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107

AI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맥스 베넷의『지능의 기원』으로 본 인간 지능과 AI의 차이-

AI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 맥스 베넷의『지능의 기원』으로 본 인간 지능과 AI의 차이- 요즘은 인공지능(AI) 이야기를 듣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 어렵습니다. 이제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법률 문서를 검토하고, 병을 진단합니다. 이러니 머지않아 AI가 인간 지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이제 공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습니다.정말 그럴까요?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느끼고, 인간처럼 의미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맥스 베넷(Max Bennett)의 책 『지능의 기원』(김성훈 옮김)은 이 질문에 매우 흥미롭고 본질적인 답을 줍니다. 그는 지구상의 생명체의 지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추적하면서, AI와 인간 지능의 구조적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지능의 다섯 번의 혁신베넷..

아들이 쓴 어머니의 자서전(子敍傳)<나, 조계진>을 읽고

아들이 쓴 어머니의 자서전(子敍傳)을 읽고 지난달(2025년 6월) 한 권의 한국 현대사 관련 책이 출판사 한울을 통해서 나왔다. 나, 조계진>이란 책이다. 이 책은 광복회의 이종찬 회장이 쓴 그의 어머니 조계진 여사의 회고록이다. 이름하여 아들이 쓴 어머니의 자서전(子敍傳)이다.주지하는 바대로 이종찬 회장은 독립투사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 집안 이야기는 개인의 역사를 넘어 그 자체로 우리 한국 현대사의 압축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가치가 있다. 더욱 자식이 쓴 어머니의 회고록이라니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책이다. 과연 이 책은 어떤 내용으로 500여 쪽의 지면을 채웠을까? 명문가의 후예는 삶의 멍에를 지고 사는 사람들이 글을 쓰기 전에 가문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나는 솔직히 어느 자리..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에게서 얻는 삶의 방식, 그리고 세상에 대한 비전 에리히 프롬의 3권의 책이번 학기 나의 학부 강의 ‘자유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책 중 하나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이다. 그동안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롬의 사상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었다. 이번 학기는 그 수준을 넘어 에리히 프롬의 다른 저술과 연결해 프롬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의 다른 저작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있는 ‘소유냐 존재냐’와 ‘사랑의 기술’이다. 이하는 이 세 권의 저작을 하나로 잇는 일종의 강의안이다. 프롬의 사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이 책들의 저작 연대와 관계없이 프롬의 사상을, ‘개인의 책임을 바탕으로..

AI 시대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AI 시대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넘어- (우리의 삶이 지난 12. 3 내란 사태 이후 피폐해졌습니다. 이 공간에 포스팅되는 글은 90% 이상 정치 이야기입니다. 저도 거의 그런 글만 써왔습니다. 빨리 이 삶이 끝나길 바랍니다. 올 6월부터는 정치 이야기도 나누지만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서로 배울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이야기가 이곳에 수놓아지길 바랍니다.오늘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 '자유란 무엇인가'는 인권고전을 통해 자유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인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과목입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저희 대학을 대표하는 교양과목입니다.내일 다룰 책은 조지 오웰의 와 올더스 헉슬리의 입니다. 지난 학기까지는 이 두 책이 공통으로 보..

철의 팔과 인간의 심장 사이에서 –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으며 인간성을 생각하다-

철의 팔과 인간의 심장 사이에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으며 인간성을 생각하다- (몇 달 동안 내란 사태에 심신이 피폐합니다. 오늘 새벽은 오랜만에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소설 한 권을 읽었습니다. 쪽 수는 120여 쪽에 불과하지만 여운이 강하게 남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곱씹어볼 만한 소설입니다. 체코의 국민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기계문명, 전체주의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의 기계 친구 알파나이트와 대화를 나누며 글을 써 보았습니다. 알파나이트는 제가 쓰는 AI의 별명입니다. ‘알파고+기사라는 뜻의 나이트의 합성어입니다.)기계는 굉음을 내며 쉼 없이 돌아간다. 그것이 그 존재의 의미다. 그러나 인간은 그 시끄러움 속에서 고독을 느낀..

