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23

이세돌과 알파고, 이것은 문명의 문제다

이세돌과 알파고, 이것은 문명의 문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사진 구글) 나는 사실 그 둘이 싸우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누가 이기든 그게 무슨 대수냐.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 수퍼 컴퓨터가 한 인간의 지능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수퍼컴이 인간을 이긴다고 해서 기계가 이겼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 기계를 인간이 만들었으니. 결국 인간과 인간의 싸움일 뿐이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이런 과학기술문명이 가져다주는 미증유의 문명전환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알파고 이후의 세계는 컴퓨터와 로봇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정확하게는 아주 소수의 인간이 절대 다수의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론 다중의 의사는 소외되고 소수 엘리트의 시대가 온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여느 때 같으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웬지 잠이 오질 않는다. 우연히 유투브에 들어가 음악 파일을 찾다가 한 곡을 만났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아련한 기억... 나를 잘 아는 후배 변호사가 있다. 지난 30년 이상 교유한 친구다. 그 후배가 내게 하는 말이 있다. “형은 딱 한 가지만 갖추면 완벽한데...” 딱 한 가지? 그게 음악이란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나름대로 교양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의 핵심인 음악을 모르니 내 교양은 사실 반신불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크다. 나는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음악을 듣지 못하고 자랐다. 슬픈 과거지만 형편이 그랬다. 성인이 되어 여러 가지를 배우길 좋아했지만 음악만큼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생각..

분노할 땐 분노하자,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분노할 땐 분노하자,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내가 지금 어느 소 영웅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도 이제 이런 일에선 해방되고 싶다. 이런 일은 후배들이 해주기를 바란다. 그게 솔직히 내 마음이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미루지 않았다. 나는 일어섰고 분노를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방금 전에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젯밤 기내에서 한숨도 못 잤으니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쓴다. 잊지 않기 위해,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 거라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지난 9일간 미얀마를 다녀왔다. 두 번째 미안마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세계 3대 불교성지로 불리는 바간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 여행은 매우 특별하고도 즐거운 여행..

롱펠로우 인생찬가

롱펠로우 는 제가 애송하는 시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 시를 매 학기 초반에 학생들에게 직접 낭송해 줍니다. 오늘 이 시를 녹음해 이곳에 올려 놓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시가, 제 낭송이 살아가는 데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번역본은 기존 번역을 제가 조금 수정한 것이고, 중간 중간의 영문은 낭송을 위해 일부러 넣은 원문입니다. *오디오 파일 올리기가 안 되어 그냥 파일을 올립니다. 다운받아 실행하면 됩니다. 롱펠로우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인생은 한낱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영혼은 잠들어 죽는 것이 아니니 만물의 본체는 외양대로만은 아니란다 인생이란 실재이다!인생이란 진지하다!무덤이 우리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 Life is real ! Life is earn..

뻔한 이야기 그렇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

뻔한 이야기 그렇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 아이를 기르는 부모,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자식과 학생들에게 제일 많이 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건 내가 나이 50대에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오늘 그 생각을 여기에 간단히 남긴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번 학기 종강사이기도 하다. 운동해서 건강하자몸은 정신의 물적 기초다. 몸과 정신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몸이 부실하면 결국 정신도 부실하다. 그러니 강건한 정신을 유지하려면 몸 또한 부단히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꼭 몸짱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팔 다리 튼튼하면 된다. 허구한 날 잔병으로 병원신세 지는 것에서 해방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그 정도의 건강도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음식은 절제하고 많이 걸어야..

송년회에서의 애국가 제창? 좋습니까?

송년회에서의 애국가 제창? 좋습니까? 송년회 철이 되었다. 나도 두어 주 전부터 저녁이 되면 송년회에 다녀오는 일이 잦다. 원래 술 마시고 흥청대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잠간 얼굴 보이고 친한 동창 만나 약간 담소 나누다가, 자리를 뜨는 게 다반사다. 이 송년회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송년회 자리에서 애국가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어제 송년회에선 급기야 호국영령들에 대한 묵념까지 했다. 왜들 이러는가. 가장 사적인 자리에서 왜 국가(國家)를 불러들이는가. 사진 잘 찍어 청와대에 보내 무슨 애국 동창회상이라도 받으려고 하는지... 어제 동창회에선 한순간 왕짜증 폭발 직전까지 갔다.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배워도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잘 구별하..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 20여 년 전 처음으로 북경을 갔을 때 거기서 만난 중국 율사 한 분이 이런 말 한 게 기억난다. “좋은 식당 하나 발견하는 게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하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 말은 물질을 중시하는 유물론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모든 인류에게 해당하는 말이리라. 이런 이유로 나는 오랜 기간 알게 모르게 좋은 식당을 찾아다녔다. 이게 내가 즐기는 낭만기행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좋은 식당이란 값비싼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서민을 위한 식당이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집을 말한다. 칼국수는 어딜 가도 있지만 맛은 천차만별이지 않는가. 10년 전 학교로 옮..

괜찮은 삶에 대하여

괜찮은 삶에 대하여 매년 내 주변엔 새로운 법률가가 탄생한다. 올해도 백 명이 넘는 젊은 법률가가 배출되었다. 그 중엔 11명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포함되어 있고, 수석합격자까지 탄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합격자들이 인사차 연구실을 찾아온다. 그 때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덕담을 전하는 데 생각해 보니 대부분 어떻게 하면 인생을 훌륭하게 살 것인가 하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나는 주변 사람에게 특별히 도덕적 삶을 강조하지 않으려 한다. 옛날에는 주제도 모르고 이런저런 훈계의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잔소리는 가급적 안 하려고 노력한다. 삶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어 어떤 특정한 삶을 강요한다는 게 얼마나 가당치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삶에 대해 젊은 친구들에게 조..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아침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K변호사를 만났다. 지하철역에서 천천히 고갯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척 무거워 보였다. 중절모를 썼지만 흰 머리카락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변호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하시죠?”“어이구! 이게 누구여, 박변호사, 아니 박교수 아닌가. 이게 얼마만이지. 한 십여 년 된 것 같지.”“예, 제가 이곳을 떠나 학교로 간 지 대충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이곳엔 어인 일이십니까?”“아, 이 사람아. 나 아직 변호사야. 재판하러 오는 길이야. 집이 좀 멀어. 아침 일찍 지하철 타고 오는 게 쉽지 않군.” K변호사. 나보다 20년 연상이니 올해 70대 중반의 노인이다. 꼭 20년 전 내가 젊은 변호사로 변호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때 ..

인권의식에 대하여... 나는 아직도 멀었다

인권감수성에 대하여... 나는 아직도 멀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으니. 1984년 2월 어느 날 오전 나는 사법시험 1차 시험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고나서 30분도 채 안 되었는데 몸에서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다. 소변이 마려운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런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애석하지만...게임은 끝난 거다. 사법시험 1차 시험이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고도의 긴장이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출제자는 매우 디테일한 부분에서 함정을 파놓기 때문에 수험생은 눈에 불을 켜고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아래에서 이상한 신호가 온다? 그거 참 미치는 일이다. 아마도 시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