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 163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9)-세계 최대 야외 사진관 우유니 -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9) -세계 최대 야외 사진관 우유니- 볼리비아는 남미의 내륙 국가로서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이 나라를 찾는데, 그 이유는 알티플라노 남서쪽에 위치한 이 특이한 사막을 가기 위함이다. 우유니 소금 사막(Salar de Uyuni)! 남미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이 사막의 존재를 알았다. 여행자들이 그곳에서 찍은 현란한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그곳에 가 나만의 사진을 남길 거라는 꿈을 꾸었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간다. 우리 일행은 12월 24일 라파스 공항에서 우유니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은 1시간 남짓. 비행기는 끝없이 펼쳐지는 안데스 고원지대를 날다가 하강을 시작한다. 창밖을 보니 강렬한 햇빛으로 눈 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8)-티티카카호를 거쳐 라파스로-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8)-티티카카호를 거쳐 라파스로- 여행 열흘째(12월 22일) 일행은 쿠스코 버스터미널에서 푸노행 2층 버스를 탔다. 푸노를 거쳐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로 들어가 라파스로 가는 이틀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페루의 경제력은 우리보다 분명히 아래이지만 장거리 버스는 꽤 수준이 높다. 버스 내부도 고급스럽고 실내 화장실까지 있으니 쉬지 않고 장시간을 가도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이제부터 여행의 주된 무대는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안데스 알티플라노(고원지대)다. 이 고원지대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바다같은 위용을 자랑하는 티티카카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도 라파스 그리고 안데스 고원의 정점인 우유니 사막이 있다. 이 지역 면적을 합하면 한반도의 몇 배가 되니 그 광대함을..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7)-무지개산, 기후 위기의 아이러니-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7) -무지개산, 기후 위기의 아이러니- 마추픽추에서 쿠스코로 돌아온 다음 날은 내 선택에 따라 온전히 하루를 쉴 수 있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호텔에서 식사를 한 다음 쿠스코 시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잉카제국의 흔적을 찾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대부분의 일행은 그러지 못했다. 그 하루를 또 다른 도전에 바친 것이다. 무지개산 등정. 비니쿤카라 불리는 이 산은 5천 미터가 넘는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이 온통 무지개 색깔로 보이는 신비한 곳이다. 다만 이곳은 가기가 만만치 않다. 쿠스코에서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려면 새벽 4시쯤 출발해서 버스로 4시간 가량 이동해 산 정상 아래 주차장에 도착해, 그곳에서 2시간 정도 걸어서 5200미터 산 정상에 올..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6)-마침내 마추픽추에 오르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6) -마침내 마추픽추에 오르다- 마추픽추에 오르는 날 일찍 조식을 하고 아구아스칼리엔테스 셔틀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정거장 옆은 깎아지른 듯 직벽에 가까운 산들이 도열해 있고 그 앞으로 폭은 넓지 않지만 세차게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이 산을 휘감고 있다. 어제 이곳으로 오면서 본 우르밤바강이다. 이 강이 수백만 년 동안 마추픽추 주변을 침식해 거대한 협곡을 만들었다.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큰 정글 아마존의 서쪽 끝자락이니 한 발만 들어가면 끝을 알 수 없는 밀림이다. 30여분간 셔틀버스를 타고 밀림 속에서 고도를 높이니 곧 마추픽추 안내소에 도착한다. 그러나 안내소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동안 사진에서 보..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5)-성스러운 계곡을 따라 마추픽추로-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5) -성스러운 계곡을 따라 마추픽추로- 여행 7일 째 일행은 마추픽추로 향했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전용버스로 성스러운 계곡(Sacred Valley)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음 오얀타이탐보에서 기차로 마추픽추 바로 아래 동네인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도착해 다음 날 아침 마추픽추에 오르기로 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면 오얀타이탐보에서 과거 잉카인이 다니던 길, 잉카트레일(카미오 잉카)을 3박 4일 걸으며 마추픽추에 오르는 방법도 있으나 우리처럼 가는 것이 대부분 여행자들이 택하는 기본코스다. 