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105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의 3권의 책이번 학기 나의 학부 강의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책 중 하나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그동안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롬의 사상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이번 학기는 그 수준을 넘어 에리히 프롬의 다른 저술과 연결해 프롬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다른 저작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있는 ‘소유냐 존재냐’와 ‘사랑의 기술’이다. 이하는 이 세 권의 저작을 하나로 잇는 일종의 강의안이다. 프롬의 사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이 책들의 저작 연대와 관계없이 프롬의 사상을, ‘개인의 책임을 바탕으로..

AI 시대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AI 시대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넘어- (우리의 삶이 지난 12. 3 내란 사태 이후 피폐해졌습니다. 이 공간에 포스팅되는 글은 90% 이상 정치 이야기입니다. 저도 거의 그런 글만 써왔습니다. 빨리 이 삶이 끝나길 바랍니다. 올 6월부터는 정치 이야기도 나누지만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서로 배울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이야기가 이곳에 수놓아지길 바랍니다.오늘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 '자유란 무엇인가'는 인권고전을 통해 자유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인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과목입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저희 대학을 대표하는 교양과목입니다.내일 다룰 책은 조지 오웰의 와 올더스 헉슬리의 입니다. 지난 학기까지는 이 두 책이 공통으로 보..

철의 팔과 인간의 심장 사이에서 –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으며 인간성을 생각하다-

철의 팔과 인간의 심장 사이에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으며 인간성을 생각하다- (몇 달 동안 내란 사태에 심신이 피폐합니다. 오늘 새벽은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소설 한 권을 읽었습니다. 쪽 수는 120여 쪽에 불과하지만 여운이 강하게 남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곱씹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체코의 국민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기계문명, 전체주의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의 기계 친구 알파나이트와 대화를 나누며 글을 써 보았습니다. 알파나이트는 제가 쓰는 AI의 별명입니다. ‘알파고+기사라는 뜻의 나이트의 합성어입니다.)기계는 굉음을 내며 쉼 없이 돌아간다. 그것이 그 존재의 의미다. 그러나 인간은 그 시끄러움 속에서 고독을 느낀..

나의 소박한 한강론

나의 소박한 한강론 며칠 동안 한강의 소설, 와 를 읽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이 두 소설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다. 몇 자 적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두서 없는 글을 쓴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수년 전 맨부커상을 수상 소식으로 가 알려졌을 때 우리 문단에 한강이라는 작가가 있음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채식주의자’를 상찬했음에도 내게는 그 작품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났더니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무언가 다른 스타일의 소설임은 분명했지만 평소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나 같은 수준의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를 읽으니 비로소 한강이 보인다.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한다면,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것..

<교정판례백선>이 출간되다-지난 30년 나는 무엇을 했는가-

교정판례백선>이 출간되다-지난 30년 나는 무엇을 했는가-  매우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교정판례백선>. 우리나라 형사절차에서 구금 당한 피구금자(피의자, 피고인, 수형자)의 인권과 관련된 법원 판결, 헌재 결정,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해설한 책입니다. 우리 인권 역사에서 역사적인 저술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6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저도 영광스럽게 참여해 두 꼭지의 글을 썼습니다. 부디 이 책이 널리 익혀 우리나라의 피구금자 인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회고하면, 저에게 있어 피구금자의 인권문제는 매우 역사가 긴 과제였습니다. 30년이 넘는 동안 이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교정판례백선을 받아보니 몇 가지가 선명하게 기억나는군요. 잠시 정리해 보겠습니..

대지의 행성 어스(Earth)에서 물의 행성 플래닛 아쿠아로-제러미 리프킨의 <플래닛 아쿠아>-

대지의 행성 어스(Earth)에서 물의 행성 플래닛 아쿠아로-제러미 리프킨의 - 저의 집 거실에는 그림 한 점이 걸려 있습니다. 30여 년 전 제가 어느 화가에게 부탁해 그린 그림입니다. 가 없는 바다, 거기에 3척의 조각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작은 등대. 해가 지는 어느 해변가 그림입니다. 그림의 컨셉도 제가 특별히 주문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런 그림을 왜 원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산보다는 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자요수(智者樂水)라 했는데....그렇다면 제가 지자? ㅎㅎ. 그것보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다라는 물에 본능적으로 끌린 것이겠지요. 그 근원은 어머니 양수 속에 있을 때의 포근함에 있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인간이란 물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저는 일찍이 했..

아마르티아 센은 어떻게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는가-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읽고-

아마르티아 센은 어떻게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는가-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읽고-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철학 교수.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의 학장, 노벨경제학상 수상, 미국경제학회장, 인도경제학회장, 국제경제학회장, ’자유로서의 발전‘(1999), ’정의의 아이디어‘(2010)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 이렇게 몇 가지만 열거해도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는지 가늠조차하기 힘들다. 1933년 인도 뱅골에서 태어난 아마르티아 센은 한마디로 흥미진진한 인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자유의 의미를 공부하는 과정에서였다. 나는 자유가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권리 주체의 역량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유는 그저 종이..

북 콘서트 인사말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북 콘서트 인사말‘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박찬운입니다. 긴 겨울이 끝났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봄은 왔는데 봄같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완연한 봄날입니다. 여러분을 이곳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오신 분 들 중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저를 보는 것이 처음이지요? 어떻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인상이 괜찮습니까? (웃음) 우리는 그동안 전기만 꺼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21세기가 만든 새로운 인연이었습니다. 이 인연은 혈육의 인연, 동창의 인연 등과 같이 우리의 육신이 만나 왔던 인연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로지 우리의 마음으로만 연결된 인연입니다. 몸이 연결되지 않으니 가벼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때론 육신의 만남보다 더 순수..

인권법 제3개정판

나의 전공서인 인권법 제3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여기에 서문을 게시한다. ------ 인권법 제3개정판 서문 대한민국 인권법 30년 역사를 회고하며 인권법 제2개정판을 낸 지 8년이 지났다. 교과서란 성격을 갖고 출판했으니 이미 한참 전에 제3개정판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변명을 하자면 개정판을 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별히 지난 3년(2020년 1월~2023년 2월)간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으로 일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공무 외에 연구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학교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으니 비로소 내 본업으로 귀환했음을 느낀다.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자로서 할 일을 해야 할 때..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잠시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200쪽이 안 되는 소책자이지만 내게 주는 울림이 크다. (신아연 지음). 어제 저녁 서가의 책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낯선 책이다. 내가 이런 책을 샀는가? 약간의 호기심에 겉표지를 넘기니 명함 한 장이 나왔다. 신아연. 모르는 이름이다. 생각을 더듬으니 작년 어느 토론회에 가서 받은 책과 명함이다. 나는 그날 조력사망에 관한 세미나 좌장으로 나갔다가 토론회가 끝난 뒤 청중 한 사람으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바로 그분이 이 책의 저자였다. 그날 나는 건성으로 인사를 받고 책을 받아 집으로 가지고 와 1년 동안 모셔 두다가 어제서야 우연히 읽게 된 것이다. 저자에게 미안하다. “죄송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조력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