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깊은 생각, 단순한 삶

행복에 대한 단상

박찬운 교수 2018. 11. 6. 13:10

빈센트 반 고흐, 첫 발을 뜨는 아기, 1890. 

여기의 세 사람은 어느 누구도 나만의 행복은 없다. 모두가 행복해야 행복이다.

 

 

남자는 섹스를 할 때, 상대가 극적 쾌감을 느끼는데서, 절대적 만족을 느낀다. (아마 이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남자의 오르가즘은 생식기의 마찰에서 오는 물리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가 나 없이는 죽을 것 같은 극한의 갈망을 표현할 때 대뇌를 통해 느끼는 지극한 충족감이다. 따라서 나의 행위를 통해 상대를 즐겁게 해 주지 못한다면, 그것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쾌감은 사실상 없다. 만일 그것을 통해서도 무언가 쾌감을 얻는다면 그것은 동물적 배설이 가져오는 신체적 변화에 불과하다. 나는 그런 섹스를 배격한다.

인간의 행복도 따지고 보면 섹스와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절대로 ‘나 홀로 행복’이라는 개념은 없다. 나와 주변이 동시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진짜 행복이 아니다. 만일 주변(가족, 형제, 집안, 친구...)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삶을 사는데, 나만 잘살고, 나만 똑똑하고, 나만 건강하다면, 그게 무슨 행복일까.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다.

그러니 당신이 건강하고 능력이 있는데다, 주변마저 평안해 매일같이 웃음꽃을 피운다면, 당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거기에다 주변의 행복을 위해 당신이 노력과 정성을 다했다면, 당신의 행복감은 더 커질 것이다. 당신은 웃고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이며, 좋은 사람을 넘어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나 홀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이 정도면 잘생겼다! 이 정도면 똑똑하다! 이 정도면 가진 것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감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주변은 아직도 가난, 병마, 불운으로 매일같이 눈물짓는 삶을 산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그들이 안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거기에다 주변을 넘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내 능력을 보태야 한다. 그게 내 운명이다. 나는 이 글로 최면을 건다. 일어나라, 앞으로 나아가라!

(2018.11. 6. 처음 쓰고, 2019. 5. 10.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