우리는 성스러운 계곡에 들어가기에 앞서 쿠스코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삭사이와망부터 올랐다. 이곳은 앞서 말한 것처럼 잉카제국 시절 태양신(Inti)를 모신 신전이었으나 스페인..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4)-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4)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우리 여정의 3번째 목적지는 쿠스코(Cusco 혹은 Cuzco). 리마에서 항공편으로 쿠스코에 도착하니 이른 오후다. 다음 날 마추픽추를 향해 출발하기 때문에 잠시 쉬어야 하지만 나로선 오후 시간을 그냥 허비할 수 없다. 호텔 체크인을 하자마자 바로 숙소 근처 아르마스 광장(쿠스코 광장)으로 나갔다. 고색창연한 광장 한 가운데에 서서 대성당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바로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라는 말인가! 해발 고도 3,400미터 안데스의 분지에 수 세기를 거쳐온 붉은 지붕의 스페인식 건물들이 빼곱하게 들어서 있는 이곳이 티브이 여행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보아 온 '세상의 중심', 쿠스코이다. 페루에서 쿠스코의 지위는 특별하다. 수도가 아니면서도 헌법에..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3)-나스카 라인의 미스테리-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3) -나스카 라인의 미스테리-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할 시간이 왔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리마를 떠나 남쪽으로 달렸다. 행선지는 크게 두 곳이다. 하나는 파라카스 다른 하나는 나스카. 잘 알려진 나스카 라인(Nasca Lines)을 보기 위한 여정이다. 덤으로 페루 연안의 생태환경도 보게 된다. 페루에 사는 인디오는 기원전부터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어 살면서 문명을 형성했다. 태평양 연안(코스타), 안데스의 고원 지대(시에라), 아마존 지역(셀바)가 그것인데, 파라카스와 나스카는 코스타 지역을 대표하는 문명으로 그 대표적 유적이 나스카 라인이다. 리마를 떠나자 곧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여기가 바로 세계 최장 고속도로로 알려진 팬아메리칸 하이웨이. 팬아메리칸 하이웨이는 남..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2)-피사로가 만든 리마-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2) -피사로가 만든 리마- 남미여행 첫 여정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시작되었다. 24시간 비행 끝에 밤늦게 도착해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깼으니 몸은 기진맥진. 만사가 귀찮으나 아까운 시간을 호텔에서 마냥 보낼 순 없다. 작은 배낭에 물 한 병과 바람막이 옷만 넣은 채 밖으로 나왔다. 하루 자유일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나는 우버 택시를 불러 구도심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모름지기 남미 여행에서 주요 도시를 가면 무조건 아르마스 광장(아르마스라는 말은 무기라는 뜻이다. 식민지 시대 군대의 무기(무기고)는 통치자가 있는 시내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은 통치자가 있는 광장을 뜻한다. 곧 도시의 중심이라는 뜻이다.)이라는 역사 지구에 가야 한다. 이곳에 가면 수 세기..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나는 왜 남미에 갔는가-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 -나는 왜 남미에 갔는가- 남미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먼 곳이었다. 가기 힘든 곳이었다. 작년 12월 13일 한국을 떠났다. 로스엔젤레스를 경유해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상파울로를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거기서 또 비행기를 갈아 타 인천으로 돌아왔다. 시계는 2024년 1월 12일 오후를 가르키고 있었다. 오고 가는 것만으로 지구를 완전히 한 바퀴 돈 것이다. 이제껏 해 본 여행 중 가장 먼 곳을 가장 길게 돌아다녔다. 이런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이나 건강을 고려할 때 다시 이런 여행을 한다면 천수를 누리기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여행이 내 스스로에게 준 최고의 선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꽃, 상사화, 그 꽃길을 걷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 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불갑사에 상사화가 만개했다. 전국 최대 상사화 군락지에 들어선 순간 이 시가 떠오른 것은 무슨 연유일까? 상사화의 그 진한 붉은 색깔이 내 망막에 맺힐 때 그 붉음은 어디에 비할 수가 없었다. 순간 양귀비꽃이 생각났고 그 붉음은 논개의 마음으로 연결되었다. 그렇다, 지금 불갑사의 상사화는 양귀비꽃보다 붉고, 논개의 마음 같은 처절함의 절정이다. 상사화(相思花). 꽃의 이름에 상사병의 ‘상사’가 들어가니 심상치 않다. 꽃말 자체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입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그리 붙여졌다고 한다. 정말 자세히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