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안데스에 서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박찬운 교수 2024. 2. 1. 05:10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17)

-무신론자를 유신론자로 만드는 경이로운 이구아수-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제 남미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여정이 시작되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아무리 절경을 본다한들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는 경지에 왔다. 한국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온 길보다 더 먼 길을 간다니, 비행기 타는 시간만 꼬박 24시간 이상이라니, 새파란 나이도 아닌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니 절대 이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그래, 언제 또 여길 온다는 말이냐. 정신 차리고 세계 7대 절경 중 하나라는 이구아수 폭포를 즐겨보자.
 

비행기에서 찍은 이구아수 폭포 주변의 정글

 
이구아수 폭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다. 이곳은 세 나라 곧 아르헨티나브라질 그리고 파라과이의 접경지대이다. 이구아수 폭포는 1870년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영역이 파라과이 영토였다. 그런데 소위 3국 동맹 전쟁(1864-1870)에서 파라과이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3국 동맹에 패해 지금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이 지역을 영유하게 되었다. 현재 폭포 유역은 아르헨티나가 8할, 브라질이 나머지를 영유한다.
 

이구아수 폭포의 위치와 푸에르토 이구아수 및 포스 두 이구아수

 
이구아수 폭포는 이구아수 강을 따라 2.7킬로미터에, 270여 개의 폭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 낙폭은 80미터, 대부분 60미터 정도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이 폭포는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라고 불린다. 빅토리아 폭포는 내가 아직 못 가보았지만 영상을 통해 많이 보았고, 나이아가라는 과거 이미 친견을 해본 터라 이 세 폭포를 비교할 수 있다. 그쪽 사람들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지만, 어느 쪽이 넘버원이냐고 묻는다면 긴 생각할 필요 없이 이구아수다. 이구아수는 폭포의 제왕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오래 전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 루즈벨트 여사가 이곳에 와서 그랬다고 하잖는가? 오, 불쌍한 나이아가라여! 이 말이 무슨 뜻이겠는가.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구아수 폭포는 안데스 산지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와 이곳 이구아수 강에 이르러 멈춘 다음 굳어지고, 거기서 단층운동이 일어나 고도가 급변함으로써 형성된 것이다. 수많은 연속된 폭포가 엄청난 물보라을 일으키고 굉음을 내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누구나 이곳을 보면 그 장엄한 자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은 보통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 이구아수(Puerto Iguazu)나 브라질의 포스 두 이구아수(Foz do Iguaçu)에 여장을 풀고 양쪽 이구아수 폭포를 관람하게 된다. 우리는 도착 당일 브라질의 포스 두 이구아수로 이동해 거기에서 1박을 하고 이튿 날 브라질 이구아수를, 그 다음 날 아르헨티나 이구아수를 각각 관람하고 마지막 행선지리우 데 자네이루로 떠났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러저러한 자료에 잘 나와 있듯이 브라질 이구아수는 이 폭포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기에 좋다. 전망대 입구에서 천천히 강변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폭포를 보다 보면, 작은 물소리가 굉음으로 바뀌고 폭포의 모습도 원경에서 근경으로 바뀌며 물보라를 맞게 되는데,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다. 천상의 세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아르헨티나 이구아수는 강변의 길을 아래에서 위로 걸으면서(Circuito Inferior) 폭포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볼 수 있고, 또 위의 길을 걸으면서는(Circuito Superior) 폭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폭포에 근접해 이구아수를 보고자 한다면 이곳이 좋다. 폭포가 어떻게 아래로 떨어지는지 직접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다만 시간이 없어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두 곳 중 한 곳만 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나는 브라질 쪽을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여기에서 보여주는 내 사진에 답이 있다.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이구아수에서 여행자의 눈을 특별히 사로잡는 곳은 소위 악마의 목구멍(La Garganta del Diablo)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낙차도 80미터에 이르고 12개 폭포가 한꺼번에 한곳으로 흐르면서 굉음과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는 곳이다. 원래 이곳은 아르헨티나 쪽에서 가면 데크 길이 악마의 목구멍 직전까지 놓여 있어 장관 중의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접근할 수 없었다. 얼마 전 폭우로 인해 진입로가 유실되어 우리가 갔을 때는 공사 중이라 출입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멀리서 그곳을 바라다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못 보았다고 해도 크게 서운하지 않았다. 이틀간에 걸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쪽에서 본 이구아수 폭포의 그 절대적 아름다움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폭포의 아름다움에 도취해 수없이 사진 셔터를 누르다가 정신을 차리고 잠시 벤치에 앉았다. 이 폭포의 존재가 바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구아수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지질학적으로 아무리 잘 설명한들 지금의 이 경이적인 아름다움까지 그것이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연의 이 위대한 모습을 그저 우연스런 자연의 변화로만 설명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적 존재가 만들어낸 하나의 걸작품이라고 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여기에 사는 원주민 사이에서 이구아수에 대한 오랜 전설이 있다고 한다. 옛날 옛적에 이곳 부족의  추장 딸 나이삐음보이 신을 섬기는 여인으로 간택을 받았다. 그런데 나이삐에겐 사랑하는 남자 따로바가 있었다. 어느 날 두 남녀는 도망가기로 작정하고 이구아수 강에서 카누를 탔다. 이것을 안 음보이 신은 두 남녀를 그냥 둘 수 없었다. 강을 두 동강 내 밑을 알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폭포를 만들어 냈고, 두 남녀는 거기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말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이 폭포가 아닐까? 신을 모르고 살아 온 나에게 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다.
 

마꾸꼬 사파리
마꾸꼬 사파리를 하는 과정에서 보트에서 찍은 폭포

 
마꾸꼬 사파리라는 일종의 액티비티도 해 보았다. 전기차로 사파리 투어 하듯 타고 보트 선착장까지 간 다음 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까지 가서 물폭탄을 맞아 보는 것이다. 동심의 세계에 간 듯 참여자들은 물폭탄을 맞으면서도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쳤다. 나는 물을 조금 맞는 것은 예상했지만 완전히 뒤집어 쓴다는 것은 예상을 못하는 바람에 몸에 지녔던 지갑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 지갑 속에 지폐가 들어 있어 낭패라 생각했지만 호텔로 들어가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더니 다행히 10분 정도 지나니 다 말랐다. 역시 지폐에 사용하는 종이는 보통 종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았다. 참고로 말하지만 이 지역에선 지폐, 특히 미국 달러는 귀한 대접을 받지만, 그 대신 흠이 있으면 안 된다. 계산대에서 100불짜리 지폐를 내면 종업원은 요모조모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흠을 발견하면 받길 거부한다.
이구아수 여정의 종료로 남미여행의 중요 부분은 모두 끝났다. 다음 여정 리우 데 자네이루는 귀국을 위해 잠시 스쳐가는 곳이다. (희망의 땅 안데스에 서다 17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