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안데스에 서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9)-세계 최대 야외 사진관 우유니 -

박찬운 교수 2024. 1. 23. 19:50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9)

-세계 최대 야외 사진관 우유니-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볼리비아는 남미의 내륙 국가로서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이 나라를 찾는데, 그 이유는 알티플라노 남서쪽에 위치한 이 특이한 사막을 가기 위함이다.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남미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이 사막의 존재를 알았다. 여행자들이 그곳에서 찍은 현란한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그곳에 가 나만의 사진을 남길 거라는 꿈을 꾸었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간다.

우리 일행은 12월 24일 라파스 공항에서 우유니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 비행기는 끝없이 펼쳐지는 안데스 고원지대를 날다가 하강을 시작한다. 창밖을 보니 강렬한 햇빛으로 눈 뜨기조차 여렵다. 눈이 내린 듯 흰색 물결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평원 속으로 비행기가 날고 있다. 드디어 우유니 소금 사막에 온 것이다.
 

알티플라노와 그 속에 있는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우유니 공항은 작은 공항이다. 라파스에서 버스로 이곳에 오려면 8시간 이상 걸리지만 비행기로는 1시간만에 온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그 면적이 1만 평방 킬로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소금 평원(우리나라 경상남도 면적과 비슷함)이다. 내가 지난 여름에 다녀온 미국 솔트레이크의 소금 사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금사막이라고 하는데, 그것 보다 10 배나 크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수천만 년 전 바다 속에 있던 대륙판이  융기되어 여러 개의 염호를 만들었고, 그것들이 대략 4만 년 전까지 호수로 있다가, 그 뒤 증발되어 얕게는 수 미터 깊게는 수백미터의 소금층이 만들어진 곳이다. 그 소금의 양만 무려 100억 톤이 넘는다. 거기에다 비가 오면 그 물이 고여 얕은 호수를 만들고 그것이 증발하면 소금이 되니, 이곳은 천년만년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거의 무한대의 소금공장이다.

그뿐인가, 이곳 일대는 리튬 매장량이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우유니는 행정구역상 포토시에 속하는데, 포토시가 16세기 스페인이 남미를 식민지화 한 이후 한 때 전 세계 은시장의 절반 이상을 지배한 은광 도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유니 사막을 둘러싼 이곳 고원지대가 광물질의 보고라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우유니에 도착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어느 식당에 체 게바라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볼리비아는 게바라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죽은 곳이다. 그는 볼리비아인들에게 아직도 영웅으로 통한다. "우리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의 꿈을 꾸자!" 게바라의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최근 이 지역의 리튬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것을 확보하기 위해 볼리비아와 특별한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므로 이 지역이 조만간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볼리비아 관광산업의 메카로서의 우유니의 입지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유니 소금 사막과 고원 호수의 신비함 그리고 그 속에서 노니는 플라밍고의 비현실적 아름다음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이곳으로 발걸음 재촉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유니에 오는 사람들은 우유니 시내에서 영업을 하는 수많은 여행사의 투어상품을 골라 짧게는 하루, 길게는 3-4일 투어를 한다. 이틀 이상의 투어에 참여한다면 하루는 종일 소금사막을 돌아다니고, 다음 날은 소금사막 주변의 호수와 화산 등을 찾아갈 것이다.
 

우유니에 와서 소금 사막 투어에 참여하면 보통 이런 차량을 타고 사막과 고원지대를 질주한다. 보기는 낭만적이지만 쉽지 않다. 작열하는 태양은 선 글래스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몇 시간 맨 눈으로 다니다가는 눈을 아예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바닥은 이런 육면체의 소금결정이 1백 킬로미터 이상 펼쳐져 있다. 이곳을 차량들이 질주한다. 길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차가 다니면 그것이 길이 되는 곳이다.

 
이 투어의 핵심은 신비한 자연을 보는 것이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사진찍기다. 우유니 소금 사막의 경우 육각형의 소금 결정체가 길이 130킬로미터, 너비 120킬로미터의 넓은 평원을 덮고 있다. 그 넓은 평원은 말 그대로 평평함 그 자체다. 평원 전체가 표고차가 단 1미터도 안 난다고 하니 도대체 원근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소금 사막에 비가 와서 얕게 물이 차 있을 때는 사막은 거대한 거울로 변한다. 하늘의 구름, 사람과 차 모두 물에 반사되어 신비한 그림이 만들어진다. 여행자들은 이런 자연환경을 무대로 마치 사진 경연대회에 참여한 것처럼 사진을 찍는다. 함께 다니는 가이드나 운전기사들의 사진술은 놀랍다. 그들이 우유니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여행자들을 놀라게 하는 사진 촬영 기술에 있는 듯하다. 자신이 안내하는 여행자들에게 인생 최고의 사진을 선물하기 위해 그들은 온몸을 던져 사진을 찍는다.

