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43

나의 '폭싹 속았수다'

나의 '폭싹 속았수다'  나도 틈틈이 요즘 인기가 있다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오늘까지 6회분을 보았다. 주인공인 애순, 관식 부부의 나이를 보니 나보다 대략 10여 년 위니 그들이 살아온 시기를 대부분 나도 거쳐왔다. 정령 극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 나는 어떻게 그 시절을 살아 여기까지 왔는가! 극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이는 저것이 바로 나의 삶이었지, 저것이 바로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었지 하면서 눈시울을 붉힐 것이다. 그러나 극을 보면서 또 다른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 나에게도 저런 부모가 있었다면... 저 집은 가난했지만 그래도 행복하구나, 나도 저런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러니 모든 눈물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 같..

방학을 끝내며

방학을 끝내며 오늘로서 공식적으로 방학이 끝납니다. 저는 이번 겨울방학 매우 외롭게 보냈습니다. 잠시 여행을 다녀온 것 외에는 거의 두문불출했으니까요. 세상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나이가 들어가니 왠지 무력해 지는 것도 같고, 사람 만나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저 조용히 책이나 읽다가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나 한잔 하고, 목욕탕에 가서 땀이나 빼는 게 일과였습니다.  물론 하나는 기억에 크게 남습니다. 내란 사태가 제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는 것, 거리로 나가는 대신 이 사태에 대해 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야겠다 생각하고 두어 달 가까이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것, 그것이 지식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임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 것입니다. 이제 다음 주부터 봄 학기가 시작됩니다. ..

새로운 결심-법률 실무가 정체성 회복을 위해 법서와 씨름하기-

새로운 결심-법률 실무가 정체성 회복을 위해 법서와 씨름하기- 세상이 어지럽다.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나도 언제 몸을 일으켜야 할지 목하 고민하면서도 골방에 앉아 책장을 넘긴다. 지금 이 시기 내 할 일은 이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큰 결심을 했다. 법률 실무가의 정체성을 회복하기로 하고 일대 용단을 내렸다. 무슨 말이냐고? 변호사 활동을 위한 기본지식 재무장에 나선 것이다. 실무가에게 제일 필요한 법률 지식을 높이기 위해 민법 교과서를 출발점으로 변호사 시험 과목 전체 교과서를 앞으로 몇 달간에 걸쳐 읽기로 했다. 법률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선 강의와 시급히 써야 할 논문 ..

금요 단상-연구실을 둘러보며-

금요 단상-연구실을 둘러보며-  금요일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다음 주 강의를 준비합니다. 저는 연구실에 있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곳에서 학문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온전히 제 의지대로 이곳에서 제 하고 싶은 연구를 합니다. 저는 이 공간의 완벽한 성주입니다. 이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Gracias a la vida! 강의 준비를 얼추 마치고 잠시 연구실을 둘러보면서 옛 생각에 빠집니다. 제가 어렴풋이 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때가 대학 4학년 겨울(1984년)입니다. 저는 그때 철이 들고나서 처음으로 긴장을 풀어봅니다. 그해 가을 사법시험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거든요. 이제 한숨 돌릴 수 있다 생각하니 마지막 겨울방학을 무엇인..

한강에 열광하는 이유

한강에 열광하는 이유  한강에 대한 인기가 실로 뜨겁다. 12월 노벨상 시상식이 있으니 적어도 그 때까지 이 열기는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한강이 받는 찬사는 노벨상의 위력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만일 한국의 또 다른 작가가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해도 이 정도의 독자의 반응과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한강은 왜 이다지도 많은 이의 찬사의 대상이 되는가? 당장 세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그의 공감의 언어가 독자를 일깨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어루만진 현대사의 희생자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역사의 방조자였다. 한강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하게 다가와 말한다. 잠시라도 희생자가 되어 그들이 느낀 ..

