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그리스 여행기

그리스 여행기(1)

박찬운 교수 2022. 8. 20. 10:23

이 글은 나의 룬드 시절(2012-2013) 그리스를 여행한 이야기다. 당시 나는 이 글을 그리스 현지 호텔에서 썼다. 매일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밤이면 흐릿한 불빛의 호텔 방에서 하루를 정리했다.

2013년 1월 11일 룬드를 떠나 파리를 경유 아테네에 밤늦게 도착했다. 북킹 닷컴으로 예약한 에리다누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 창문을 여니 아크로폴리스가 불빛 조명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12일부터 16일까지 아테네의 이곳 저곳을 돌아 보았고 1일 관광으로 델피를 방문했다. 이하는 그 여정 중 기억에 남기고 싶은 곳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다.

아크로폴리스
아테네 한 가운데에 조그만 돌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아테네인들은 그 위에 신전을 세웠다. 그 역사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유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리스 역사에서 고전시대라 불리는 페르시아 전쟁 이후 승전 기념을 위한 신전공사로 탄생한 건축물들이다. 두 차례에 걸쳐 페르시아를 물리친 아테네인들은 페리클레스의 영도 아래 그리스 역사에서 최고의 번영기를 맞는다. 거리에는 철학자들이 넘치고, 예술가들은 이곳저곳에서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페리클레스의 절친, 피디아스도 그 중 한 명이다. 페리클레스는 전쟁의 승리를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에게 돌리기 위해 대형 건축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피디아스는 이 프로젝트의 총 감독이었을 것이다. 돌 산 아크로폴리스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아테네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산은 누구나 바라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테네인들은 이 산 주변에서 옹기종기 살았으니 말이다.

여기에 흰색 대리석으로 된 신전을 세운다. 방향은 동서 방향이다. 산의 서쪽 면에서 계단을 밟고 폴리스 정상을 올라가면 파르테논 신전은 오른쪽에 위치한다. 신전의 동쪽면은 아침에는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정면에서 받아 반짝였고, 오후가 되면 신전 서쪽 면이 해가 질 때까지 반짝였다. 특히 석양, 일몰이 되는 시간에는 신전 맨 안쪽 아테나 신상에까지 햇빛은 미쳤을테니 순금의 아테나상은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였을 것이다.

<아고라의 헤파이토스 신전에서 바라본 아크로폴리스>

<플라카 광장 근처의 제우스 신전,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파르테논 신전은 멀리 아테나 앞 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다. 바다와 함께 살라미스 섬이 보인다. 바로 그 앞바다가 BC 480년 아테네 해군이 크세르크세르가 몰고 온 페르시아 해군을 격파한 곳이다. 이로써 동쪽에서 불어 오 페르시아의 공포는 끝이 났다.

파리테논 신전의 발상은 마치 통일 신라기에 만들어진 불국사 석굴암을 연상시킨다. 동해 바다가 보이는 토함산 산자락에서 석굴암이 만들어진 것은 신라인의 염원이 담김 것이다. 부처님의 공력으로 바다로부터 오는 어떤 외침의 위협도 막아보자는 것이 아니었겠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면 바로 오른 쪽에 파르테논 신전이 보인다. 신전의 방향은 동서로 되어 있다. 보이는 곳이 신전의 서쪽 입구이다>

<아크로폴리스의 동쪽 끝에서 바라다 본 파르테논 신전>

아고라/헤로데스 오데온/디오니소스 극장

아크로폴리스 밑에는 아고라가 있다. 아테네 시민들이 매일같이 모였던 장소다. 이곳에는 관청도 있고, 상가도 있다. 물론 사람들이 살았던 주거시설도 있다. 이곳의 백미는 스토아다. 현재 아고라 복원에서 가장 공을 기울인 것도 이것이다. 대리석 주랑이 있는 이백여 미터의 스토아이다.

옛날 아테네 시절에는 이곳에 많은 상가가 밀집해 있었을 것이다. 스토아의 그늘 아래 모인 사람들은 소피스트의 열변을 들으며 다가오는 민회에서 어떤 의사표명을 할지 마음을 정했을 것이다. 스토아에 있는 아고라 박물관에는 여러 도편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르스타시즘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민회에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도편에 적어 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자는 십년 간 아테네를 떠나야 하는 벌을 받는다.

<아고라에 있는 복원된 스토아, 이곳에 아고라 박물관이 있다.>

<아고라 박물관에 있는 도편들, 이들 중에는 페르클레스나 히포클레스도 있다.>


아고라의 한 켠에 신전 하나가 우뚝 서 있다. 헤파이스토스 신전이다. 대장장이 신인가? 현존하는 그리스 신전 중 가장 잘 보존된 신전이다. 신전의 기둥양식은 도리아식이다.

지금도 조금만 보수하면 당장이라도 종교의식을 행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신전이 중세 기독교 시절과 오스만 터키가 지배한 시절 그리고 아테네에서 벌어진 수 많은 전투를 견디고 살아 남은 것은 기적이다.

<아고라에 있는 헤파이스토스 신전, 신전의 기둥은 도리아식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된 신전은 매우 드물다>

헤로데스 오데온은 아크로폴리스를 기준으로 아고라의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원형 극장이다. 그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지금도 여름철이면 공연이 가능하다.

아크로폴리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오데온의 객석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오데온에서 수 백미터를 걸어가면 있는데 옛날에는 이곳까지 스토아가 연결되었다고 한다. 이 극장은 수 천명을 수용하는 대형 야외 극장이었다. 지금은 그 규모가 매우 작아 보이지만 그것만 보아도 화려했던 과거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그리스의 비극들이 공연되었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최고의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눈에서 제법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크로폴리스를 올라가는 중 찍은 오데온, 복원되기는 하였지만 그리스 고전시대에 이곳의 진정한 모습을 그리는 데는 충분하다.>

<아크로폴리스의 동남사면 아래에 있는 디오니소스 극장, 이곳에서 그리스 3대 비극은 공연되었다>

디오니소스 극장 앞에는 최근에 만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식 건물이지만 한껏 모양을 냈다. 그 바닥면은 아직도 고고학적 발굴이 계속되는 모양이다. 박물관 입구는 온통 유리 바닥인데, 그곳에서 아래 발굴 현장을 볼 수 있다.

이 박물관은 주로 아크로폴리스 주변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한 곳이다. 2층에는 발굴품 중 조각물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다. 고전시대 직전의 코루스와 코라이가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당시 아테네 청년과 처녀들이 말을 걸어 오는 착각을 일으킨다. 3층은 파르테논 특별관이다. 이 곳은 전체 모습이 마치 파르테논 신전을 옮겨다 놓은 것 처럼 꾸며 놓았다. 벽면은 온통 파르테논 신전의 벽면의 부조물로 차 있다. 하지만 진짜는 별로 없다. 많은 진품이 현재 런던의 대영 박물관에 가 있기 때문이다. 모조품을 전시한 부분을 유심히 보면 여지 없이 그 진품이 현재 대영 박물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 근처에서 발굴된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3층은 파르테논 신전 특별관이다. 신전을 박물관 안으로 끌고 온 것 같은 전시방법을 취하고 있다>

'여행과 인생 > 그리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여행기(2)  (0) 20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