우유니 소금사막과 그 주변 알티플라노 전체는 세계 최대의 야외 사진관이다!
 

우유니 시내 외곽의 기자 무덤. 우유니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볼리비아 알티플라노의 교통의 요지였다. 인근에서 생산된 광물은 이곳을 거쳐 태평양 연안의 항구까지 실려갔다. 하지만 그 산업이 쇠퇴하자 기차는 섰고 기차역은 기차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우유니 투어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의 투어 코스가 되었다.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투어에 참여하는 여행자들도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일출 전인 3시 무렵 숙소를 나와 달밤에 체조를 해야 하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각종 포즈를 취해야 한다.

우리 일행도 우유니에 도착한 다음 날 새벽 3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소금 사막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포즈를 취하면서 인생샷 찍기에 열을 올렸다.
 

일출 전 여행자들은 소금 사막의 물웅덩이를 찾아 이런 사진을 찍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비상을 했다.

 

원근법을 이용해 다양한 이색적 사진을 찍는다. 투어 운전기사들이 이런 사진을 찍어 주는데 기사들 사이에서도 수준차가 많다.

 

소금사막 한 가운데에 물고기섬(Isla Incahuasi)가 있다. 선인장이 섬 전체에서 서식하고 있다. 우기인 여름철 몇 달을 제외하면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이곳에 이런 식물이 있다는 게 비현실적이다. 이 선인장이 살 수 있는 것은 밤낮의 기온차이다. 우유니의 밤은 여름철이라도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대낮은 겨울철이라도 3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런 극심한 기온차로 새벽녘엔 선인장의 표면에 이슬이 맺힌다. 선인장은 그 이슬을 몸 안으로 끌어들여 수분을 섭취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라난다.

 

우리 일행은 2박 3일의 투어에 참여해, 하루는 소금사막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 날부터 이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을 향해 남행하면서 여러 곳을 들렀다.  이 과정에서 해발 4천 미터 이상에서 호수(라그나 카나파, 라구나 콜로라도)와 화산(오야구에)을 보았고, 그곳에 서식하는 플라밍고(홍학)을 보았다.

남미대륙의 우유니 사막과 그 주변의 알티플라노 호수가 플라밍고의 세계적 서식처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았다. 고원을 둘러싼 산은 화산 폭발의 흔적이 역력한 붉은색의 육중한 화산들이다. 그 앞에 있는 호수는 광물질의 영향으로 붉은색 혹은 옥색의 색깔을 띄고 있다. 거기에 플라밍고 수십, 수백 마리가 떼를 지어 유유히 먹이를 찾고 있다.

이 평화로운 장면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형용하기가 어렵다.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이 정도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오야구에(Ollague) 화산

 

라구나 카나파(Laguna Canapa)

 

 

솔리올리 사막(Solioli desert)

 

솔리올리 사막의 아르볼 데 피에드라(Arbol de Piedra), 바위 나무

 

라구나 콜로라다(Laguna Colorada)

 

우유니-알티플라노 투어 이틀째 묵은 숙소. 호텔이라고 하지만 방 몇 개가 전부다. 전기를 태양 축전기로 사용하다보니 매우 제한적이었다. 밤 9시 이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우유니 소금 사막을 벗어나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는 알티플라노 여행은 눈은 즐거웠지만 몸은 꽤 힘들었다. 특히 알티플라노의 마지막 밤을 보낸 해발 4300미터의 숙소는 전기마저 제대로 안 들어와 밤엔 자는 것초차 힘들었다.

가지고 간 옷 중에서 가장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잠을 청했지만 냉기는 가시지 않은채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일주일 이상 3천 미터 이상에서 잘 견뎌왔기에 이제 더 이상 고산병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두통이 심해질 때마다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새벽녘까지 두통은 가시지 않았다.
 

투어를 마치고 칠레에 들어가기 전에 들른 노천온천

 

라구나 베르데(Laguna Verde)

 
하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전 구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칠레 국경으로 들어가기 전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구간에서 노천온천을 만났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용감하게 옷을 벗고 들어가 제대로온천욕을 즐겼다. 나는 족욕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 9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