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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6)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6)옥의 고향 호탄에서 용산중앙박물관을 생각하다 타클라마칸 실크로드에서 남로의 중심도시는 뭐니뭐니해도 호탄(현 허텐)이다. 호탄은 옥의 고향이다. 옥이란 게, 나는 잘 모르지만, 동서양을 불문하고 꽤나 값나가는 보석인 모양이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보석이란 데에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것이 다이아몬드든, 황금이든, 그 무엇이든, 나에겐 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너도나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희소성 외에 그 무엇인가 인간에게 주는 유용성이 더 있기 때문일까.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옥의 유용성은 옥 사우나에서나 발견하는데, 그 외에 옥의 유용성은 무엇일까? 호탄은 과거 실크로드가 번성을 구가할 때, 서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남로를 거치는 경우, 반드시 들르지..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7, 마지막 회)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7, 마지막 회)카슈가르를 밟고 파미르 카라쿨에서 포효하다 이제 여행 막바지다. 7일째 우리 일행은 아침밥을 챙겨먹고 여행의 종착지인 카슈가르로 향했다. 아침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생각난 게 있다. 이번 여행에서 아침밥을 먹는데, 시간 때문에 고생을 했다. 세계 어딜 가도 호텔 조식은 아침 7시 전후인데, 신장 지역은 8시 혹은 그 이후(우르무치나 쿠차는 8시, 호탄 이후부터는 8시 반)였다. 일행이 아침에 떠나기로 한 시간이 9시 이전이라 밥을 서둘러 먹어야 하는데도 이렇게 밥을 늦게 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시차 때문이었다. 중국은 알려진 바대로 전국 시간을 북경시간으로 통일해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경(동경 126도)과 우르무치..

우리 로스쿨,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로스쿨에 있는 사람으로서 로스쿨의 현실을 보면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다.페북을 보면 로스쿨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 글에 댓글을 달아 내 의견을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쓸 문제가 아니기에, 오늘,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읽는 분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한다.나는 몇 개의 주제로 나누어 로스쿨의 현재상황을 우선 설명하고,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을 이야기한 다음, 말미에 종합적인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마디 하고 들어간다. 나는 원래 로스쿨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여러가지 문제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류는 내 뜻과 관계없이 흘러갔다.한 마디 더. 로스쿨 학생들은 나같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시 합격률을 높이라고, 목소리 내주길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야, 이놈아! 그런 좆같은 인생 엿이나 먹어라-마루야마 겐지의 - 남북의 군사충돌 공포 속에 하루를 보내면서,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산문집 를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나온 이 분 인터뷰 때문이었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화장실에서(ㅋㅋㅋ 이게 제 병임) 이 기사를 한 자도 빼지 않고 읽었다.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다. 당장 마루야마의 책을 주문했다. 이 양반 책이 이렇게 많이 번역된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저녁 무렵 책 7권이 도착했다. 그중에서 오늘 인터뷰 기사와 가장 관련 있는 위 책부터 책장을 넘겼다. 200여 쪽의 책을 단숨에, 그럼에도 요소요소에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오랜만에 접하는 묵직한 글이다. 내용 전체를 다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은 오로지 마루야마 겐지와 시간을 보냈다. 어제 를 읽은 후, 연 이어 그 전작인 까지 읽었다. 두 책을 읽어보니 마루야마의 그 ‘독한 인생론’이 확연히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런 기억은 잊지 않는 게 좋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내 기억 한편에 살아 있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책을 손에서 떼자마자 그 핵심을 더듬는다. 그가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에서 보았듯이, 독립, 자립, 자유다. 그는 절대적인 독립, 절대적인 자립,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한다. 그의 말에서 저항감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이 책을 덮으라. 그의 말에서 강한 울림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끝까지 이 책을 읽으라. 당신의 삶에 결단을 내릴 날이 올 것이다. 한마디로 마..

미륵반가사유상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랠 때, 나는 그림을, 사진을 본다.내 컴퓨터 속에 보관된 수천, 수만 의 사진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조금 마음이 정리된다. 이 살풍경의 한국 정치... 잠시 접고 사진 몇 장을 감상해 보자.국보 78호. 미륵보살의 머리에 쓴 보관이 화려하다. 일월식이라 하는데, 해와 달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보관이다. 중앙박물관 소장. 국보 83호. 나는 78호보다 이것을 더 좋아한다. 일본 광륭사의 미륵보살과 너무나 흡사하다. 머리에 쓴 관은 아주 심플하다. 중앙박묵관 소장. 국보78호와 83호가 동시에 전시되어 있다. 2015년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은 라는 불상 특별전을 하면서 이 두 국보를 동시에 전시했다. 이런 전시는 11년만이라고 한다. 위 두 미륵반가사유상은 대한민..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단조로운 사람이다. 누구처럼 풍류도 즐기지 못하고, 잡기에 능하지도 않다. 돈깨나 벌고 사회적 지위를 갖추면 개나 소나 다 한다는 ‘공’도 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교수로서 해야 하는 연구와 강의 그리고 부수된 사회적 참여를 제외하고는,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 글을 쓰는 것, 마냥 걷는 것,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여행을 가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읽고 쓰고 걷는 것’이 나의 일과이자 삶이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살 것이 분명하다. 비록 그것이 남에겐 그리 흥미로운 삶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그것을 운명, 즐거운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 한편으로 깊이 생각하고, 또 한편으론 땀을 흘리겠다. 그것이..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나는 문학을 잘 모른다. 이것이 내 독서의 빈틈이다. 하지만 이 빈틈은 언젠가 채워질 것이다. 그 한 가운데로 걸어가 내 삶을 반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작년 이래 틈만 있으면 시와 소설을 읽어 왔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은 이제껏 다른 독서에서 얻은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지난 한 주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읽고 이곳에 몇 차례 그 내용을 포스팅했다. 그동안 읽은 책은 그의 산문이었다. 국내에 번역된 에세이집 5권을 읽으면서 그의 작가정신을 살폈다. 어제 밤 그의 에세이집을 덮고 드디어 마루야마 문학의 정수에 도전했다. . 소설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내용보다도 그 형식, 그 문체가 말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운은 강렬하다. 마..

나의 영웅 나인국

소설 아닌 소설(1) 나의 영웅, 나인국 [오늘 무척 더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선 연신 땀이 흘렀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저는 긴 산책을 하면서 과거 일을 떠올렸습니다. 저녁 시간 조용히 앉아 자판을 두드립니다. 새로운 형식의 글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분명히 소설입니다. 모든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아주 짧은 SNS용 소설입니다.] 내가 살던 추억의 거리, 사근동 거리 1. 금요일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나는 H 대학 기숙사 뒤 S 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 여름인지라 아직 사위는 훤하다. 자주 들리는 형제식당을 향하다가 길가 삼천리 약국을 지나쳤다. 푹푹 찌는 기온 때문인지 활짝 열려진 약국 현관문으로 더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약국은 5-..

SNS 소설 2015.09.26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카잔차키스의 (이윤기 역)를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의 사진(ㅋㅋ)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기회가 되면, 조르바의 어록을 올려달라는 페친 들의 요청이 있었다. 작년에 나는 에 나오는 말 중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을 정리해 3회에 걸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오늘 나는 그 글 중 조르바의 어록만을 편집하여 사진과 함께 올린다.(글이 길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볼 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크레타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다. 내가 직접 가서 찍은 게 아니라 페친인 김원일 님이 얼마 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 이 묘비에 조르바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