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기타

절대적 미에서 마음의 정화를

박찬운 교수 2018. 6. 20. 14:16

절대적 미에서 마음의 정화를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


한국 불교미술 최고봉 중 하나는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이다. 나는 같은 반가사유상이면서 국보인 제78호(이것은 내년 전시될 것임) 보다 이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언제 보아도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신통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용산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3층 전시장에서 이 불상을 친견했다(나는 용산박물관에 갈 때마다 이 불상을 찾는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은 이 최고의 국보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다. 외국 같으면 이 정도 국보라면 주변 경계가 매우 삼엄하다. 베를린 이집트 박물관에 있는 네페르티티 상 주변엔 경비원 3-4명이 서성거리며 사진 한 장도 못 찍게 한다. 

이곳 용산박물관? 경비원도 없고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 국보 앞에선 우리도 좀 엄격했으면 좋겠다. 이 국보는 서구인의 눈으로 보아도 세계 최고의 불교미술로 평가 받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일본 교토 코류지 반가사유상


일본 교토에 가면 코류지라는 절에 일본 국보 1호라는 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이 불상이 한국의 국보 83호와 매우 흡사해서 우리 학자들은 한반도에서 수출(혹은 도래)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코류지 불상에 대해 실존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 미륵상에서 인간 존재의 가장 정화되고, 가장 원만하고, 가장 영원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실존의 진실로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유홍준 칼럼)

아마 야스퍼스가 우리 국보 83호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나는 그 이상의 극찬을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솔직히 말해 오래 동안 서구 문화(예술)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이 불상과 국보 제287호(백제금동대향로)를 보고 나서, 비로소 우리가 예술적 심미안을 가진 문화민족임을 알게 되었다.(외국 가서 우리 문화 소개할 때 이 두 개만 보여주면 게임은 끝난다. 한국 사람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2018.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