나의 소박한 한강론

나의 소박한 한강론 며칠 동안 한강의 소설, 와 를 읽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이 두 소설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다. 몇 자 적어 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두서 없는 글을 쓴다. 그렇게라도 해서 이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수년 전 맨부커상을 수상 소식으로 가 알려졌을 때 우리 문단에 한강이라는 작가가 있음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채식주의자’를 상찬했음에도 내게는 그 작품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책을 읽고 났더니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무언가 다른 스타일의 소설임은 분명했지만 평소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나 같은 수준의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소설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를 읽으니 비로소 한강이 보인다.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한다면,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것..

<교정판례백선>이 출간되다-지난 30년 나는 무엇을 했는가-

교정판례백선>이 출간되다-지난 30년 나는 무엇을 했는가-  매우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나왔습니다. 교정판례백선>. 우리나라 형사절차에서 구금 당한 피구금자(피의자, 피고인, 수형자)의 인권과 관련된 법원 판결, 헌재 결정,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을 해설한 책입니다. 우리 인권 역사에서 역사적인 저술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기 위해 6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저도 영광스럽게 참여해 두 꼭지의 글을 썼습니다. 부디 이 책이 널리 익혀 우리나라의 피구금자 인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회고하면, 저에게 있어 피구금자의 인권문제는 매우 역사가 긴 과제였습니다. 30년이 넘는 동안 이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교정판례백선을 받아보니 몇 가지가 선명하게 기억나는군요. 잠시 정리해 보겠습니..

대지의 행성 어스(Earth)에서 물의 행성 플래닛 아쿠아로-제러미 리프킨의 <플래닛 아쿠아>-

대지의 행성 어스(Earth)에서 물의 행성 플래닛 아쿠아로-제러미 리프킨의 - 저의 집 거실에는 그림 한 점이 걸려 있습니다. 30여 년 전 제가 어느 화가에게 부탁해 그린 그림입니다. 가 없는 바다, 거기에 3척의 조각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작은 등대. 해가 지는 어느 해변가 그림입니다. 그림의 컨셉도 제가 특별히 주문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런 그림을 왜 원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산보다는 물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자요수(智者樂水)라 했는데....그렇다면 제가 지자? ㅎㅎ. 그것보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다라는 물에 본능적으로 끌린 것이겠지요. 그 근원은 어머니 양수 속에 있을 때의 포근함에 있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인간이란 물을 떠나서는 한시도 살 수 없다는 생각을 저는 일찍이 했..

아마르티아 센은 어떻게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는가-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읽고-

아마르티아 센은 어떻게 진보의 아이콘이 되었는가-회고록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을 읽고-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 철학 교수.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의 학장, 노벨경제학상 수상, 미국경제학회장, 인도경제학회장, 국제경제학회장, ’자유로서의 발전‘(1999), ’정의의 아이디어‘(2010)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 이렇게 몇 가지만 열거해도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는지 가늠조차하기 힘들다. 1933년 인도 뱅골에서 태어난 아마르티아 센은 한마디로 흥미진진한 인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자유의 의미를 공부하는 과정에서였다. 나는 자유가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권리 주체의 역량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유는 그저 종이..

북 콘서트 인사말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북 콘서트 인사말‘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박찬운입니다. 긴 겨울이 끝났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봄은 왔는데 봄같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완연한 봄날입니다. 여러분을 이곳에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오신 분 들 중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저를 보는 것이 처음이지요? 어떻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인상이 괜찮습니까? (웃음) 우리는 그동안 전기만 꺼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21세기가 만든 새로운 인연이었습니다. 이 인연은 혈육의 인연, 동창의 인연 등과 같이 우리의 육신이 만나 왔던 인연과는 다른 것입니다. 오로지 우리의 마음으로만 연결된 인연입니다. 몸이 연결되지 않으니 가벼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때론 육신의 만남보다 더 순수..