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양심적 병역거부 헌재결정 유감 ㅡ대체복무가 military service ? ㅡ

박찬운 교수 2018. 7. 1. 20:21

양심적 병역거부 헌재결정 유감
ㅡ대체복무가 military service ? ㅡ
.


헌재가 6월 28일 선고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결정문은 154쪽의 방대한 내용이라 쉽게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결정문을 구해 빠른 속도로 읽어본 내 소감은 좀 복잡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 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은 역사적 결정으로서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결론으로 가는 판단방법과 내용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것들은 향후 논문을 통해 밝히기로 하고 이곳에선 한 가지만 거론해야겠다.
.

이번 결정에서 헌법불합치 판단이 내려진 것은 병역법 제5조1항이다. 이 조항은 병역의 종류로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을 규정하고 있는데, 헌재는 이 규정에 대체 복무제를 넣지 않은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따라 국회는 향후(2019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게 대체 복무를 포함시켜 개정해야 한다.
.

내 의문은 매우 평범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만들어질 대체복무가 과연 병역(military service) 인가 하는 것이다. 헌재결정은 대체복부를 인정하되 그것도 병역의 하나로 보아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인데, 언뜻 보면 매우 기묘한 해결책으로 보이나, 이게 양심적 병역거부의 진정한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military service)을 거부해 왔다. 그 병역은 군사적 속성(전쟁이 나면 총을 들고 싸우고, 이를 위해 군사적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의 역무를 의미한다. 그런데 헌재는 현대적 병역의 의미는 군사적인 영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비군사적인 영역(재난이나 소방 혹은 사회봉사)에서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대체복무도 ‘병역’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그동안 ‘군사적 속성의 병역’을 거부하면서, ‘병역 아닌 비군사적(civilian)속성의 대체복무’를 요구해 왔다. 그런데, 국가가 사실상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굳이 ‘병역으로서의 대체복무’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병역의 의무는 신성한 것이라 어느 누구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말인가. 
.

이번 헌재의 판단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그동안 주장해 온 대체복무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역사적으로 형성된 양심적 병역거부 개념을 오도시키는 것이 아닐지 염려된다.
.

헌재 결정대로라면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조차 쓸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헌재가 병역의 일종이라고 한) 대체복무까지 거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병역거부라는 말을 쓰려면 ‘군사적 병역의 양심적 거부’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기존의 병역 종류를 그대로 두고, 별도의 조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못한 것이, 나로선 유감이다. (2018.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