com/watch?v=WesLlsnpKwg&si=EnSIkaIECMiOmarE 이 동영상은 제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시절(2020-2023) 제작한 사이버 인권교육 영상입니다.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두 번의 강의(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각 15분)를 통해 자유 곧 인권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강의 내용은 제가 학부에서 강의하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강의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한 학기 강의 48시간을 단 30분에 만날 수 있습니다.

자유란 무엇인가(소극적 자유)

자유란 무엇인가? 이것은 제 학부 교양과목의 제목입니다. 16주 동안 48시간에 걸쳐 강의가 진행됩니다. 저는 이 내용을 인권위 시절 15분짜리 동영상 두 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48시간의 내용을 30분으로 축약해 만든 것이지요. 여기에 그 동영상을 올립니다. 첫 번째는 '소극적 자유'에 관한 강의입니다. https://youtube.com/watch?v=2uGux9FGPSE&si=EnSIkaIECMiOm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