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22

새벽단상-생기있는 삶을 위하여-

새벽단상-생기있는 삶을 위하여- 내게 있어 나이가 들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는 욕망의 감소다. 육체적 욕망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정신적 욕망마저 줄어든다. 평생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호기심의 쇠퇴는 심각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를 새롭게 안다는 게 즐거움이었다. 독서를 평생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하철 속에서도 책을 읽었고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책을 지참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다.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새 책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주문하다 보니 주체할 수 없이 책이 쌓여갔다. 그런 내게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몇 년간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시나브로 약해졌다. 온갖 매체에선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지만 나와는 크게 관계없는 일로 ..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선택한 의미 있는 것들을. 60년 이상 살면서 내 의지에 따라 선택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시간에 떠밀려 다음 일을 했고, 내 환경에 맞춰 의당 기대되는 일을 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의미 있는 선택도 있었다. 그런 선택은 대부분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남이 하지 않은 선택이기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마음은 불안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모아져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오랜 기간 고독한 삶을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선택의 순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나 놓고 보니 큰 것이기도 했다. 잠시 그 선택의 순간을 회고해 본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기억나는 첫 번째 선택은 중학교 시절 교문을 들어설 ..

일요단상-좋은 습관에 대하여-

일요단상 -좋은 습관에 대하여-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거울을 보자. 얼굴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얼마나 다른지 살펴야 한다. 평상심에서 얼굴을 보면 보이는 게 있다. 선업을 쌓고 있는 사람은 얼굴에 밝음이 드러나지만, 악업을 쌓고 있는 사람은 얼굴에 어두움이 드리운다. 거울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어두운 얼굴을 감지하면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라. 하루의 시작점에서 자신을 점검하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밝은 얼굴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한두 번 잠깐이라도 명상을 하자. 새벽 일찍 일어나 사위가 고요할 때 혹은 저녁 시간 잠자기 전에 잠시 눈을 감아라. 생각에 잠기려 하지 말고 생각을 멈추라. 전기를 끄면 기계가 멈추듯 얽힌 실타래 같은 정신..

나의 SNS 친구들

생각해 보니 제가 이 SNS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되어 갑니다. 꽤 시간이 흐른 오늘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를 잠간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란 무엇일까요. 이곳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겐 이 공간에 5천 명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1천 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1만 5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으니 거의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와 이 공간에서 접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평상시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정확히 계산은 안 해 보았지만 제 글에 반응하는 친구와 팔로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전체 수로 보면 2프로 정도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글에 반응하는..

이런 사람이 좋더라

누구는 밤이 선생이라 했지만 저에겐 지하철이 선생입니다. 지하철 타고다니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오늘은 지하철 타고 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글은 순전히 지하철 속에서 손가락으로 쓴겁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생각해 보니 이런 사람입니다. 사실 이런 사람이 제가 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 60년 이상 살아 오면서 조금은 이루었겠지만 대부분 아직도 바라만 보고 있는 중입니다. 1.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 사람은 인상이 좋아야 합니다. 인상이 좋으면 약간의 허물도 그냥 넘어갑니다. 선한 맘으로 선한 행동을 오랫동안 하면 반드시 얼굴에 그것이 나타납니다. 2. 단순하게 살지만 깊게 생각하는 사람 검소하고 담백하게 살면서도 큰 이상을 품고사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Think glob..

개강에 즈음한 다짐

개강에 즈음한 다짐 오늘 개강입니다. 한 학기 연구년을 보내고 오늘 출근을 해 첫 강의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강의실에 들어올 로스쿨 신입생들은 어떤 친구들일지 궁금합니다. 이들이 몇 년 후 법률가가 된다면 제 40년 후배가 될 겁니다. 긴 세월의 차이가 나는 이 젊은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들에게 후일 기억에 남을 개강사를 해야겠다고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생각을 바꿔야야겠습니다. 특별한 개강사보다는 제 마음 자세나 점검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제가 가지고 있는 꼰대적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상대를 가르쳐 그들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욕보다 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그래도 조금은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단상-인생의 벽-

일요일 새벽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일어나 조용히 세상을 돌아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확실한 것은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 하고 싶어도 할만한 것이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에 온듯하다. 20대 아니 30대까지는 세상엔 벽이 없었다. 희망이 있었다. 내가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꿈이 있었다. 40대에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둘 늘어났다. 세상이 온통 안개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50대를 통과해 60대로 들어서니 사방은 난공불락의 벽이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이것이 인생이고 철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벽을 넘지 않고서는 새 세상은 오지 않는다. 이 벽을 깨지 않고서는 희망을 말할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우연히 한 페친이 올린 글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가 최근 책을 냈다는 것이다. 그의 담벼락을 찾아가 보니 바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얼굴은 예전의 그가 아니지만 중후하게 늙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잘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이자 수필가, 걸어 다니는 인문학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이 조금 있으면 40년이 된다. 젊은 시절 강원도 어느 부대에서 그를 만났다. 제대한 뒤 한두 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차 한잔 같이 마시질 못했다.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뿐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페친의 담벼락에서 그의 소식을 들으니 내 무심함에 미안함을 느낀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지난 2월 공직 퇴임 후 오랜만에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봄학기는 3년 만에 수업을 하는지라 좀 부산하게 보냈지만 학기가 끝난 후부터 오늘까지 만 5개월 동안은 적막한 일상을 보냈다. 마침 한 학기 안식년이 주어졌기에 이런 생활이 가능했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6시가 되면 간단히 조리해 아침 식사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한 다음 오전 글쓰기를 한다. 11시가 되면 점심을 간단히 하고 산책길에 나선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잔을 마신다. 두 시쯤 집에 돌아와 오후 글쓰기에 몰두한다. 4시가 넘으면 아파트 내에 있는 스포츠 시설에서 실내 자전거를 30분쯤 세게 탄 다음 약간의 근육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가서 땀..

내게 글쓰기의 열망이 있는가?

저는 지난 10년 이상 대중적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2020년 1월부터 3년 간 공직재직 기간을 제외하곤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저는 심심하고 시간 남을 때 적당히 글을 써 올리는 스탈의 사람은 아닙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머리와 가슴을 꽉 채울 때 글을 쓰고 그것을 올립니다. 제가 6년 전 오늘(2017. 10. 2) 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일렬종대로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그 순간이 지하철을 타고가다 전동차 속에서, 때론 거리를 걷다가 길 한 가운데서 찾아온다. 나는 장소불문 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