나는 정말 즐겁게 사는구나-Gracias a La Vida-

나는 정말 즐겁게 사는구나-Gracias a La Vida-  누군가 간간히 제게 묻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요. 저의 무미건조함에 대해 걱정하는 모양입니다.이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즐겁게 사는지 당당히 말해야겠습니다. 한강 작가 이야기 듣고 자신감을 가졌어요 ㅎㅎ.매일 걷습니다. 때론 명상을 하며 걷고, 때론 맛집을 찾아 걷습니다. 요즘은 아기자기한 카페에 걸어가서 카페라테 한잔하는 게 즐겁습니다.매일 독서를 해 마음의 근육을 키웁니다. 걸어서 육체의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 마음 근육키우는 것을 즐겁게 합니다.방학이 되면 배낭을 짊어지고 전국 여기저기, 세계 이곳저곳을 다닙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형제요 자매입니다.술을 즐겨 마시진 않지만 아주 못마시진 않습니다. 가..

나는 그날을 기대한다-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나는 그날을 기대한다 어젯밤 속보로 뜬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 국민이 들뜬 모양이다. 뉴스도 SNS도 이 소식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페북에 들어와 보니 페친 들의 축하 글이 피드 전체를 채우고 있다. 진짜 축하할 일이다. 나도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학교에 오면서 2호선 전철로 한강을 넘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결이 아침 햇빛에 반사되어 망막에 맺힌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강은 어떻게 노벨 위원회의 심사과정을 통과해 수상자로 선정되었을까? 기적이 일어난 것인가? 학교 선생으로서 부끄런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기말이 되면 나도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내 평가를 하지만, 논술 문제를 채점할 때는 항상 공정성과 객관성에 자신이 없다. 잘 쓴 답안을 A, 못 쓴 답..

새벽단상-몸이 기억한다는 것-

새벽단상-몸이 기억한다는 것-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란 머리로 하는 것으로 알지만 몸으로도 합니다.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지, 나도 그런 게 있지‘ 라고 말할 겁니다. 제 경우는 한자 쓰기가 그렇습니다. 요즘 세대는 한자를 잘 모릅니다. 법률 용어는 거의 100 프로 가깝게 한자어임에도 정작 그 한자를 모른 채 공부를 합니다. 법학도가 그런 정도니 일반 학생들의 한자 이해력은 바닥 상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데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강의를 할 때 판서의 절반은 한자로 채웁니다. 어려운 한자를 쓸 때는 한자를 먼저 쓰고 한글을 달아줍니다. 이번 ..

삶의 지혜 10계명

삶의 지혜 10계명     지하철 타고 학교에 오면서 제 몸에 박힌 삶의 지혜를 열거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인생은 정답이 없다. 제 갈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2. 나를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3. 죄에서 해방된 사람은 없다. 자신의 깨끗함을 자랑하지 말라. 4. 고독하고 우울한 것을 슬퍼하지 말라. 밝게 사는 사람에게도 삶의 그늘은 항상 있는 법이다. 5. 지식을 뽐내지 말고 지혜를 터득하라. 시간 지나면 지식 많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6. 몸도 쓰고 머리도 써야 한다. 이 둘을 그냥 놀리면 바보가 된다. 7. 마음 속에 항시 선한 마음을 갖도록 서원하라. 선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8. 가족..

가을 학기를 맞는 단상

가을 학기를 맞는 단상 긴 여름이 지나간다. 지난 여름은 혹독했다. 기상관측 이래 최장 열대야가 지속되었다. 내 기억으로 가장 더웠던 1994년을 능가하는 여름이었다. 그 여름이 가고 있다.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우주의 최강자는 다름 아닌 시간이다. 시간 앞에서는 어떤 장사도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이번 가을 학기 나는 두 개의 강의를 맡는다. 학부 교양 과목 1개, 대학원 과목 1개. 학부과목 수강생은 현재 100명, 조만간 20명이 더 들어올 것이다. 120명, 로스쿨에서 제공하는 제일 큰 강의다. 학교 전체적으로도 가장 큰 대형 강의 중 하나다. 외국인 학생이 4분의 1쯤 되는데, 강의 방법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그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대학원 강의에는 6명이 들어왔다. 조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