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23

영원한 나라로 가신 내 삶의 표상 겸산 최영도 변호사

영원한 나라로 가신 내 삶의 표상 겸산 최영도 변호사 최영도 변호사(1938-2018) 어제(토요일) 오후 적막한 연구실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가 제 평정심을 와르르 무너뜨렸습니다. 겸산 최영도 변호사께서 세상을 뜨셨습니다.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변호사님은 제 삶의 표상이셨습니다. 황망한 마음이지만 먼 길 떠나시는 변호사님을 추모하며 이곳에 몇 자 적습니다. .겸산 최영도 변호사(1938-2018, 이하 ‘선생’이라 호칭함, 이것은 존경의 염을 담아 부르는 경칭임). 모르는 분들에게 선생을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5년 전 출판된 문명기행기 (네잎클로버) 서문에서 제가 선생께 드린 감사의 말씀을 옮겨보겠습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되는 데는 적잖게 주변 도움이 컸다...

교수가 무시할 수 없는 학생

교수가 무시할 수 없는 학생 .학교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을 봅니다. 학기가 끝나면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그러나 제 머리에 오래동안 남는 친구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어떤 학생들인지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 )는 간단한 이유입니다. .1. 항상 앞 자리에 앉아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적극적이고 집중력이 강함) .2. 수업 중에 질문을 자주하되, 내용상 준비된 질문을 하는 학생(치밀하고 준비성이 좋음) .3. 질문을 하거나 답변을 할 때 교수의 눈을 마주볼 수 있는 학생(용기있고 자아가 강함) .4. 과제 리포트에 정성이 들어가 있고 각주나 참고문헌 정리를 잘 한 학생(정직하고 똑똑함) .5. 이성친구(캠퍼스 커플)와 함께 수강해도 떨어져 앉아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

멘티들의 선물

멘티들의 선물 스승의 날입니다. . 어제 오후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이 연구실로 들어왔습니다. 멘티들입니다. 저희 로스쿨에선 신입생이 들어오면 4-5명씩 그룹을 만든 다음 멘토 선생님을 지정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신입생들과 인연을 맺으면 멘토 교수는 수시로 멘티들을 불러 학습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저는 멘티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뭐 크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시간이나마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게 전부입니다. . 올해 인연을 맺은 멘티들이 스승의 날을 맞이해 고심을 한 모양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이 되면 멘티들이 돈을 모아 꽃을 사오기도 하고 케잌을 사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고맙게..

삶의 여정 2018.05.18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스승의 날입니다. .어제 오후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이 연구실을 들어왔습니다. 멘티들입니다. 저희 로스쿨에선 신입생이 들어오면 4-5명씩 그룹을 만든 다음 멘토 선생님을 지정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신입생들과 인연을 맺으면 멘토 교수는 수시로 멘티들을 불러 학습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저는 멘티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뭐 크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시간이나마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게 전부입니다. .올해 인연을 맺은 멘티 4명이 찾아 온 겁니다. 아마 스승의 날을 맞이해 멘티들이 고심을 한 모양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이 되면 멘티들이 돈을 모아 꽃을 사오기도 하고 케잌을 사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크게 ..

예의 없는 사람은 멍청이다

예의 없는 사람은 멍청이다 어디서인가 ‘예의 없는 사람은 멍청이’라는 짧은 글을 본 적이 있다. 백 퍼센트 동의한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나도 해왔기에 여기서 한 번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예의 있게 행동하면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것은 동서고금 인간관계의 철칙이다. 그럼에도 이것을 모르면서, 아니 이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오랜 세월 그것을 배워 왔음에도 그들에겐 이 ‘예’란 게 도무지 몸에 배지 않는다. 그들은 말만 하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모든 게 자기중심적이라,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을 365일 해대며 산다. 이런 무례한 사람들이야말로 천하의 멍청이들이다. 자기 딴엔 머리도 좋고 세상 이치를 다 안다고 생각해 뱉..

은사 차용석 교수님을 추모하며

은사 차용석 교수님을 추모하며 나는 대학시절 모범생(진짜!)이긴 했지만 은사님들 보시기엔 결코 예쁜 제자는 아니었다. 강의 능력도 없으면서 강의실에 들어오는 분은 내 밥이었고,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으면서 거들먹거리는 분은 결코 교수로 인정한 법이 없었다. 한마디로 당돌하고 건방진 제자였다. 그래서 인지 세월이 한참 지나서까지도 은사님들 사이에선 나를 꽤나 별난 놈으로 여기시는 것 같았다. 이 부족한 제자를 용서하소서! 그런 기억 속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내가 존경에 마지않는 한 분이 계시다. 형사법을 가르치신 석우 차용석 교수님이시다. 학계에서는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마음 속엔 그분만한 분이 없었다. 우선 선생은 선천적으로 훌륭한 풍모를 가지고 계셨다. 누가 보아도 선생에게선 대학자의 풍채와..

올림픽과 인생

올림픽과 인생 . 설 연휴 몸도 마음도 아파 꼼짝 없이 집구석에서 방콕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올림픽 경기를 원 없이 봅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 다음엔 재미로, 지금은 감동으로 봅니다. 특히 선수들의 환호와 비애를 목격할 때는 마음이 찡합니다. 그럴 땐 이 올림픽의 무대가 어쩜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선수는 올림픽 전부터 부동의 세계 1인자란 소리를 듣다가 결국 평창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그러나 이런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분명 있기는 하지만 예외적 존재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우승의 문턱에서 어이없게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부딪히는 바람에 순위에 오르지 못합니다. 지난 4년간의 피땀 흘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 그들은 빙판 위에서 눈물을 뿌립..

추위 속 작은 행복

추위 속 작은 행복 .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2호선 전철로 한강을 넘다보니 강 대부분이 얼어 붙었군요. 순간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열흘만 더 추워라, 한강 전체가 꽁꽁 얼어붙도록. 그럼 난생처음 한강을 걸어서 건너봐야지. 서울 시민 모두가 한강 한가운데로 나와 스케이트를 타고 신나게 놀겠지... .학교로 가는 중 점심 때가 된지라 뚝섬역에서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습니다. . 장안 제일의 순대국밥집은 언제나 만원입니다. 과거엔 이 시간에 혼자 가면 들어가질 못했습니다. 그런 이 집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혼밥 인생들을 위해 1인석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1인석 구석에 앉아 뜨거운 국밥에 청양고추를 듬뿍 집어 넣고 밥을 말았습니다. 한 수..

그 때 그 시절, 추위에 대한 기억

그 때 그 시절, 추위에 대한 기억 . 시내에 나갔다가 방금 전에 돌아 왔습니다. 무척 추운 날씨더군요. 코끝이 시렸습니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겨울다운 겨울입니다.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잠시 그 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저는 충청도 청양이라는 두메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이니까 1970년 대 초의 일입니다. 당시 추운 겨울의 풍경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해야 합니다. 꽤나 하기 싫은 일이지만 눈곱 낀 채로 학교에 갈 순 없으니 안할 순 없는 일이지요. 마당 한 가운데에 지하수 뽐뿌가 있었는데, 한겨울 아침엔 예외 없이, 얼어 있어 물이 안 나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부엌에 가서 가마솥의 끓는 물을 한 바가지 떠와, 뽐뿌에 붓고..

페북 신(新) 십계명

페북 신(新) 십계명. 올해도 이 공간에서 잘 놀았습니다. 별로 후회는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페북을 많이 하다 보니 고민도 커져 갑니다. 이 공간과 나와의 관계를 잘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곧 잘 합니다. . 5천 명 가까운 친구가 있다 보니 온갖 글들이 다 올라옵니다. 페친의 글에서 많이 배웁니다만 때때로 이 공간이 시끄럽고 혼탁하기까지 합니다.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큰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 몇 년 전 페북 초기 시절 제 나름의 원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페북 십계명’을 만들어 실천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십계명에 많은 페친들이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 뒤 몇 년이 지난 지금, 저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페친 수, 포스팅의 수, 페친들의 반응 등등 많은 변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